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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천안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강제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학교폭력 가해 학부모가 행정심판 청구하기까지

교내분실사건과 학교폭력 혐의를 받고 있던 A학생 사건이 Z학교 학생과에 접수된 것은 지난 6월 27일. 기말고사 기간인 7월 2일~5일 동안 세부조사가 진행됐고 6일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렸다. 이후 7월 10일 '전학통지문'이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A학생 부모에게 전해졌다. 학교 측의 강제전학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보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전학이 결정된 곳은 현재 다니고 있는 중학교에서 10㎞ 이상 떨어진 면지역의 모중학교로 등교시간만 1시간 20분이 넘게 걸린다. 이에 A학생 부모는 강제전학과 전학시의 절차과정 및 과잉체벌을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충남교육청 시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는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기각 이유는 '해당 중학교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위법한 점을 발견할 수 없으며, 가해행위의 지속성, 고의성, 심각성 및 피해학생들의 보호, 대상학생의 선도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두고 살필 때, 전학조치는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A학생 부모는 Z학교의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징계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심판을 지난 11일 접수한 상태다.

A학생의 학부모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자녀의 가해혐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 가해혐의를 받고 있는 A학생의 어머니 B씨는, "피해학생이 복도에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을 증언해 줄 아이가 두 명이나 있고 직접 자필로 증명까지 해줬다. 그런데 피해 아이의 말만 믿고 단 한 번도 철저한 조사없이 징계위원회를 열고 전학이라는 중징계까지 내린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학교 교문 위에 걸린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 기간'이라 적힌 현수막
 어느 학교 교문 위에 걸린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 기간'이라 적힌 현수막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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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처음 잘못은 우리 아이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얌전히 선생님들이 원하는 바 대로 학교생활을 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원하는 모범적인 모습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이제 중학교 1학년밖에 안 된 아이의 미래를 놓고, 아이나 부모와 충분한 상의와 타협도 하지 않은 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 생각한다"며 "14살 아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상처에는 누구 하나 마음 써주지 않고 선도의 의지없이 철없는 아이의 잘못만 지적하고 징계한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조사과정에 참여했던 교사 2명을 고소한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면 학교 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의 시간을 가져줄 것으로 기대해 내렸던 불가피한 결정이다.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오히려 부모의 행동이 아이에게 더 가혹한 결과를 불러온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B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내린 결정이며 그 결정에는 아무 하자가 없다. A학생의 학부모가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아는데 그 결과를 지켜본 뒤 추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해학생 부모는 더 이상 이 문제로 아이가 거론되는 게 싫다며 연락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고.

기록 평생 가는데... 학교 징계 신중해야 하는 이유

의무교육과정인 중학생들에게 내려질 수 있는 처벌은 학교·사회봉사시간할당, 등교정지, 강제전학 등이 있다. 강제전학은 가장 가혹한 처벌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처벌이라는 '강제전학'도 요즘같이 네트워크가 발달한 시대에는 학교적응 및 생활태도 개선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전학하는 아이에 대한 정보나 소문이 새로 전학갈 학교에 쉽게 퍼지기 때문. 전학하는 학교가 특별한 관리프로그램이나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지난 3월, Z학교에서 아산으로 강제전학을 간 한 학생은 그곳에서도 적응을 못해 다시 한번 학교를 옮겼고, 그 학교에서도 부적응 학생으로 분류돼 또 학교를 옮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학생과 비슷한 시기에 강제 전학된 같은 C학생도, 피해학생이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합의까지 해주었지만 전학조치 됐다. C학생은 '올해 말까지 아무 문제없이 다니면 내년에는 다시 천안시내 학교로 전학시켜준다'는 조건 하에 등교만 1시간 50분 가량이 걸리는 면지역으로 통학하고 있다.

천안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올 4월 1일부터 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 이후 천안지역 29개 중학교에서는 총 8명의 강제전학생이 발생했다. 그중 A학생이 다니는 Z학교에서만 3명의 전학생이 나왔다.

학교폭력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되기 시작하면서 중학생의 경우 5년, 고등학생의 경우 10년까지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대전·충남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주까지 학폭위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심판을 제기한 건수가 대전 3건, 충남 1건으로 알려졌다. 이런 추세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학교폭력은 철저하게 피해학생의 입장에 서서 해결해야 하고 예방과 사후 관리를 위한 노력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학교 역시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선도하는 곳임을 망각해선 안된다. 대책없는 처벌 일변도의 조치는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아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조사와 징계과정에서 철저하고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아산지역 주간신문인 충남시사신문 737호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충남시사신문, #학교폭력, #이진희, #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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