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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약초도감>
책겉그림<약초도감> ⓒ 보리
추석 명절을 맞아 시골집에 다녀왔습니다. 추석명절이라도 농촌에서는 일손이 바쁘기 그지 없죠. 고추 비늘도 걷고, 마늘도 심고, 또 양파 모종도 가꿔야 하죠. 며칠 째 그 일들을 홀로 해 왔다는 울 어머니를 생각하면 안쓰러울 뿐이죠. 그래도 명절을 맞이해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었으니 마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그 일들을 모두 마친 저녁 무렵, 모처럼만에 온 식구들이 방안에 모여들었죠. 밥상머리에는 갈비도 나왔고, 갈치랑, 파김치랑, 세발낙지랑, 전어랑 또 여러 나물들도 올라왔죠. 그 중에 눈에 띄는 게 있었다면 도라지무침이었죠. 바로 위 형수님 말로는 그 도라지가 5년은 묵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때 떠 오른 게 있었습니다. 도라지의 효과 말이죠. 도라지는 적어도 5년 정도는 묵어야 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죠. 그래야 감기에 걸리거나 가래가 끓을 때 물에 달여 먹으면 잘 낫는다고 합니다. 또 폐렴이나 폐결핵에 걸렸을 때도 먹으면 썩 좋다고 하죠.

그와 같은 사실은 우리 땅에서 나는 약초 107종을 담고 있는 <약초도감>에 잘 나와 있습니다. 어린이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그 약초들을 세밀화로 정확하게 그려 놓고 있죠. 그 약초들을 가나다 순으로 설명하고 있고, 책 뒷머리에는 약초와 약재 이름을 비롯해 쓰는 부위와 성질과 맛과 약효에 대해서도 따로 구분해 놓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결명자는 눈을 밝게 하고, 눈이 아플 때나 밤에 앞이 잘 안보이는 야맹증에 좋습니다. 위와 간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을 낮춰서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습니다. 오래 먹으면 똥이 굳어 안 나오는 변비에도 좋습니다. 또 머리가 아플 때 베개 속에 결명자를 넣으면 좋아요. 결명자 잎을 나물로 무쳐 먹거나, 감잎을 함께 넣어 달여 먹어도 눈에 좋습니다. 결명자를 넣고 목욕을 하면 피가 잘 돌고, 정신이 맑아진답니다."(47쪽)

콩과 식물인 결명자를 일컫는 설명입니다. 약재 이름도 결명자라고 하는데,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결명자차도 가끔씩 마셨던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저녁 밥상머리에서 결명자차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어머니께서도 종종 자식들에게 끓여 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 눈이 좋은 걸까요? 아직까지도 안경 쓴 형제들이 없는 걸 보면 말이죠.

그런데 내가 이 책을 관심 갖고 들여다보게 된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사실 방광도 안 좋고, 소변도 자주 보는 편이기 때문이죠. 물론 일반 병원도 찾아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몇 군데 병원에서 이렇다 할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죠. 더욱이 양약이라는 것도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화학적 약리반응에 익숙한 처방전이고요. 그런 관점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몸에 이로울, 약초에 집중하게 된 것이죠.

이 책을 보니, 콩팥을 좋게 하고, 또 오줌이 찔끔찔끔 나올 때 시원하게 싸도록 해 주는 약초가 몇 가지가 있었죠. 이른바 '모시풀'과 '새삼'과 '석위'와 '원추리' 그리고 '질경이택사'가 그들이었습니다. 모시풀은 약으로 쓰는 부위가 뿌리였고, 새삼은 씨를 약으로 쓰고, 석위는 잎을, 원추리는 뿌리를, 그리고 질경이택사도 뿌리줄기를 약으로 쓴다고 설명해 놓고 있습니다.

새삼 이 책 130쪽에 실려 있는 '새삼'입니다. 새삼은 가을에 씨가 여물면 덩굴을 거두어 햇볕에 잘 말린 뒤, 씨를 털어서 약으로 쓴다고 합니다. 밤에 오줌을 싸는 아이들에게도 참 좋다고 하죠. 분명 어릴 적 봤던 것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새삼이 책 130쪽에 실려 있는 '새삼'입니다. 새삼은 가을에 씨가 여물면 덩굴을 거두어 햇볕에 잘 말린 뒤, 씨를 털어서 약으로 쓴다고 합니다. 밤에 오줌을 싸는 아이들에게도 참 좋다고 하죠. 분명 어릴 적 봤던 것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 보리

그런데 이들 다섯 가지 약초에 대해 여러 형제들과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하는 소리가 그것이었습니다. 그것들이 시골 들판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는 것 말이죠. 그만큼 시골에서는 그 약초들이 흔하디흔한 '잡풀'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의 남한산성 아래에서는 그걸 찾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여 앞으로 기회가 되면 이 책을 들고 남한산성 아랫녘을 뒤져볼까 합니다.

"지금도 기침감기에 도라지를 끓여 먹거나 눈이 침침할 때 결명자 씨를 끓여 먹는 것처럼 굳이 병원에 안 가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로 집에서 약을 지어 먹는다.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이 집에서 만들어 먹던 약을 과학적이지 않고 터무니없고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꺼리고 무시하는 경우가 때때로 있지만, 잘 살펴보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집에서 병을 미리 막거나 고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있다."(248쪽)

정말로 그랬습니다. 그 옛날 시골 뒷산에 올라가 콜라 병에 찔렸을 때에도 울 어머니는 민간요법으로 나를 치료해 주었고, 또 가끔씩 아플 때면 들판에 있는 약초 뿌리를 케 와서 끓여 준 덕도 많았습니다. 어찌보면 시골에 사는 우리 어머니들이 더 현명한 약방도사였지 않을까요? 이 책은 어머니의 손길이 미쳤던 그 추억들도 더듬어보게 하니, 더욱 좋았습니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약초 도감 (보급판) - 우리 땅에서 나는 약초 107종

이원우 그림, 이영종.박석준 감수, 보리(2016)


#〈약초도감〉#우리 땅에서 나는 약초 107종#새삼#원추리#모시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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