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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웬만한 잘못이나 불법과 비리가 아니고는 자신이 적을 두었던 곳을 비판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내부고발'이 힘든 이유도 단순히 '왕따'만 아니라 그래도 나를 먹여살려 주었고, 내 젊음을 바쳤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언론인은 다르다. 언론 종사자는 권력비판을 위해 밥벌이를 하는 이들이다. 즉 밥벌이가 목적이라 아니라 권력을 비판함으로 밥벌이가 된다.

문제는 권력이 그들을 가만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밥벌이라는 '당근'을 쥐어주면서 자신을 향한 비판을 무디게 한다. 그것에 굴복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언론 생명인 권력비판을 위해 온힘을 다하는 언론종사자들이 많다. 이명박 정권들어 권력을 비판하다 밥벌이를 하지 못하는 기자들이 더 많아졌다.

이들 중 비록 밥벌이까지는 빼앗기지 않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뉴스에서 쫓겨난 이들이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신 의원은 '종편시청률', '애국가시청률'로 추락학 <뉴스데스크> 앵커였다. 하지만 신 앵커가 진행할 때만 해도 <뉴스데스크>는 사랑받는 존재였다. 특히 그의 '클로징'은 <뉴스데스크>를 보는 존재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그 클로징 때문에 <뉴스데스크>에서 쫓겨났다.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습니다. 각종 구호에 만여 경찰이 막아섰고요.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습니다.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언론 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은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 교재로 열공했습니다. 2009년 첫날 목요일 뉴스데스크 마치겠습니다. - 2009.01.01 MBC<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

이명박 정권들어 권력을 비판이 사라진 언론 모습에 울분을 토로하던 시청자들은 클로징멘트를 통해 날선 비판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권이 갖은 방법으로 입에 자갈을 물려 언론이 자기 사명인 권력비판보다는 점점 권력 옹호를 넘어 찬양하는 방향으로 가자 그의 클로징은 가뭄의 단비였다. 하지만 언론장악을 지상 목표로 삼았던 권력을 그를 내버려 둘 수 없었고, 그에 굴복한 경영진은 그를 <뉴스데스크>에 끌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일 년 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 구석과 매일 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월요일 뉴스데스크 마치겠습니다. - 2009.04.13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

그런데 그가 2년 6개월 만에 MBC화면에 등장했다. 김재철 사장이 큰 은덕을 베풀어 신 의원이 다시 MBC로 복귀한 것은 아니다. '18대 대통령 후보 정강정책 방송연설'을 위해서다. 신 의원은 25일 정강연설을 했다. 신 의원 정강연설은 23일 사전녹화된 것이다. 신 의원은 사전녹화를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mentshin)에 글을 올렸는데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3년 만에 MBC에 나온 신경민 "MBC 갈수록 추락"...

오늘 mbc에서 김재철방지법제정을 공약으로 내건 선거방송을 녹화했다. mbc는 내 녹화를 모르다가 긴급간부회의 열어 경위 따지고 난리를 쳤단다. mbc추락 개탄과 김재철 퇴진을 요구하는 소리가 처음 mbc전파를 탄다. 방영은 내일 11시 채널 11에서.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09년 앵커에서 쫓겨난지 3년만..이번엔 민주당의원자격으로 정강정책방송하러 갑니다는 글을 올렸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09년 앵커에서 쫓겨난지 3년만..이번엔 민주당의원자격으로 정강정책방송하러 갑니다는 글을 올렸다.
ⓒ 신경민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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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내 녹화를 모르다가 긴급간부회의 열어 경위 따지고 난리를 쳤다"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김재철 'MB씨'는 그동안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내용은 칼질해 내보냈다. 그런데 신 의원 사전녹화를 사전에 몰랐다니. 김재철 'MB씨'는 황당하겠지만 시청자와 유권자에게는 쾌거다.

더구나 신 의원 정강연설이 MBC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신경민 의원은 "MBC노조는 170일 간의 기록적인 파업을 벌였지만 MBC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며 "지금 공영방송 MBC는 편파·왜곡보도는 심해지고 전파는 자사를 방어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신경민 의원은 25일 정강정책 방송연설에서  "MBC노조는 170일 간의 기록적인 파업을 벌였지만 MBC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며 "지금 공영방송 MBC는 편파·왜곡보도는 심해지고 전파는 자사를 방어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신경민 의원은 25일 정강정책 방송연설에서 "MBC노조는 170일 간의 기록적인 파업을 벌였지만 MBC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며 "지금 공영방송 MBC는 편파·왜곡보도는 심해지고 전파는 자사를 방어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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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의원은 또 "정치가 언론을 장악하려 하고 언론이 정치에 영합한 권언 유착이 근본적 이유"라며 "이명박 정부는 지난 5년간 프레스프렌들리를 외쳤지만 언론인에 대한 징계·보복과 낙하산 인사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김재철 사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 동문이다.

특히 정치부 기자 때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2010년 엄기영 전 사장 후임으로 사장에 내정될 때부터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적지 않다. 논란은 MBC를 MB씨로 만들고, 170일간 파업, <PD수첩>작가들 해임 등에서 현실이 되었다.

"클로징은 아직도 유효하다"

신 의원은 이런 MBC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일명 '김재철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한다. "방송법을 고쳐 공영방송 이사선임제도를 고치고 KBS·MBC·EBS·YTN 사장에 대한 정부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신 의원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3년 전 제 클로징 멘트가 장안의 화제가 되곤 했지만 그게 문제가 돼서 강제로 쫓겨난 이후 방송을 다시 하는 상상을 수없이 했다. 그러나 1분 1초도 하지 못했다"며 다음과 같이 심경을 밝혔다.

"마지막 클로징멘트에서 자유·민주·힘에 대한 견제·약자에 대한 배려가 내 원칙이라 말했고,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상황은 더 나빠졌다. 클로징 멘트는 아직도 유효하다. 유권자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희망을 열어야 한다."

정강정책 방송연설만 아니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을 보면 지난 3년 동안 얼마나 방송을 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잇다. 그는 "09년 이후 일분도 mbc방송을 하지 못했죠. 요즘 mbc뉴스는 저에게 연일 비수를 꽂고 있죠. 그런 소회 담았다"고 했다. 특히 <한겨레>가 단독보도한 김재철·이진숙-최필립의 정수장학회 MBC민영화 비밀만남에 대해 따끔한 충고도 이어갔다.

오늘 문방위국감에서 제일큰 이슈는 한겨레가 특종한 mbc민영화기도..답변은 '이진숙의 혼자 쑈'랍니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 김재철이 아직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단 뜻입니다. 모두가 철판 깔고 있습니다. 소수당의 비애를 다시 느끼는 밤..

자기 젊음을 바쳤던 MBC가 언론으로서 본질을 상실해버린 모습을 보는 신경민 의원 마음은 아마 까맣게 탔을 것이다. MBC가 'MB씨'가 아닌 '마봉춘' 되기를 어느 누구보다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MBC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16일 <뉴스데스크>는 신경민 의원이 막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6일 <뉴스데스크>는 <"MBC구성원들은.." 신경민 의원, 지역감정 조장 발언> 제목 기사에서 신경민 의원이 "MBC가 뉴스 시간대를 옮기는 문제에 대한 동료 의원의 질문을 받고 MBC 구성원들을 아둔하다고 비하하는 막말을 쏟아 냈다"고 보도했다.
 지난 16일 <뉴스데스크>는 <"MBC구성원들은.." 신경민 의원, 지역감정 조장 발언> 제목 기사에서 신경민 의원이 "MBC가 뉴스 시간대를 옮기는 문제에 대한 동료 의원의 질문을 받고 MBC 구성원들을 아둔하다고 비하하는 막말을 쏟아 냈다"고 보도했다.
ⓒ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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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는 '"MBC구성원들은.." 신경민 의원, 지역감정 조장 발언' 제목 기사에서 "신경민 의원이 MBC가 뉴스 시간대를 옮기는 문제에 대한 동료 의원의 질문을 받고 MBC 구성원들을 아둔하다고 비하하는 막말을 쏟아 냈다"면서 "신 의원은 이어 보도국 간부들의 실명을 하나씩 거론하며 비하하는 말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이어 "특정인을 향해서는 출신 지역과 지방대학 출신임을 비하하는 듯한 비난을 이어갔다"면서 '출신지역과 지방대학 출신임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000, 000은 허우대는 멀쩡한데 또라이다', '000국장은 경북대학을 나왔어 충청도 출신인데 경북대를…마산고 나온 애도 있고…'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뉴스데스크>는 "신경민 의원은 그러나 발언 배경에 대해 지역을 고려하지 않는 공평한 인사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뉴스데스크>는 리포트에서 신 의원이 MBC 출신으로 말하지 않고, "방송기자 출신인 신경민 의원은 자신은 늘 편향되지 않은 정도를 걸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왜 MBC 출신이 아니라 '방송기자' 출신으로 리포트를 했는지 사뭇 궁금하다.

김재철 해임 요건이 아직도 불충분하다고?

이처럼 김재철 MBC는 언론자유를 위해 힘썼던 자사 출신 국회의원을 비판했다. 그리고 신 의원은 MBC를 국민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 처리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최강욱 이사는 "김광동·차기환 등 여당 추천 이사들은 해임안과 관련해 회사 경영과 조직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며 "그동안 여러 이사들의 의견을 접해본 결과 아직 해임안이 통과되기에는 요건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해임안 철회 사유를 전했다고 <오마이뉴스>는 보도했다.

참 김재철 사장 해임안 요건이 아직도 불충분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결국 대선때까지 가겠다는 발상이다. 하기사 이명박 정권에게 언론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헛된 일이다. 3년 만에 MBC에 나온 신경민 의원, 아마 가슴은 숯보다 더 검게 타버렸을 것이다. 타버린 가슴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길은 정권교체 밖에 없다.


태그:#신경민,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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