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과학기술나눔 마라톤 축제에 나란히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과학기술나눔 마라톤 축제에 나란히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에 대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단일화 압박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제기할 때만 해도 야권단일후보 협상의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 양상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14일 안 후보를 향해 공동의 정치혁신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하면서부터는 후보단일화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새누리당에서는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마침내 단일화 구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비아냥거림이 터져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앞서 정책 행보를 통한 외연 확장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문재인의 '정치혁신위' 제안이 안철수에 통하지 않는 까닭은?

"조국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혁신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할 것을 안철수 후보 측에 정식 제안한다."

문재인 후보 캠프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정치혁신위원회 구성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1일 '야권 후보 단일화' 3단계 방안을 제시한 것의 첫 번째 단계를 말한다. 조 교수는 혁신위 구성 이후 공동정강정책을 확립하고 세력관계를 조율해 후보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진 대변인은 이런 3단계 방안에 대해 "매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정치혁신위원회에 반반씩 동수의 위원을 추천하고 위원장에 조 교수를 합의해서 선임하자"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치혁신위원회는 후보 단일화 1단계로 제시된 것이지만 안 후보 측이 지금 당장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후보 단일화 전제 없이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 측의 답변이 있을 때까지 자체적인 정치혁신위원회는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진 대변인의 말대로 이미 안철수 후보 측은 "지금 단일화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후보 각자의 정책을 가지고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때라는 것이다. 그래서 진 대변인은 '후보 단일화 전제 없는 정치혁신위 구성'도 가능하다고 '회유'에 나섰지만, 이는 어폐가 있다. 조국 교수가 제안한 정치혁신위 자체가 후보단일화 논의를 위한 1단계로 제안되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 측은 당장 민주당과의 정치혁신위 구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우리가 처음부터, 출마기자회견이나 정책 발표 때 얘기했지만 3자(박근혜-문재인-안철수)가 만나는 게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선거는 결과만 중요한 게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선거 과정을 통해서 그런 합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회에서 하는 것이라면 양자만 만나면 되지만, 지금 하자는 것은 선거 과정에서 3자 간에 합의를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특히 "(민주당의 말대로) 단일화를 전제한 것이 아닌 정책 협의라면 더욱 더 3자가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의 단일화 구걸"... "표 확장성 한계, 딱하다"

안 후보 측이 문재인 후보 측의 제안을 거부하며 박근혜 후보 측이 참여하는 '3자 회동'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안 후보 측 또한 문 후보와의 2자 회동은 기피한 채 3자 회동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후보는 지난 11일 재벌개혁 정책을 발표하면서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 측에 "3자가 모여 경제민주화 정책을 합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정책 협의를 제안했다. 안철수 후보 측은 "빠른 시일 내 세 후보의 경제민주화 책임자가 만나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놓고 협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환영했다.

반면 박근혜 후보 측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후보 측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민주당과 새누리당만 합의에 도달하면 된다"며 무소속인 안철수 후보 측의 참여에 거부감을 나타낸 것.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과 2자 회동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두 후보 캠프 간 정책 협의에 대한 구체적 행보가 이어진다면, 자연스레 야권단일화 논의에 앞서 사전 작업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우리는 3자 회동이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해, 민주당과의 2자 회동을 사실상 거부했다. 안철수는 문재인의 2자회동을 거부하고, 박근혜는 안철수의 3자회동을 거부하는 모양새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잇단 정책 협의 제안을 사실상 '외면'하면서 박근혜 후보의 참여를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단일화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어떤 내용의 정책 협의든, 박 후보를 제외한 채 문 후보와 단둘이 만나는 순간 모든 정치적 이슈는 '단일화 쓰나미'에 급속도로 휩쓸려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뒤늦게 출발한 안 후보로서는 자신의 얘기를 대중에게 피력할 공간을 상실하게 된다.

안철수 후보가 14일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입당 요구에 대해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다"며 "진정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잘 헤아렸으면 좋겠다"고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민영 대변인은 "지금은 각자 정권교체와 새로운 변화를 위해 집중하고 노력할 때"라며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후보는 지난 13일 "단일화는 꼭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뒤,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에 들어와서 경쟁해서 단일화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또 "제가 민주당 후보가 됐으니 안 후보에게 불리한 방법이 아니냐고 염려가 있을 수 있지만, 제가 후보로서 기득권을 내려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스스로 "저와 안 후보의 입장이 달라 전적으로 안 후보가 판단하고 결정할 몫"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역시 안 후보의 현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문 후보가 계속해서 단일화 압박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뭘까?

일단 문-안 후보 단일화를 가장 경계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마침내 단일화 구걸에 나선 것"이라며 정치 공세에 나섰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이날 "의석 127석을 가진 당이 독자적으로 자기 혁신이나 정치쇄신을 못해서 단 한 석 밖에 없는 무소속 후보의 이미지에 빌붙어 (정치)쇄신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말 코미디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이상일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이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은 '단일화 여론'을 일으켜 안 후보를 압박하고 궁극적으로는 안 후보를 대선 무대에서 퇴장시키려는 술책이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안철수 후보 캠프의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지난 11일 문재인 후보 측의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에 대해 "추석 이후 캠페인에서 표의 확장성이 한계에 부딪히고, 경쟁적인 측면에서도 한계를 보이니까 국민이 식상한 정당(후보)론을 내세우는 모습이 딱하다"고 꼬집었다.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과학기술나눔 마라톤 축제에 참석한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즉석에서 사회자의 제안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과학기술나눔 마라톤 축제에 참석한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즉석에서 사회자의 제안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것이냐보다 야권 지지층 확장이 관건"

그러나 김성식 본부장의 말과 달리 추석 명절 이후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주춤한 반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상승 흐름은 뚜렷했다. 특히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에서 문재인 후보의 우세가 뚜렷했는데, 10월 5~6일 조사된 한겨레 조사에서는 문재인 49.8%, 안철수 39.7%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문재인 58.2%, 안철수 37.3%로 지지율이 역전됐다. 야권 지지층 내에서조차 변화 기류가 감지된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위한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런 흐름을 등에 업고서다. 상승세에 있을 때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 박차를 가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문 후보는 지난 10일 민주당 전북도당 당원 간담회에서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은 금물"이라며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날 문 후보는 작심이라도 한 듯 '정당후보론'으로 안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를 앞서고 있지만 유독 전북 지역 등 호남에서만 안 후보에게 뒤졌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도 상승이 야권 지지층 내에서 안철수 지지층이 일부 이동한 결과라는 점이다. 따라서 최근 여론의 흐름은 문 후보의 활약에 따른 지지층의 확장이 아니라 오히려 안철수 후보의 약세로 야권 지지층의 확장이 주춤해졌다고 봐야 한다는 게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최근 <창비 주간논평>에 기고한 글에서 "안철수 지지율 하락은 안철수의 대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을 넘어서 야권 지지층 확장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측은 당장의 지지도 상승으로 인해 고무된 분위기일 수 있으나 그리 긍정적인 상황만은 아니다"면서 "문재인의 지지도 상승은 안철수의 등장, 그리고 안철수가 확장한 지지층과 그로 인해 활성화되어 정권교체 요구로 이어진 민심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정책과 아젠다를 놓고 후보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정치에서 소외된 이들과 젊은층, 그리고 이들의 변화에 대한 열정을 대선 공간으로 끌어들여야 정권교체도 실현 가능하다"며 "현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것인가의 문제, 즉 야권 지지층 내의 이동이 아니라 야권 지지층의 확장 등 구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후보단일화, #정치쇄신특별위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