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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객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 2011 정선아리랑제 모습 많은 관객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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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하늘은 높고 푸르다. 한 달여 지루하게 이어지던 비 끝이라 하늘에서 쏟아지는 한 줌 햇살이 더 없이 소중하고 반가운 요즘이다. 연이어 올라온 태풍도 다행히 정선을 비켜갔으니 정선의 가을은 아름다움으로만 피어난다.

지금 정선은 추석 맞으랴, 축제 준비하랴

아침저녁으론 선득하다 못해 춥다는 느낌까지 드는 정선의 아침, 입에선 입김이 설설 피어 오른다. 산정에선 단풍이 색을 더하고 그 단풍이 민가를 향하는 지금 골짜기에선 약성 좋은 더덕이며 도라지, 황기, 오미자 등의 특산품이 농부들의 손에 의해 캐어진다. 논밭에선 알곡이 여물어가고 비가 온 덕에 송이나 능이, 표고버섯, 노루궁뎅이 같은 버섯들도 제 모양을 뽐내고 있으니 바야흐로 넉넉하고도 풍성한 가을이다.

추석 대목장을 하루 앞둔 정선장터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고 상인들은 골짜기에서 나온 진귀한 것들을 진열하느라 바쁜 모습들이다. 이러한 때 정선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은 정선아리랑제를 준비하는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사장 이종영)' 사람들이다.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있는 정선아리랑을 전승하고 보전하기 위해 펼쳐지는 정선아리랑제는 내달 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정선아리랑공원과 아라리촌 일원에서 성대하게 열린다.

어제(25일) 찾은 행사장은 행사에 필요한 무대와 부스 설치로 정신이 없고 정선아리랑문화재단 사무실 또한 들고 나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사무실이 워낙 바쁘게 돌아가는 터라 이종영 이사장께 인터뷰를 청하기도 민망했다. 그럼에도 궁금한 것이 있어 몇 가지만 묻기로 하고 마주 앉았다.

정선아리랑을 현대무용으로 승화했다.
▲ 현대무용 정선아리랑을 현대무용으로 승화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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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 국가문화제로 승격되어야"

- 정선아리랑의 가치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정선아리랑은 천년의 소리를 간직한 대한민국의 대표적 민중 노래입니다. 채록된 가사만도 9만 여 수가 이르니 정선아리랑이 소리의 보고요, 가사문학의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아니, 세계 어디에도 이러한 문화유산은 없을 겁니다."

- 정선을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데요. 정선아리랑이 이토록 오랜 세월 전승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선 사람들의 심성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선이 '산첩첩 물첩첩'인 고장이다 보니 실정에 맞는 노동요가 필요했을 것이고 착취나 억압에 대한 저항을 풍자나 해학으로 풀어야 했으니 아라리 가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012 정선아리랑제를 준비하는 이종영 이사장과 짧은 인터뷰.
▲ 정선아리랑문화재단 이종영 이사장 2012 정선아리랑제를 준비하는 이종영 이사장과 짧은 인터뷰.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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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정선아리랑제는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요.
"정선아리랑제는 대한민국 대표축제 중 하나이며 올해로 37회째를 맞이했어요. 정선아리랑이 현재 강원도 무형문화제 1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올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다고 합니다. 재단에서는 그 일을 계기로 정선아리랑을 국가문화제로의 승격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러자면 우리가 정선아리랑을 더 많이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여 이번 축제의 주제를 '우리 모두 흥겹게, 흥얼! 흥얼! (興all~興all~)'로 정했습니다."

- 전국에 아리랑이 산재되어 있는데 정선아리랑을 국가문화재로 승격하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역사성과 정통성을 놓고 보면 정선아리랑이 단연 가장 앞섭니다. 학자들도 그렇게 인정했고요. 대한민국 아리랑의 뿌리가 정선에 있으니 정선아리랑이 국가문화제로 되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몇 마디 나누는 중에도 이종영 이사장을 찾아오는 사람과 걸려오는 전화가 빗발쳤다. 더 이상의 인터뷰는 불가능하여 사무실을 나섰다.

가을을 맞은 정선 거리는 아리랑 가락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청사초롱이 내걸리고 행사를 알리는 깃발도 펄럭였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님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 정선아리랑 가사 중에서

천년 세월 정선사람들이 만들어낸 정선아라리는 눈물을 흠뻑 쏟게 만드는 긴 아라리와 흥에 겨워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자진아라리, 해학과 풍자가 일품인 역음아라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축제장에 오면 저도 모르게 울다 웃다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2011 정선아리랑제 때 정선아리랑 춤을 공연했다.
▲ 정선아리랑 춤사위 22011 정선아리랑제 때 정선아리랑 춤을 공연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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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 경창과 문학콘서트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2012 정선아리랑제 주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어르신과 청소년, 다문화가정 경창대회를 비롯해 전국아리랑경창대회가 있고 정선아리랑 기능보유자들의 특별공연도 마련되어 있다. 이와 함께 정선사투리골든벨과 고무줄짱언니 선발대회, 줄씨름, 뗏목재현, 삼베길쌈, 한시백일장, 주모 전산옥선발대회, 정선아리랑 배우기 등의 전통 체험 행사와 상시 행사로 전통 음식 체험 코너와 헌책난장, 벼룩박물난장, 각종 민속놀이 등이 나흘간 펼쳐진다.

또한 3일 오후 6시부터 아라리촌에서는 '정선아리랑, 문학을 노래하다'는 주제로 손세실리아 시인과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에 출연 중인 명품배우 안석환, 가수 손병휘와 인디언 수니, 대금연주자 심원섭씨 등이 출연하는 문학콘서트가 열려 정선아리랑이 문학의 보고임을 입증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사회는 필자가 맡는다.

같은 날(3일) 밤 8시엔 고구려밴드와 재즈가수 웅산, 강허달림 등이 출연하는 아라리촌 밤풍경음악제도 열려 축제의 깊이를 한층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정선아리랑제가 열리는 그 시기엔 전국 5대 억새군락지 중 하나인 민둥산 억새축제도 이어지니 추석 연휴를 맞아 정선에 오면 곱게 물든 단풍과 함께 민둥산 억새와 정선아라리, 정선5일장, 레일바이크, 짚와이어, 정선산나물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이요, 지친 몸을 치유하는 데도 더 없이 좋은 시간이 될 듯싶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소리쳐 부른 우리의 노래 '아리랑'. 그 모태가 정선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도 이번 가을에 해야 할 멘션 중의 하나일 것이니 추석 연휴 정선으로의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고은 시인을 비롯해 많은 문인들이 정선아라리문학축전에 참여했다.
▲ 2011정선아리랑제 행사에 참여한 문인들 고은 시인을 비롯해 많은 문인들이 정선아라리문학축전에 참여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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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정선아리랑제 홈페이지 http://www.arirangfestival.kr



태그:#정선군, #정선아리랑, #정선아리랑제, #문학콘서트, #민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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