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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다가 갑자기 막둥이는 아빠와 엄마 신혼여행 첫날밤 키스했다고 했습니다.
 아침을 먹다가 갑자기 막둥이는 아빠와 엄마 신혼여행 첫날밤 키스했다고 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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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가만 무엇하는 줄 알아?"
"아니."
"뽀뽀한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는데."
"알지. 엄마하고 아빠하고 뽀뽀하는 것 사진에서 봤다."

우리집 막둥이.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생각은 3학년 쯤 됩니다. 어제(28일) 아침을 먹다가 막둥이는 대뜸 엄마와 아빠가 신혼여행 때 뽀뽀한 것을 사진에 봤다고 했습니다. 그 한 마디에 온 가족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왜 뽀뽀하는 줄 알아"
"사랑하니까? 엄마와 아빠가 사랑해 뽀뽀한 후 형아가 생겼잖아."
"하하하."

막둥이 말을 들은 둘째 딸은 방바닥을 뒹굴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딸 아이는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에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물론 막둥이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겠지요.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니까. 하지만 깊은 내막을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뽀뽀만 하면 아기가 생기는 줄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동생이 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첫날밤에 키스했다는 말을 하자 딸 아이는 방바닥에 뒹굴면서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동생이 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첫날밤에 키스했다는 말을 하자 딸 아이는 방바닥에 뒹굴면서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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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왜?"
"엄마!"
"왜?"
"뽀뽀하세요. 뽀뽀해."
"너희들 앞에서 자주 뽀뽀하잖아."
"그래도 다시 뽀뽀하세요. 뽀뽀를 해."
"막둥이가 시킨다고 엄마와 아빠가 뽀뽀를 하면 어떻게 하니?"
"참, 내가 뽀뽀하라고 하면 하세요. 빨리."

첫날밤 키스처럼 '뽀뽀'하라는 말에 아내와 저는 결국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막둥이는 못 말립니다.
 첫날밤 키스처럼 '뽀뽀'하라는 말에 아내와 저는 결국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막둥이는 못 말립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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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를 어떻게해야 할까요? 결국 아내와 저는 뽀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아내를 자주 안아주고, 다독여 주는 편이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막무가내로 뽀뽀하라는 막둥이 때문에 저희 부부는 한 번씩 곤욕을 치릅니다. 이런 모습을 큰 아이는 짧은 눈웃음 한 번으로 지나갑니다. 막둥이는 웃고 싶을 때 웃지만 큰 아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성격도 조용하지만, 큰 아이라 그런지 조금 매몰차게 키운 탓 같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평소 말없는 큰 아이 그냥 눈웃음을 한 번 지었습니다.
 평소 말없는 큰 아이 그냥 눈웃음을 한 번 지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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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 때문에 온가족이 한바탕 웃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시작될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당탕 소리가 났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장난을 조금 과하게 친 것이 문제였습니다. 힘센 동생(?)이 연약한 오빠(?)를 발로 찼는데 그만 넘어진 것입니다.

"엄마 서헌이가 저를 발로 찼어요."
"내가 언제 찼는데."
"네가 발로 무릎을 찼잖아."
"무릎을 찬 것이 아니라 정강이를 찼잖아."

"아니야. 무릎을 찼다고."
"서헌이가 오빠 찬 것은 맞잖아."
"아니 오빠도 나를 밀쳤어요."

위로는 오빠, 아래로는 남동생인지 몰라도 딸 아이 성격은 털털합니다. 힘도 얼마나 센지 오빠가 당하지 못합니다. 물론 아빠 말 한마디에 눈물을 주루룩 흘릴 때도 많지만 결코 질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우리 집만 아니라 다른 집도 가운데 아이들이 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아내가 나섰습니다.

오빠를 발로 찼다가 엄마에게 혼난 딸. 오빠에게 미안하다며 안아주고 있습니다.
 오빠를 발로 찼다가 엄마에게 혼난 딸. 오빠에게 미안하다며 안아주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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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이리 와."
"...."

"서로 안아 줘. 서헌이는 오빠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인헌이는 서헌이에게 사랑하다고 말해."
"오빠 미안해."
"서헌아 사랑해."

서로를 안아주면서 두 아이는 남매임을 확인했습니다. 막둥이 때문에 엄마와 아빠는 뽀뽀를, 큰 아이와 둘째는 과하게 장난치다 피를 나눈 남매임을 알았습니다. 가진 것은 부족하지만 우리 가족 사랑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태그:#막둥이, #신혼여행,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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