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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두 달이다.

안 원장은 지난 7월 19일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펴내면서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알렸다. 8월 13일부터 대중들을 만나는 '경청투어'를 시작했고, 9월 19일 대선 출마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다수 전문가들과 정치권은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원장이 겪은 두 달은 파란만장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저서 출간과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전 국민의 시선을 모으더니 다시 잠행에 들어갔다. 각종 검증 공세가 이어졌다. 대한민국은 '안철수 룸살롱' 검색어 하나에 떠들썩했다.

특히 박근혜 캠프 쪽의 불출마 협박은 전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기도 했다. 말 그대로 파문, 논란, 협박, 충격의 두 달이었다.

안 원장이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두 달을 4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안철수의 생각'과 힐링캠프] '대선 출마 조만간 결단 발언'에 떠들썩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구 광화문점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원장의 신간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돼 진열되어 있자, 서점을 찾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며 책을 읽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구 광화문점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원장의 신간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돼 진열되어 있자, 서점을 찾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며 책을 읽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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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안철수 원장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5월 30일 부산대 강연 이후 침묵을 지키던 안 원장이 책을 낸다는 소식에 이목이 집중됐다. 안 원장은 17일 출판사에 책을 넘겼고, 이틀 만에 책이 출판됐다. 보안에 만전을 기한 것이다.

안 원장은 책에서 '결단을 위한 시간'을 가질 것임을 밝혔다. 그는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야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며 "제가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은 이 책을 시작으로 제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일을 해나가야겠다"면서 "제가 생각을 밝혔는데 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저는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4일 뒤 안 원장은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하면서 홍보 효과를 확실히 누렸다. 그는 이 방송에서 "(대선 출마를) 조만간 결론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을 시작하면 그분들의 생각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며 경청행보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 했던 결정은 제 결단에 의해서 저만 책임지면 되지만, 공적 영역에서의 결단은 국가와 사회를 위한 엄중한 문제이고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결단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음을 언급했다.

[경청행보] 계속되는 잠행... 오보와 추측성 기사 쏟아져

안철수 원장이 공개적인 행보를 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그는 철저히 비공개를 고수했다. 안 원장은 8월 5일 유민영 대변인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동정을 공개했다. 이틀 전인 3일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을 관람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매우 고통스러운 이야기다, 차분하게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처음으로 대중 접촉에 나선 사실도 비공개였다. 그는 8월 13일 서울 가회동 김영사에서 독서모임 회원들을 만났다. 이튿날 유 대변인이 일부 기자들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렸다. 같은 달 16일 안 원장이 전북 전주에서 학계 등 전문가들과 만나 지역 현안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사실도 그날 저녁 유 대변인을 통해 취재진에게 전달됐다.

언론은 경쟁적으로 안 원장과 만난 사람들의 발언이나 글을 인용해 그의 동정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안 원장의 뜻이 잘못 전달된 보도가 쏟아졌다. 안 원장이 8월 30일 충남 홍성군 문당마을 회관에서 조유상 홍성여성농업인센터 대표 등 주민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서 발언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조유상 대표는 안 원장과 만난 후 자신의 블로그에 "목표가 대통령이 아니고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일조하고 싶다", "한 번도 스스로 대선에 나가겠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대선에 출마하라고) 호출을 당한 케이스" 등 안 원장의 발언을 올렸다. 이에 한 언론이 이를 인용하며 안 원장의 불출마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조 대표는 "기가 막히다 황당하다"며 반발했다. 그는 9월 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시 안 원장이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다'는 말을 한 것은 맞지만 이를 대선 출마를 안 할 수도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당시 대화의 맥락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안 원장이 자리가 탐나서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고 밝혔다.

[안철수 룸살롱과 박근혜 콘돔] 인터넷 뒤덮은 '룸살롱'

오후 6시께 포털사이트 '네이버' 메인 화면. '정치인 룸살롱' 키워드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오후 6시께 포털사이트 '네이버' 메인 화면. '정치인 룸살롱' 키워드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 네이버 메인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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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8월 20일 인터넷판에서 <신동아> 9월호를 인용해 "안철수 원장이 룸살롱을 방문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안 원장은 '술을 못 마시고 여종업원이 배석하는 술집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이 아니었지만, 안 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파문이 확산됐다.

이 보도의 불똥은 처음에는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안철수 룸살롱'이라는 검색어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면서, 안 원장 검색어만 유독 성인인증 없이 검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함께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누리꾼들은 네이버가 검색어를 조작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네이버는 "검색어가 일정 수치 이상 들어온 경우에는 성인 인증을 해제한다"고 해명하면서 '박근혜 콘돔'을 예를 들었다. 이후 누리꾼의 검색어 놀이와 맞물리면서 '박근혜 콘돔'이 검색어 상위권으로 올랐다.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와 함께 파문이 커지자, 안 원장은 24일 직접 입장을 내놓고 "일부 보도와 주장은 아무 근거도 없이 거짓을 만들어내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문제가 점점 악의적이고 조직적으로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부득이하게 제 입장을 밝혀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릎팍도사>에서 '단란히 먹는 술집도 가보셨어요?'라는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아뇨', '뭐가 단란한 거죠'라고 되물은 사실이 있었을 뿐"이라며 "1998년 이후 15년간 술을 마시지 않았다, 다만 사업상 모임에서 참석자 대부분이 술집에 갈 때 술을 마시지 않고 동석했던 적이 두세 차례 있다"고 전했다.

안 원장은 "1998년 이전에는 누차 밝힌 바와 같이 술을 마셨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몇 번 유흥주점에 가본 적이 있다"며 거짓말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저는 정직하게 살아왔고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친구의 협박] 택시기사의 결정적 증언에, 보수진영의 검증은 실패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사진 왼쪽)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측 금태섭 변호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사진 왼쪽)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측 금태섭 변호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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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오후 1시 42분. 안철수 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금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9월 4일 오전 당시 박근혜 캠프 공보위원이었던 정준길씨가 전화를 해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금 변호사는 당시 경찰이 안 원장을 뒷조사했다는 보도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는 정씨의 발언을 언급하며 "정보기관·사정기관의 조직적인 뒷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 측에 전달되고 있지 않느냐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구 사이의 대화를 두고 '협박', '불출마 종용'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정준길씨가) 협박을 하고 말고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후 '안철수 협박 사건'은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듯했다. 하지만 한 택시 기사의 결정적인 증언으로, 정씨의 거짓말은 들통이 나고 말았다. 이 택시기사는 10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금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하던) 정씨를 태웠다"며 "'비리를 폭로하겠다', '나오면 죽는다'는 말을 써서 일상적인 대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당초 "택시를 타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했다. 택시기사가 12일 오후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과의 전화통화에서 "차량 외부를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고 밝히자, 그제야 정씨는 "택시를 탔다"고 시인했다.

보수진영이 안 원장의 불출마를 위해 제기한 각종 검증 공세가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결국 안 원장은 9월 19일 결단을 끝내고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태그:#안철수, #대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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