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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열린 '100만 정보·방송·통신인과 함께하는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열린 '100만 정보·방송·통신인과 함께하는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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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연장과 관련 안철수, 문재인 후보 측은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반대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반대 논리는 투표할 의사만 있으면 현행시간으로도 충분하며,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낭비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지난 10월 30일 "(투표시간을 2시간) 늘리는데 100억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그걸 공휴일로 정하고, 또 그럴 (투표시간을 연장할)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이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의 투표시간 연장 반대 논리, 빈약하다

투표시간 연장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발언에 대해 국민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00억원이라는 수치의 근거도 잘못됐다고 박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공보단장인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제안한 '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환수법안'을 받아들여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선거보조금 152억원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후보의 이러한 제안은 새누리당에서 요구한 내용을 전격 수용한 것이라 새누리당으로서는 할말이 없게 생겼다. (문재인 후보가 152억원 포기선언을 하자 새누리당은 말을 바꿔 "당 공식 입장이 아니라 이정현 공보단장 개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투표시간 연장 반대가 정말 새누리당이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아끼려는 충정인지, 투표율이 높아지면 자신들의 불리해지기 때문인가일 것이다. 국가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면서 내린 결정이라면 투표시간 고수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단지 투표율이 높아지면 자신들의 불리하다는 판단에서 세금 낭비를 운운했다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을 창출시킨 새누리당은 과연 이명박 정권 하에서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알뜰살뜰 사용했을까? 22조원이 넘게 들어간 4대강 사업만 하더라도 그들이 국민의 혈세를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토건세력을 위해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국민의 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한 100억원에 대해서는 그럴 가치가 있느냐고 거품을 무는 이들이 4대강 사업비 22조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도 관대했던 걸까? 현재 22조원 뿐 아니라  4대강 사업 이후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얼마나 더 많은 국민의 혈세가 더 들어가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 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혼자 한 것인가? 새누리당의 지지가 없었다면, 4대강 사업은 가능하지 않았을 터이다. 많은 국민과 환경단체에서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반대를 할 때에,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4대강사업뿐 아니라 지난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 국가부채 그리고 각종 정책의 실패 때문에 국민생활은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그것을 모두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투표시간 연장에 들어가는 비용과는 비교가 안되는 액수일 것이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을 지지해 준 정당이 일말의 반성도 없이 자신들은 이명박 정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 행동하고 있다.

참정권 확대보장, 왜 반대할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0월 31일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선거보조금을 포기할 수 있다"고 전격 선언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0월 31일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선거보조금을 포기할 수 있다"고 전격 선언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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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새누리당은 근거도 없이 대선투표일을 공휴일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실언을 하는 것도 모자라, 근로자들이 작업장에서 근무를 해도 현행 투표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거기다 세금 낭비까지 덧붙여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선거에 참석할 수 있는데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현행 대선이나 총선 등 주요선거 투표일은 임시공휴일이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공기업 그리고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정상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오전6시부터 투표시간이니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투표하고 출근할 수도 있지만 직장인들에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퇴근 시간을 앞당겨 6시까지 투표장에 도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투표시간을 2-3시간을 연장하자는 것이고, 현재의 임시공휴일을 법정공휴일(유급휴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투표시간이 2-3시간 연장되면 투표율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투표율이 올라간다면, 더 많은 국민의 의견이 수렴된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으며, 더 많은 국민의사가 반영돼 선출된 대통령은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보면 100억원이 아니라 더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옳다.

더구나 100억원도 중안선거관리위원회와 새누리당의 주장(투표소 근무자 2교대를 통해 현재보다 2배의 수당 지급을 근거로 한 것)일 뿐, 야당은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치 2시간 연장에 따른 추가 근무수당을 반영해 추가비용이 36억원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36억원 정도의 예산은 4대강 사업처럼 허튼짓 안하면 얼마든지 절약이 가능한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정당 새누리당이 국민 혈세 100억원 운운하며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것은 참으로 가당치 않은 일이다.

새누리당은 말로만 정책선거?

새누리당은 말로는 정책선거를 이야기하고,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정책을 선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도 구태에 머물면서 색깔론에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과거 역사에 대해서도 어물쩍 넘어가며 국민대통합을 이야기한다. 사실 국민대통합도 뜯어보면 보수대연합에 불과하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를 돕겠다고 혹은 박근혜 후보가 공천한 인물들은 실언들을 쏟아내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게다가 박근혜 후보는 이미 자신이 대통령이 된 듯 제왕적 이미지가 강하다. 박근혜 후보가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이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실패한 이유로 소통부족을 꼽는다. 과연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보다 소통 측면에서 나은 것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후보는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자 정치 쇄신"이라고 말했다. 만일 박 후보가 독재자의 딸이 아니었다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나라를 세계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여성이 대통령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과연 한국정치가 쇄신됐다고 볼까?

투표시간 연장 논란, 새누리당으로서는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투표시간 연장 반대는 절대로 새누리당에 유리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제 정치는 소통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당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여당과 야당이 소통해야 하고,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소통하지 못하는 대선후보, 소통하지 못하는 정당이야말로 구태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태그:#투표시간 연장, #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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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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