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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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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혁신은 국민들이 바라는 시대적 과제이고, 제가 꼭 해내야할 과제입니다. 대통령도, 정당도, 정치인도 아닌 시민들만이 우리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민주당에 묵직한 돌직구를 거침없이 던져주십시오."

동영상 속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축사가 끝나자, 그의 '당부'대로 거침 없는 '돌직구'가 날아들었다. 18일 오후 8시 문재인 후보의 시민캠프 회의실에서 열린 정치혁신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돌직구는 묵직했다.

기득권을 놓치 않으려는 정치권의 폐쇄성, 소통과 공감 부족, 서민·중산층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당과 정치의 무능 등 토론회가 진행된 2시간 동안 쓴소리는 계속됐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확대, 중대선거구제 도입, 국회의원 기득권 축소, 기초단체장 및 의회 정당 공천권 폐지, 직접 민주주의 강화 등 정치쇄신에 대한 다양한 요구도 쏟아졌다.

공직후보자 공천권 문제가 뜨거운 이슈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직접 민주주의 강화를 통한 공천의 투명성과 시민 참여 필요성이 대두됐다.

"현행 공천 방식은 4년마다 생기는 떴다방"

인천의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공천권을 당에서 행사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지역의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는 지역 문제에 관심이 많은 활동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며 "당내 직접 민주주의가 공천 과정에 제도적으로 수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현행 공천 방식은 4년마다 생기는 '떴다방'"이라며 "4년마다 공심위가 만들어지면 결국 유명한 사람, 스펙이 좋은 사람이 공천을 받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선거법 장벽 때문에 정치 신인들이 한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없고 결국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어떤 후보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잘 알려진 사람, 스펙이 좋은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선거법을 손질해 정치 신인들이 지역에서 4년 혹은 8년 동안 열심히 활동할 수 있게 해야 '오픈 프라이머리'가 시행될 때 그 사람을 후보로 만들기 위해 유권자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작년에 국회의원을 하루라도 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한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혼연일체가 되는 것을 볼 때 (스스로의 기득권을 허무는) 선거법 개정을 국회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의 폐쇄성과 소통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자신을 당비 내는 민주당 당원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내가 속한 지역위원회에서는 총선 때 현 지역위원장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 대의원 조차 되기 힘든 폐쇄적 구조"라며 "현역 지역위원장의 다음 선거 당선을 위한 조직으로 지역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어 일반 시민들의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미국학)는 "올해 대선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어떻게 국민들과 공감하고 어떻게 함께 동행해 나가느냐다, 이게 민주당이 가야할 방향"이라며 "단순히 시민들과 공감만 해서는 안 되고 함께 만드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시민은 정치인들의 트위터 활용에 대해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일방적인 홍보 도구로 쓰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은 직접 답글을 달아주고 한강 가로등 불이 꺼졌다고 하면 바로 연락해서 해결해주는 쌍방향 소통"이라고 말했다. 

"정치는 편 먹고 싸우는 것, 무엇을 위해 싸우느냐가 중요"

시민들과 전문가 패널들 사이에 이견이 생기기도 했다. '정치권이 헐뜯고 싸우기만 한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나오자 전문가 패널 측의 반론이 나왔다. 한 정당이 대변하는 계층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싸울 때는 싸우는 게 정치라는 지적이었다.

이철희 소장은 "정치는 편 먹고 싸우는 것인데 무엇을 위해 싸우느냐가 중요하다"며 "민주당이 서민·중산층의 정당이라고 하는데 자신들의 지지층을 대변하기 위해 싸웠느냐고 하면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단적으로 민주당이 서민·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해서 살아온 사람이 공천을 받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다행히 지금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책 노선이 달라지고 있고 지지층을 대변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싸우는 자체를 비판하기 보다 무엇을 가지고 싸우는지를 봐야한다, 정치가 아무리 싫어도 불신하지 말고 바꾸는 쪽으로 움직여야 정치가 제기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병진 교수도 "무상급식 이슈가 나왔을 때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은 '너무 과격한 것 아니냐'고 주저했다"며 "머리 속에 굳어 있는 이념적 아젠다를 위해 싸우는 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 우리 아아이들의 문제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것에 대해서 과격하다고 할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과거 민주당의 혁신 의지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안병진 교수는 "10년 째 민주당을 비판했지만 민주당은 변하지 않았다"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했더니 진정성 없는 이벤트로 끝났다. 그런 태도를 취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하는데 왜 정치가 기업보다 못해야 하나"고 말했다.

한 시민은 "'안철수 열풍'은 민주당에 80~90%의 책임이 있는 것인데 정치개혁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 아직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아 아쉽다"며 "이런 토론회를 하려면 초안 정도는 가지고 (구체적으로) 토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시민 주도 네트워크로 더 큰 민주당 만들어야"

민주당의 혁신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이철희 소장은 "민주당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서민·중산층의 삶이 문제를 대변하는 세력으로 거듭나는 게 선결 과제"라며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정치적 대안으로 설 수 있느냐가 정치개혁의 요체"라고 말했다.

안병진 교수는 "민주당 통합 과정에서 시민들도 지지자들도 정책 당원이나 정당의 핵심 축으로 만드는 참여시스템을 만들자고 했지만 만들자마자 사문화 됐다"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당장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 시민이 주도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려고 한다. 이게 빠진 민주당은 집권할 수도 없고 집권해도 비극이 될 것"이라며 "(시민 참여를 통해)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시민캠프 공동대표는 토론회를 마무리 하면서 "우리가 느껴왔던 문제들이 망라돼 나왔다, 생생한 생활 속의 언어로 표현돼 더 좋았다"며 "앞으로 남은 토론회를 통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진도를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민캠프는 이날  첫 토론회에 이어 19일과 20일 연속으로 정치쇄신 토론회를 이어간다. 토론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은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미래캠프의 새로운정치위원회에 전달돼 문 후보의 구체적인 정치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데 반영될 예정이다.


태그:#문재인, #시민캠프, #정치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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