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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연애를 하던 20대 초반의 나이 때도 제 주머니는 허허롭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장자인 데다가 병까지 드신 홀아버지와 애면글면 어렵게 살자니 하는 수 없는 노릇이었지요.

그러함에 아내를 만나면 아내가 늘 그렇게 제게 밥을 사 주었습니다. 경제적 깜냥이 매우 맛장수(아무런 멋이나 재미 없이 싱거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다름 아닌 저를 그러나 아내가 왜 배우자로 선택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를 일입니다.

아마도 당시의 아내 눈에는 뭐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던가 봅니다. 여하튼 당시 아내의 본가는 대전에 있었고 저는 천안서 살았지요. 따라서 아내가 보고파 이따금 대전에 오면 신도칼국수에 들러 주린 배부터 채웠습니다.

그리곤 대화동 다리를 건너 처가에 갔는데 그러면 아내가 쫓아 나와 반가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기억의 강물에서 출렁거리네요. 아들이 생후 백 일 무렵 대전으로 이사를 왔고 3년 뒤엔 딸을 보았습니다.

불과 3,500 원입니다.
▲ 맛 좋은 이 칼국수가 불과 3,500 원입니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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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도 제 주머니 사정은 여전히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시베리아 벌판에 다름 아니었죠. 따라서 가벼운 주머니로도 쉬 배를 채울 수 있는 신도칼국수의 단골손님이 된 건 어떤 기본옵션이자 당연지사의 수순이자 결과였던 것입니다.

때론 아이들도 데리고 가서 함께 먹었는데 녀석들도 참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요.
여기서 잠깐~! 제 나이가 오십을 넘어서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저는 배가 고프면 기운이 하나도 없고 짜증까지 납니다. 그래서 얘긴데 여러분들도 그러세요?

이런 맥락에서 오늘은 퇴근길에 배가 너무 고프기에 환승하는 대전역에서 하차한 뒤 모처럼 신도칼국수를 찾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맛. 가격 또한 아주 착해서 가득한 한 그릇에 고작 3500원!

바뀐 국수 그릇의 변쳔사입니다.
▲ 50년 역사를 써 오는 동안 바뀐 국수 그릇의 변쳔사입니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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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위치한 지역에선 칼국수 한 그릇이 보통 5천~6천 원씩이나 하니 이 집은 그에 비하면 얼추 반이나 가격이 싼 셈이죠. 대전역은 오늘 역시도 사통팔달의 관문답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또한 신도칼국수 역시도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이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게 돈이 없어 먹고픈 걸 못 먹을 때입니다. 50년 동안의 장구한 역사와 변함없는 맛까지를 자랑하는 신도칼국수는 나그네의 허허로운 주머니까지 달래주는 집이라고 감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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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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