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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드림팀, 안철수의 차이점을 만들다

25일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도라산 역을 방문해 핵심 공약인 '남북경제연합' 구상을 밝혔다. 문 후보가 새로운 시대로 가기 위해 열어야 할 정책 비전으로 제시한 소위 5대문(일자리의 문, 복지 국가의 문, 경제 민주화의 문, 새로운 정치의 문, 평화와 공존의 문) 중 '평화와 공존의 문'이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남북경제연합위원회의 첫 출발을 알리는 도라산 모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그 자리에 모인 인물들의 면면이었다. 그곳에는 그야말로 민주정부 10년간 대북관계를 좌지우지했던 이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햇볕정책을 만들고, 북한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담론 수준의 남북경협을 현실로 만들었던 임동원, 정세현, 이종석, 정동영,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이 문 후보를 중심으로 한자리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드림팀이란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문 후보는 도라산 역 방문 전 선대위에서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정동영 전 장관을 임명하고 임동원, 정세현, 이재정 전 장관들과 연세대 문정인, 김기정 교수 등을 영입함으로써 대북관련 정책 팀을 구축했다. 이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될 듯하다. 사실, 대북정책에 있어서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두 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결국, 어떤 이들이 후보를 돕느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전직 통일부장관들이 25일 오전 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던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경의선도로를 걷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정, 정동영, 문재인 후보, 임동원, 정세현, 이종석.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전직 통일부장관들이 25일 오전 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던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경의선도로를 걷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정, 정동영, 문재인 후보, 임동원, 정세현, 이종석.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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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북정책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사람이 중요하다. 왕래가 자유롭지 않은 냉전체제에서 북한과 관련된 실무적인 경험을 갖고 있어야 하며, 상대 측인 북한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MB정부의 대북정책이 완벽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기존 인력자원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 아니던가. 휴민트(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가 붕괴되어 김정일 죽음도 언론을 통해서 알아야 했던 이 한심한 정부 꼴이라니.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문 후보가 대북정책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을 싹쓸이 했다. 실무적인 경험을 가지고 정책을 디자인했던 대부분의 인사를 독점한 것이다. 물론 안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그 조직과 인물들이 그대로 흡수될 것이라 전망되지만, 어쨌든 단일화 이전 문 후보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구축은 안 후보에게 뼈아픈 한 방이다.

대통령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와 당의 유기적 결합이 가장 중요한 대북정책의 전문가들이 문 후보에게 쏠렸다는 이야기는 무수속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남북경제연합위원회' 구축에 있어서 정동영 전 장관의 임명은 매우 뜻깊다. 현재의 정동영은 과거 단순히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동영 이상의 상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버스를 타고 내려가 한진중공업 파업을 갈무리 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한미 FTA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쌍용차나 용산 사태 등 시대의 아픔이 있는 곳에 기꺼이 나타나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가장 치열하게 싸운 정치인이 바로 정동영이다. 그가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고 문재인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수장을 맡은 것이다. 그만큼 남북관계가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문재인 캠프의 대북정책은?

그렇다면 과연 문재인 캠프의 드림팀이 내놓는 대북정책은 무엇일까? 문 후보는 "평화가 곧 경제"라며 "남북이 먼저 경제 공동체를 이루고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집권하면 임기 중에 남북경제연합을 이루고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반도를 경제적 공동체로 통합해 '30-80 시대'(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8000만 한반도)를 열겠다는 것이다.

사실 문 후보의 이런 구상은 이전 민주정부 10년간 계속해서 들어왔던 빤한 레퍼토리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가 다시금 솔깃한 것은 결국 최근 5년 동안의 경험 때문이다.

우리는 MB 정부를 거치면서 기존의 햇볕정책이 퍼주기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오히려 활발한 남북경협이 평화유지에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금강산과 개성이 막히자 북한은 그 종속의 위험에도 중국에 손을 벌려 국제적 고립을 돌파했다. 대신 우리는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물론 아직까지 북한이 범인이라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 등을 치르면서 내부 갈등만 키웠다. 햇볕정책만이 대북정책의 유일한 대안임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대북정책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햇볕정책의 정당성이 아닌 그 유용성을 거론해야 한다. 이미 MB 시대를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봉쇄 정책은 아무 의미가 없음을 깨달은 바, 햇볕정책으로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한다. 단순히 좋다가 아니라 어떻게 좋은지 구체적 수치를 반영하며 자세히 그려줘야 한다.

예컨대 남북경협의 활성화는 최근 격화되는 경제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대응책이다. 많은 이들이 90년대 일본과 같은 L자형 경제위기를 걱정하지만,우리가 북한과의 경협을 활성화시킨다면 이는 경제 위기 극복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대선 주자들이 그토록 외치는 일자리가 남북경협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으며 나아가, 경협으로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군축까지 가능하게 되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국방비 예산도 줄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리면서 북한의 리스크를 언급하는데서 볼 수 있듯이, 북한과의 경협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과정에서 제국주의적인 발상은 지양되어야 한다. 북한을 단순히 남한 자본의 개척지로 생각하거나 개발, 투기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 남북경협은 절대적으로 남한과 북한 그 공동체를 이루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며, 평화 공존의 안전핀 구실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 남북경협이 갖는 위상이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효과이다.

앞으로 문 후보 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주자들도 북한과 관련된 정책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부디 이번 대선이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서 중요한 분수령이 되길 바란다. 중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의 패권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현 시기에 제대로 된 남북관계 정립이야말로 우리의 생존조건임을 대선 주자들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길 바란다.


태그:#문재인, #남북경제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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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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