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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5일 오후 4시 53분]

"정수장학회는 저도 관계가 없어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추진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대선경선 당시부터 줄곧 답했던 '무관하다'는 입장이 변하지 않은 셈이다. 그는 15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경남 선대위 발대식 참석 후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추진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답하며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을 보도를 통해 알았다, 이사회 결정으로 했나 보죠"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앞서 불거졌던 정수장학회 '장물 논란'이나 <부산일보> 편집권 침해 논란과는 궤를 달리 하는 문제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을 대선 60여 일을 앞두고 정치적 이벤트에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인혁당 사건 발언으로 불거졌던 과거사 논란 때처럼 박 후보가 직접 결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 마산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경남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한 뒤 정수장학회와 MBC의 지분매각 추진 논란에 대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정수장확회는 저도 관계가 없다"고 답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 마산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경남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한 뒤 정수장학회와 MBC의 지분매각 추진 논란에 대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정수장확회는 저도 관계가 없다"고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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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이날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측은 내부 협의를 통해 MBC 지분 30%, <부산일보> 지분 100% 등 언론사 지분을 매각하고, 그 중에서 6천억 원에 달하는 <부산일보> 지분 매각 대금은 부산·경남 지역의 복지사업에 쓰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내부 협의에 참여한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은 녹취록에서 "이게 굉장히 정치적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그림은 좀 괜찮게 보일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이벤트'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 18대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예상되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선심성 사업을 벌여 박 후보를 '지원사격'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선거운동용 매각' 야권 강공에도 "이 지역 발전 위해 쓰겠다는데..."

민주당은 "박정희 군부가 찬탈한 재산(정수장학회)을 매각해 그 딸인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용 카드로 활용하려고 한 것"이라며 연일 강공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정감사를 불참하고 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다. 또 이들은 항의방문 이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가 이제는 박근혜 후보의 홍보장학회로 그 본색을 드러냈다"며 "박 후보가 직접 정수장학회에 대한 과거사 입장을 밝히고 김재철 MBC사장과 최필립 이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맞받고 있다. 박근혜 후보와 정수장학회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사태가 박 후보의 발목을 또 다시 붙잡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원장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최필립 이사장이 퇴진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고,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해 소지가 있는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문제를 대선 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 마산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경남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선대위 임명장 수여자들과 함께 대선 승리를 다짐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 마산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경남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선대위 임명장 수여자들과 함께 대선 승리를 다짐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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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박 후보는 이날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무관하다"는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 그는 "저나 야당도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면서 "이 지역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 것인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공익재단이 자신의 지분을 활용, 부산·경남 지역의 복지사업을 하겠다는 것을 '정치적 이벤트'로 볼 수 없단 견해를 밝힌 셈이다.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이 온당하다고 보냐"고 재차 물었을 때도 "상관할 일이 아니다, 이사회가 알아서 하고 결정할 일"이라며 "법적으로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안대희 위원장이 최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에 대해선 "제 입장은 이미 밝혔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달 13일 <동아일보>와 지방 9개 언론사와 한 공동 인터뷰에서 "정수장학회가 정치적으로 개입되고 있다, 이사진이 잘 해결하길 바란다"며 최 이사장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적이 있다.

빛 바랜 '부마민주항쟁' 피해자에 대한 사과

한편, 정수장학회 언론사 지분매각 추진 논란으로 빛이 바랬던 것은 부마민주항쟁 피해자들에 대한 박 후보의 사과였다. 유신정권 당시 대표적 민주화 항쟁인 부마민주항쟁은 오는 16일 33주년을 맞이한다. 유신정권 붕괴의 도화선으로 평가받는 부마항쟁에 대해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 후보가 직접 사과 의사를 표한 것.

박 후보는 이날 경남 선대위 발대식 인사말에서 "내일(16일)이 부마민주항쟁 기념일이다,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고 피해를 입은 분들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며 "정리가 안 된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저와 새누리당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또 "제가 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직접 맡은 것도 산업화와 민주화의 그늘을 풀겠다는 각오를 했기 때문"이라며 "격차와 소외를 해소하고 상처를 치유해서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시대적 소명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남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기적적인 경제성장의 역사를 써갈 때 경남은 산업화의 전진기지였고 우리가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갈 때 경남은 민주화의 성지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100% 대한민국, 국민대통합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때도 산업화의 주역이자 민주화의 성지인 경남이 그 역사적 과제를 실현하는 국민 대장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후보는 부마민주항쟁 사과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그는 "부마민주항쟁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구체적 방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민대통합위 위원들과 함께 의논해 할 일"이라고 말했다.


태그:#박근혜, #정수장학회, #MBC, #부마민주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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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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