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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5·16과 유신,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5·16과 유신,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 남소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과거사 관련 입장 표명 이후 여론이 미세하게 갈리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필요한 일을 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역시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헌정파괴를 불가피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또한 진상 규명이나 명예 회복과 같은 후속 조치가 이어지지 않으면 아직 진정성이 담긴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신중한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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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인혁당 사건의 유가족들은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할 바에야 차라리 가만히 있어달라는 처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박 후보의 사과에 담긴 진정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혁당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청학련 사건'의 당사자이자 박 후보의 '두 개의 판결' 발언 당시 눈물을 흘리며 박 후보를 비판해 화제를 모았던 유인태 민주통합당 의원은 25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 박 후보의 사과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유 의원은 "이 정도 발언이라도 떠밀려서 나온 건 나온 셈이니 진전은 진전이겠지만 국민의 압력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며 "사과라고 하는 차원에서 본다면 유족들을 한 번 더 슬프게 한 사과"라고 말했다. 치열한 3자 구도의 대선 정국에서 떨어지는 지지율을 붙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없는 소리를 억지로 한 것이고 그 점에서 유족들은 상처를 받았다는 것.

인혁당 사건의 유가족들, 마음 없는 사과할 바에야 차라리 가만있어 달라

덧붙여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정권이) 아직도 기적적인 압축적 성장 과정에서 일어난 불가피한 상황이란 게 전제되어있고 그 점에서 박 후보의 역사인식이 하나도 바뀌지가 않았다"며 "어제 회견은 안 하느니만 못하고 또 한 번 그분들을 분노케 하여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그런 사죄였다"고 말했다. 만약 지난 입장에서 현재의 입장으로 생각이 바뀐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하거나 납득이 가도록 했다면 그나마 조금의 위안이라도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유 의원의 주장이다.

또한 유 의원은 일본의 식민사관을 예로 들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일본이 식민 지배를 두고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인식을 하는 가운데에 억지로 '통석의 념' 같은 사과를 했다가 지금에 와서 다 취소한다고 하지 않느냐"며 "마찬가지로 저런 말이라도 나온 게 평가할 만하더라도 지난 발언의 인식은 전혀 바뀌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억지로 떠밀려서 사과한 것이니 정권을 잡은 뒤 혹은 대선 정국이 끝난 뒤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입장이라는 것.

박 후보는 기자회견 중 "앞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유 의원은 "우리 같은 민청학련의 경우 그나마 선택받은 위치에서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배상이라도 받았다"며 "경제 성장이야기하고 공산화 막기 위해 그랬다고 하면서 이런 이름 없는 민초들 가운데 당했던 분들이 신원확인이 이뤄져야 국민통합으로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조작 간첩으로 억울한 사람들이 혹독하게 희생되었고, 그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뤄져야 박 후보가 내세우는 국민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유 의원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그 보수적인 법원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며 "(민주) 정부가 나서서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근거를 찾아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재심이 어려울 것으로 보았으나 과거사위원회의 노력을 통해 누가 봐도 부정하기 어려울 만한 근거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한 후속 대책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더 이상 퉁 칠 수 없는 문제"라며 "일단 고 장준하 선생 사인에 새로운 증거가 나왔고, 과거를 제대로 정리해야 바르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털남#박근혜#역사관 논란#인혁당#유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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