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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달리는 게
힘드니.

이제 시작인데?

-싸이 단편시집 '시청 콘서트' 중에서-

놀 때는 좋았지... 까치발 때문에 발가락에 쥐가 나고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위아더 원' 노래를 부르며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위아더 원' 노래를 부르며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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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때는 좋았지. 잘못하다 죽을 뻔했다. 사람들에게 깔려 죽을 뻔하고 미칠 듯한 '떼창'에 목이 아파 죽을 뻔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하얗고 풍만한 그의 자태(?)를 엿보려 까치발을 세웠다 발가락에 쥐가 나 죽을 뻔했다.

가방을 열어보니 공연 전에 먹으려고 편의점에서 산 빵은 납작하게 눌려 크림을 토해낸 채 사바세계로 떠났다. 여기에 부랴부랴 새벽 2시 반에 집에 들어와 문장을 짜내느라 날을 하얗게 지새우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는 건 함정! 싸이가 평소대로 4시간 연장 공연을 했다면 아마 걸어서 집에 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콘서트를 보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저세상으로 갈 고비를 넘겼지만 "이래도 그런 공연에 다시 가고 싶으냐?" 묻는다면 "물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의 시청 콘서트는 기자회견에서 공언한 싸이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자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밤의 원사', '유흥의 신', '두 개의 군번'을 가진 두주불사의 싸이는 이 무대를 통해 전 국민적 이벤트 메이커로 등극했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 부동의 슈퍼스타다. 앞으로 당분간 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다.

싸이 음주 퍼포먼스, 공연의 절정이었다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며 '강남스타일' 노래를 부르기 위해 상의를 탈의하고 있다.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며 '강남스타일' 노래를 부르기 위해 상의를 탈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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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공연에서 싸이의 퍼포먼스보다 더 놀라웠던 건 그의 겸손한 자세였다. 그는 무대에서 "전 그냥 한국에 사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뚱뚱한 남자입니다. 그런 저를 싸이로 만들어주셔서 온몸으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절제된 화법으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멘트였다.

그는 진심으로 대중들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강제출국'을 외치며 빌보드 1위에 조바심을 냈던 스스로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는 자신에게 쏟아진 성공의 무게들을 아주 슬기롭게 짊어지고 있었다.

데뷔 이후 겪은 몇 번의 굵직한 시련들은 아마 그가 성공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게 만든 약이 됐으리라. 그렇게 몇 번의 아픔을 통해 밤의 자식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양지로 끌어내는 자기만의 생존 방식을 체득했을 것이다.

마른안주 냄새와 클럽 계단의 매캐한 냄새를 사랑했던 '밤의 자식'은 그렇게 낮의 따사로움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강남의 아들이 됐다. 그의 유행어 "드레스 클래지, 댄스 치지"(dress classy dance cheesy)는 어쩌면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일지도 모른다.

그의 말은 진중했지만 퍼포먼스는 '얄짤 없이' 가벼웠고 또한 묵직했다. 첫 곡을 '라잇 나우'로 시작해 초반부터 공연장을 초토화한 싸이는 이후 '연예인'과 '새', '흔들어 주세요', '나 이런 사람이야'를 연이어 부르며 단 20분 만에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윤복희의 '여러분' '아버지'와 '낙원'을 함께 부르며 잠시 쉬어가던 싸이는 "준비한 것이 많다"며 다시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시작으로 5곡의 메들리를 선보인 그는 '챔피언' '강남스타일'을 다시 한 번 부르며 서울 시청을 폭발 직전의 상태로 이끌었다. 상의 탈의 퍼포먼스와 함께 이뤄진 그의 음주 퍼포먼스는 그 절정이었다. 관객들의 바람대로 '원샷'은 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이쯤 되면 싸이를 국위선양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이든, 검은 비닐봉지를 흔들어댔던 그의 골수 추종자든 아무래도 상관 없어 보인다. 놀 때만큼은 생각보다 몸이 앞서는 게 매너니까. 우리가 언제 남녀노소 모두 광장에 모여 재밌게 춤출 기회가 있었던가.

생각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른 모두가 광장에 모여 재밌게 놀 기회를 마련해 준 것만으로 우린 그에게 큰 빚을 졌다. 그는 우리 모두를 챔피언으로 만들어줬으니까. 안 그래요 싸이?


태그:#싸이, #시청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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