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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20여 명의 블로거들과 경남 합천의 모산재 탐방을 마치고 합천의 황매산을 찾았다. 경남 합천군 가회면과 대병면에 걸쳐 있는 황매산은 정상부에서 산청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태백산맥의 마지막 준봉인 황매산은 고려시대 호국선사 무학대사가 수도를 한 장소라고 전해진다. 해발 1108m 산에 높이 솟은 기암괴석과 제멋대로 휘어진 소나무, 그리고 철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영남의 금강산이라고도 불린다.

풍요로움 충만한 황매산

황매산 야생화와 억새가  관광객들을 부른다. 완만한 경사로 노인과 어린이도 등산하기에 무난하다
 황매산 야생화와 억새가 관광객들을 부른다. 완만한 경사로 노인과 어린이도 등산하기에 무난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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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에서 만든 야생화단지에서 야생화가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합천군에서 만든 야생화단지에서 야생화가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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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의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한다.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것. 황매산은 철쭉이 만개하는 봄도 아름답지만, 억새풀이 흐드러지게 피어 손짓하는 가을도 아름답다. 철쭉 군락지인 정상부에는 과거 목장이 조성돼 있었던 관계로 넓은 평원이 형성돼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오토캠핑장에서 차를 세운 우리 일행은 넓은 길을 따라 정상부로 올라갔다. 길가에 있는 야생화들이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포장이 잘 된 산길이라 노부모나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산행 코스로 제격이다.

황매산 중턱에 마련된 오토캠핑장. 대형 버스는 불가하다고 한다
 황매산 중턱에 마련된 오토캠핑장. 대형 버스는 불가하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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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부는 영화·드라마 야외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태극기 휘날리며> <태왕사신기>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고. 이곳이 촬영지로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영화 한 편을 촬영하려면 수많은 스태프와 단역 배우들이 함께해야 하는데, 이곳 정상 바로 아래 오토캠핑장이 있어 배우·스태프의 수용과 촬영장비의 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경남 합천-산청군 가르는 경계 구조물, 참 별로입니다

황매산 정상부에는 합천군과 산청군을 가르는 경계선에 깃대봉이 일렬로 서있다. 같은 대한민국 내에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관광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구조물이다
 황매산 정상부에는 합천군과 산청군을 가르는 경계선에 깃대봉이 일렬로 서있다. 같은 대한민국 내에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관광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구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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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했다는 곳은 안개가 자욱했다. 아직 억새가 만발하지는 않았지만, 태풍이 다가온다는 소식에 정상까지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으려니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 산청과 합천의 경계선을 따라 깃대봉이 설치돼 있다(약 1km 거리). 간격은 어림잡아 20여 미터.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군을 가르는 경계 표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합천이면 어떻고 산청이면 어떤가. 더군다나 이곳은 남북이 아닌 대한민국 아닌가? 경계를 나눠 경제적으로 손익을 계산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보기에 흉물스럽다. 오히려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한 사람들과 손익을 계산하는 사람들의 경계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로 시계를 돌린 시간여행지, 합천영상테마파크

옛 서울거리에 전차가 놓여 있다
 옛 서울거리에 전차가 놓여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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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종로경찰서 모습. 일본 국기와 '내선일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일제시대 종로경찰서 모습. 일본 국기와 '내선일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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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 용주면 가호리 418번지에는 합천영상테마파크가 있다. 말만 들어도 "아! 그 영화! 그 장면!"이라며 손뼉을 치는 영화·드라마의 장면이 수두룩하다. <태극기 휘날리며> <전우치> <포화속으로> <에덴의 동쪽> 등의 유명한 영화·드라마, 그리고 최근 종영된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촬영도 이곳에서 했단다.

해설사의 설명에 의하면, 전국에 설치됐던 170여 영화세트장 중 절반은 이미 폐허가 됐단다. 그나마 살아남은 곳도 대개 유명무실해졌지만, 이곳은 연중 내내 영화 촬영이 이뤄진다고. 전시관에 기록된 영화 제목을 세어보니 30개가 넘는다. 그 이유는 합천군에서 적극 지원할 뿐만 아니라 인근에 접근성이 좋은 황매산과 아름다운 산하가 두루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대박'을 터뜨렸고 덩달아 이곳 테마파크도 유명해졌다.

옛날 생각난 어르신들은 추억에 잠기고...

합천영상테마파크에 있는 군참새가게 안내 간판.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 이런 간판을 본 적이 있을까?
 합천영상테마파크에 있는 군참새가게 안내 간판.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 이런 간판을 본 적이 있을까?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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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궂은 사람들! 김구가 살았던 경교장 안내문에 일부 글자를 파내 경고장이 됐다.
 짓궂은 사람들! 김구가 살았던 경교장 안내문에 일부 글자를 파내 경고장이 됐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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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일제강점기와 1980년대 서울의 모습이 정교하게 재현돼 있다. 전차의 모습과 다방, 막걸리 집, 참새구이 집을 본 중장년에게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들에게는 말로만 듣고 영화에서만 봤던 건물들을 보며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트장을 처음 만들었을 때에는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졌으나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간 뒤 골조를 세워 튼튼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막걸리를 한 잔한 장년층이나 노인들은 이곳을 찾으면 "나도 옛날에 이런 곳에서 어렵게 살았는데..."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입담을 과시한단다.

테마파크에서 단연 인기 있는 곳은 멋있는 건물도, 이승만 대통령이 살았던 '이화장'도 아니다. 바로 전쟁을 찍는 장소다. 건물이 불에 타 무너져 있고 군용 트럭은 뒤집어져 있다. 때로는 한국전쟁 당시 사용됐던 탱크도 동원됐는데, 영화 <포화속으로>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전쟁 장면을 찍는 영화세트장
 전쟁 장면을 찍는 영화세트장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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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인기있었던 '용팔이' 영화 포스터 속에 고 박노식씨의 모습이 보인다
 6~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인기있었던 '용팔이' 영화 포스터 속에 고 박노식씨의 모습이 보인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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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겪었던 노인들은 "아이고! 돈 주고 들어왔는데, 저런 것들을 치워버리지 않고 뭐하러 그대로 뒀냐"며 아픈 기억을 지우려고 하지만, 어린이들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아 서바이벌 체험이 벌어지기도 한다.

세트장은 처음에 지어놓은 채로 두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보수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찍을 때마다 새로운 세트를 세우고 간판도 갈아 끼우니 식상해지지 않는다는 점도 세트장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황매산의 황홀한 경치에 취했던 우리 일행은 추억 속 영화세트장을 돌아보며 회상에 잠겼다. 한 시간에 걸쳐 옛 서울거리 모습에 푹 빠져 있던 일행은 태풍 산바가 몰고 오는 가을비를 맞으며 현실로 돌아왔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 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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