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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신드롬이 6년 만에 막을 내렸다. 급진적인 개혁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서남표 총장은 2006년 7월 KAIST 13대 총장으로 임명되어, 전면 영어강의 시행, 재수강 제한, 징벌적 등록금 제도, 연차초과 학생 제재 등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학점이 낮은 학생을 공부하지 않고 노는 학생으로 간주하여 국민의 혈세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 '징벌적 등록금 제도'는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고 싶은 학생들의 학업 의지를 꺾고, 경쟁과열을 낳는다는 비판으로 폐지되었다. 한편 기초과목부터 제2외국어 수업까지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하는 제도는 학습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많아 사실상 교수의 재량권 안에서 선택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재수강 제한과 연차초과 학생 제재에 대한 문제는 아직 미결이다.

열화와 같은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선출된 서남표 총장이 6년 만에 개혁을 접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남표 총장 퇴진에 찬성하는 학내 여론은 그가 신뢰의 리더십을 잃었다고 평가한다. 구두와 서면으로 약속한 사안들을 너무나도 쉽게 뒤집고 부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남표 총장은 작년 교수협의회의 결정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겠다고 서명한 뒤 교수협의회가 총장 사퇴를 결정하자 협의내용을 잘 모르고 서명을 했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서남표의 퇴진을 주장하는 또 하나의 여론은 그의 개혁에는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에 재직했던 그는 KAIST가 글로벌 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하버드와 MIT를 성장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정책이 전면 영어강의다. 충격 적인 것은, 미국에서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영어로 가르치기 때문에 KAIST도 영어로 제2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논리였다. 한편 지난해 4월 KAIST 학생 4명이 연이어 목숨을 끊자, "명문대 자살률이 더 높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그의 교육 철학은 더욱 고립되고 말았다.

내년 3월 사퇴하겠다는 서남표 총장은 KAIST 정관 제17조에 따라 1월에 후임총장 후보를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후임총장은 차기정부와 효율적으로 협력하실 수 있는 분이 선임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차기정권과 KAIST의 관계까지 고려하는 책임감을 나타냈다. 그의 지난 행보로 보아 약속을 번복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퇴임 후 KAIST의 미래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보아 '어떻게 KAIST에 남을 것인지'보다 '어떻게 KAIST를 떠날 것인지'에 대해 오래 고민한 듯하다.

서남표 총장이 KAIST에 남긴 교훈은 무엇일까? "소통 없는 독선의 리더십을 가진 총장은 결국 쫓겨난다!"일까? 아니면, "급진적인 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자는 KAIST 총장직에 얼씬도 하지 마라!"일까? 6년 전 서 총장이 국민적 지지를 받은 기저에는 변화와 성공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소통 없는 개혁, 독선적인 변화는 우리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은 여전히 성공을 원한다. 다만, 더 이상의 독선과 갈등은 진절머리가 난다. 우리는 국민과, 그리고 KAIST 구성원들과 화합할 수 있는 개혁적인 총장을 선임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서 있다.


#서남표#KAIST#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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