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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하철 1호선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25일 오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부산지하철 1호선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25일 오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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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멈추었다고 생각해보자."

깜깜한 터널 안, 역이 어느 방향인지 모른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속에서 장애인과 노약자들은 또 어떻게 해야할까? 윤영삼 교수(부경대·공공운수정책연구원 원장)는 "지하철 안전을 관리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시민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사고가 났을 때 겪을 피해와 고통을 시민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이었다.

지난 8월 27일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대티역에서 전동차 화재사고로 4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이후 사고 원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 중앙로역 사고와 같은 대형 인명피해는 면했지만 언제까지 행운이 따른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티역 사고를 계기로 개통 27년를 맞는 도시철도 1호선의 시설 노후화가 도마에 올랐다. 지하철노조를 중심으로는 차량을 비롯한 시설 노후화와 인력 감축이 잦은 사고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부산교통공사는 시설노후화와 사고는 별개의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5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하철 1호선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은 쟁점이 됐다. 우선 법적으로 25년이 경과한 전동차의 경우 정밀점검을 거쳐 15년 연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철도법 조항을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박경달 부산지하철노조 정책부장은 "공사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규정된 설비만을 노후설비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계수명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잦은 고장으로 안전을 위협하는 설비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8월 27일 오후 부산도시철도 1호선 대티역에서 관계자들이 열차화재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8월 27일 오후 부산도시철도 1호선 대티역에서 관계자들이 열차화재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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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노후화와 지하철 사고 연관성을 두고 노사 엇갈린 입장

이에 대해 김두봉 부산교통공사 안전관리실장은 "내구연한은 25년이지만 정밀점검을 거쳐 15년 연장이 가능한 만큼 내구연한은 40년까지 사용하되 25년차에 정밀점검을 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화재사고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왜 원인이 노후화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노조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교통공사가 노후 차량에 대한 시설 개선 대책으로 실시를 검토하는 리모델링(대수선)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금일환 부산교통공사 운영본부장은 "정기정비시 부품국산화와 수선 및 교체 등으로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실시해 신차 수준의 관리를 한다"며 "일본과 영국·프랑스·미국 등 선진국은 내구연한에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오문제 부산지하철노조 차량지회장은 "외국 사례를 말하지만 전체 시스템을 가져와서 쓰는 것이 아니라 차를 오래 사용하는 것만 떠와서 말한다"며 "특별점검으로 안전을 담보했다지만 노후 전동차는 성능에 대한 특별점검을 한다고해도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른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지만 참가자들은 시설 노후화에 대한 우려를 주로 표시했다.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어쩔 수 없이 시민들은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과연 진짜 속마음은 타고 싶겠나"며 "(시민들이) 타기 싫은 지하철을 왜 타야할까 고민해봐야한다"고 말했다.

부산지하철 1호선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25일 오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부산지하철 1호선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25일 오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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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공사의 지하철이 아닌 시민의 지하철"

이성숙 시의원은 "사람이 죽어봐야 정신차리는 교통공사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며 "선진국형으로 관리하려면 공무원도 선진국형이 되어야하는데 공무원은 후진국형이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교통공사는 잘하고 있다고 하지만 시민들의 체감온도는 다르다"며 "여러분의 안전과 지하철이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과 지하철이다"는 말로 교통공사의 대처를 비판했다.

급기야 토론을 듣고 있던 김효영 교통국장 마저 시 산하인 교통공사를 강하게 질책하고 나섰다. 김 국장은 "이 문제의 핵심은 대티역에서 사고가 나서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것 이상의 초점은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시민들은 지하철 전동차가 25년을 넘겨 운영되고 있다는 사살이 깜짝 놀라고 있고 그것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생각한다"며 "잘하고 있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나, 열정이나 사명감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교통공사를 질책했다.

김 국장은 "한국철도연구원에서 전문가들을 불러서 한번 더 토론을 해보자"며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양측은 외부 전문가를 초청한 내부 회의와 함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추가 토론회도 추진할 예정이다.


태그:#지하철, #대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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