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울긋불긋한  단풍 아래 비옷을 입고 우산을 든 관광객들이 산으로 올라간다.
 울긋불긋한 단풍 아래 비옷을 입고 우산을 든 관광객들이 산으로 올라간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가을비가 억척스럽게 내린 토요일(27일), 여천NCC 곰두리 수영동호회원들과 전북 순창의 강천산 산행에 나섰다. 산행에는 장애청소년 25명과 가족 및 여천NCC 직원가족 57명이 동행했다.

1981년 전국 최초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강천산은 푸른 숲과 맑은 물, 아름답고 시원한 계곡의 경관이 수려하여 호남의 금강이라고 불렸다. 강천산이라는 이름은 강천사라는 절 이름에서 유래됐다.

병풍폭포.  병풍바위 밑을 지나온 사람은 죄진 사람도 깨끗해진다는 전설이 있다
 병풍폭포. 병풍바위 밑을 지나온 사람은 죄진 사람도 깨끗해진다는 전설이 있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강천산으로 들어가는 강천문
 강천산으로 들어가는 강천문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올가을 들어 가장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가 오늘은 틀리지 않는다. 여수에서 9시에 출발한 버스가 강천산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비오는 궂은 날씨에도 등산객들이 많다. 비옷과 울긋불긋한 우산을 받쳐 든 사람들이 구장군폭포까지 가는 길에 가득하다.

매표소를 지나 5분쯤 가니 산에서 노래 소리가 크게 들린다. 산에 와서는 자연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웬 마이크 소리인가하며 언짢은 기분으로 계속 가는데 병풍바위와 마주한 넓은 공터에서 노래 소리가 들린다.

잡상인들이 여기까지 와서 장사하는 줄 알았는데 등산객들을 위해 음악회를 마련해 놓은 것 같다. 비가 심하게 오니 사람은 없고 노래하는 사람들만 있다. 

가을비가 억수같이 쏟아지자 울긋불긋한 비옷과 우산을 걸치고 등산하는 관광객들. 단풍이 우산이 되고 우산이 단풍이 된다
 가을비가 억수같이 쏟아지자 울긋불긋한 비옷과 우산을 걸치고 등산하는 관광객들. 단풍이 우산이 되고 우산이 단풍이 된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요즘 등산을 가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있다.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은 채 등산하는 모습이다. 전자기기가 발달해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한시라도 음악소리가 귀 곁을 떠나지 않는다. 어쩌면 소리 공해라는 생각까지 드는 요즘의 세태.

개인이 라디오 듣는 것이야 누가 뭐랄 것은 없다. 하지만 리시버를 꽂고 들어야 하지 않을까. 산에서는 누가 뭐래도 산이 주는 소리가 제일이다. 인공적인 소리를 떠나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풀벌레소리,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음악이다.

아름다운 폭포로 이어지는 강천산 계곡

강천산에는 멋진 폭포가 여럿 있다. 병풍폭포, 비룡폭포, 천우폭포, 약수폭포, 용머리폭포, 구장군폭포가 그것이다. 매표소를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폭포는 병풍폭포. 높이 40m, 물폭 15m의 물이 떨어지는 병풍바위는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전설에 의하면 병풍바위 밑을 지나온 사람은 죄진 사람도 깨끗해진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순창 삼인대 앞의 단풍 모습
 순창 삼인대 앞의 단풍 모습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구장군폭포. 높이가 120m나 되어 렌즈속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구장군폭포. 높이가 120m나 되어 렌즈속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강천사에서 한참을 걸어가면 마한시대 아홉명의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전쟁터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전설이 담긴 구장군폭포가 있다. 높이 120m인 폭포는 기암괴석 사이로 굽이쳐 흘러내리는 두 줄기 물줄기에서 신의 조화를 느낄 수 있으며 남근석과 여근석의 형상을 찾아볼 수 있다. 

내려오는 길. 강우에도 불구하고 맨발로 산길을 내려오는 사람이 보인다. 맨발로 이 길을 걸으면 성인은 아랫배가 빠지고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조절되며 학생은 머리가 좋아진단다. 연인과 손잡고 걸으면 사랑이 깊어지고 가족과 함께 걸으면 가정이 화목해진단다. 좋은 말만 써져 있다. 하지만 어쩌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길을 맨발로 걸으면 진창길에 빠질텐데…

도선국사가 창건한 강천사... 전란으로 두 번이나 불태워져

강천산 기슭에 자리한 강천사는 신라 진성여왕 때인 887년 풍수지리로 유명한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옛날에는 불전이 3개, 승방이 12개 암자가 12개나 있던 사찰로 특히 수도승이 많았다.

천년고찰임을 증명하듯 고승들의 사리를 모셔놓은 부도전이 여럿 있고 유형문화재 92호인 강천사 5층 석탑이 불전 앞에 자리하고 있다. 이 탑은 고려 충숙왕 3년(1316년) 덕현 스님이 강천사를 다시 지을 때 세운 것이다. 화강암으로 정교하게 만든 오층탑으로 다보탑이라고도 부른다. 2, 3, 4층의 덮개 돌에는 6·25 때 총탄을 맞은 흔적이 남아 있다.

강천사 대웅전 앞의 오층탑
 강천사 대웅전 앞의 오층탑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강천사 우물에 떨어진 단풍과 은행잎이 가을이 깊어감을 말해준다.
 강천사 우물에 떨어진 단풍과 은행잎이 가을이 깊어감을 말해준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영산으로 불릴 만큼 신비로운 회문산이 있다. 회문산은 동학혁명과 구한말 의병들의 근거지였으며, 6·25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의 근거지였다. 1980년대 <남부군>이라는 소설과 함께 영화로 소개된 남북 간 이념대립의 현장이라는 걸 총탄이 말해주고 있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기간에 오층탑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불타 지금의 건물은 1961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호남 최대의 현수교라 불리는 강천사 현수교.
 호남 최대의 현수교라 불리는 강천사 현수교.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3백년 된 모과나무
 3백년 된 모과나무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강천사 바로 앞에는 오래된 모과나무 한 그루가 가지에 모과를 달고 서 있었다. 약 300년 된 것으로 알려진 이 나무는 높이 약 13m에 가슴높이의 둘레가 3m나 되는 거대한 나무로 사찰 관계자가 심었다고 알려져 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아름다운 단풍과 호남최대라는 현수교(높이 50m, 길이 75m)를 걸으며 강천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일행은 아름다운 강천산과 회문산 탐방을 다음으로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강천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