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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바위산 꼭대기 위에 삼각형의 돛대바위가 우뚝 서있다
커다란 바위산 꼭대기 위에 삼각형의 돛대바위가 우뚝 서있다 ⓒ 오문수

9월 15일. 20여 명의 블로거들과 함께 경남 합천의 모산재를 올랐다. 태풍 산바가 곧 다가온다는 일기예보라 찜찜했지만 모산재 주차장에 도착하니 날씨가 갠다. 다행이다. 점심시간이 되어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갔다. 식당 뒷켠에 있는 화장실 옆 산자락 밤나무에서는 먹음직스럽게 생긴 밤이 결실의 계절임을 알리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커피를 마시며 산세를 보니 아름다운 바위들이 연이어 있다. 가히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릴만하다. 모산재로 올라가는 길 앞에서 합천군 관광과에서 안내차 나온 담당자가 기암괴석 찾기 게임을 제안한다. "모산재에 가면 온갖 형상의 바위들이 있는데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바위를 발견하면 상을 주겠습니다" 상을 줄만큼 기암괴석이 많다는 증거다.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린 모산재 –조선 최고의 기가 모인 곳이라는 평가

항매산 모산재(767m)는 암봉으로 이뤄진 산이다. 풍수학자들에 따르면 모산재는 해인사 가야산에서 비롯된 산줄기가 황매산을 지나 거침없이 뻗으면서 그 기백이 모인 곳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모산재 중간쯤에는 조선 최고의 명당자리라는 무지개터와 순결바위, 국사당이 있다.

 공룡의 입을 닮은 바위 앞에 일행 중 한명이 앉아있다. 공룡의 밥?
공룡의 입을 닮은 바위 앞에 일행 중 한명이 앉아있다. 공룡의 밥? ⓒ 오문수

 정상으로 가는 길.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등산객들을 유혹한다
정상으로 가는 길.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등산객들을 유혹한다 ⓒ 오문수

바위 틈 사이에는 몇 백 년 동안 자란 소나무들이 기품 있게 서있다. 합천군 담당자의 설명에 의하면 "아무렇게나 자라는 것도 좋지만 보다 더 품위 있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 전문가가 실비로 조경을 했다"고 한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 손을 거친 돛대바위와 정상 부분에 가면 한결 우아한 모습의 소나무들을 볼 수 있다.

모산재는 전체 탐방거리가 3.1㎞ 남짓으로 그다지 길지 않아 장거리 산행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좋다. 산행초반 숲길을 지나면 곧바로 바위산들이 나타나고 철계단을 오르며 반대쪽 바위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만만찮다. 단단한 바위산이 금강산의 화강암 바위와 닮았다. 바위 사이사이에 난 구부러진 소나무들이 산의 묘미를 더한다.

깎아지른 듯한 철계단을 올라 땀을 닦으며 돛대바위에 올랐다. 발아래 펼쳐지는 영암사지와 대기저수지 주변에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논밭의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잘 왔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공룡처럼 생긴 바위 앞에 앉은 사람이 공룡밥이 되려고 저렇게 겁 없이 앉아있다"라는 말을 들으며 길을 계속 간다. 등산로를 약간 비켜서 조그만 안내판이 서있다. 안내판에는 '무지개터'라는 글귀와 내력이 적혀있다.

 조선 최고 명당자리라는 무지개 터. 일행 중 한명이 좌선을 하고 있다
조선 최고 명당자리라는 무지개 터. 일행 중 한명이 좌선을 하고 있다 ⓒ 오문수

 바위틈으로 본 대기저수지 모습
바위틈으로 본 대기저수지 모습 ⓒ 오문수

"한국제일의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는 곳으로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용마바위가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형국을 하고 있어 예부터 이곳에 묘를 쓰면 천자가 태어나고 자손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반면에 온 나라가 가뭄으로 흉작이 든다하여 명당자리 일지라도 묘를 쓰지 못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모산재의 대단한 기운을 개인을 위해 쓰면 세상이 어지럽다는 의미다. 하여 예부터 나라에 가뭄이 들 때면 인근 고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묘를 쓰지 못하도록 웅덩이를 파놓았다. 묘자리 아래에 물이 있으면 묘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굴 모습이 보인다는 얼굴바위. 달리 보면 돼지 얼굴을 닮기도 했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굴 모습이 보인다는 얼굴바위. 달리 보면 돼지 얼굴을 닮기도 했다 ⓒ 오문수

 모산재 정상에서 블로거들이 기념촬영
모산재 정상에서 블로거들이 기념촬영 ⓒ 오문수

모산재 바로 아래에는 사람의 얼굴형상을 한 '얼굴바위'가 있다. 얼굴바위는 사진을 찍어 자세히 보아야 확인할 수 있다. 정상에 서면 물 좋고 산세 좋은 합천의 이모저모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북쪽 황매산 꼭대기에는 넓고 완만한 경사지가 보인다. 이곳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수십편의 영화를 찍은 야외촬영장과 봄이면 피는 철쭉, 가을이면 수만 평에 흐드러지게 피어 관광객을 유혹하는 억새밭이 있다.

막걸리와 안주로 목을 축인 일행은 영암사지를 향해 하산하기 시작했다. 바위와 바위를 타고 20분쯤 내려가니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벌어진 '순결바위'가 나타났다. 순결하지 못한 인간이 들어가면 바위가 오므라들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전설이 조금은 묘하다. 남녀가 합일하는 게 어디 불순한가? 하늘의 이치이고 자연스러운데. 다만 불순한 동기로 합일한 게 문제일 뿐.

 순결하지 못한 인간이 들어가면 바위가 오므라들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순결바위
순결하지 못한 인간이 들어가면 바위가 오므라들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순결바위 ⓒ 오문수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조선창업을 위해 천지신명께 빌었다는 국사당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조선창업을 위해 천지신명께 빌었다는 국사당 ⓒ 오문수

산은 비록 7백여미터 밖에 안됐지만 내려가는 길은 만만치가 않다. 철제 난간과 데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등산하기에 힘든 코스다.  정상부에서 1/3쯤 내려오니 돌로 울타리를 친 국사당이 나타났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조선 창업을 위해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했다는 곳이다. 옛사람들이 명산으로 지명한 것을 보니 모산재는 천하대사를 논하는 명당자리인가 보다.     

절터만 남은 영암사지, 곧 재건될 거라는 믿음에 흉하지 않아 

모산재의 뿌리에 도착했다. 평지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지었다는 영암사의 절터만 남았다. 그러나 을씨년스럽거나 흉하지 않고 오히려 밝은 기운을 느끼게 하는 것은 절을 감싸고 있는 기운찬 바위산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곧 재건되어 옛 위용을 뽐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암사지에 있는 쌍사자 석등과 석탑의 모습이 보인다
영암사지에 있는 쌍사자 석등과 석탑의 모습이 보인다 ⓒ 오문수

절터에는 보물 353호인 쌍사자 석등과 금당터 축대, 연꽃 문양과 해태 문양 도들새김들, 탑비 거북들이 있다. 배산임수의 명당과 회랑까지 발굴되고 있어 권위 있는 도량임에 틀림없다. 발굴 중인 법당터 뒤로는 커다란 석조와 당간지주가 있어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기백이 넘치는 산을 올라서일까 피곤하지 않고 온몸에 힘이 솟는 느낌이 든다. 일행은 다음 목적지인 황매산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모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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