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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태평양물산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각계대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태평양물산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각계대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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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혁명을 만드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첫 일성이다. 17일 문 후보는 당의 대선 후보로서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 구로 디지털단지를 찾았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는 다짐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함이다.

각계 경제 단체 대표들과 '일자리 간담회'를 연 문 후보는 "중소기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리해고 조건을 엄격히 해 좋은 일자리를 지키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고,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해 일자리를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일자리가 먼저'인 사회를 위해 문 후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는 사회적 대타협이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 기업과 노동자가 양보하고 타협하여 고통분담을 하면, 정부가 최대한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일자리를 만드는 게 정부만 주도해서 독려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기업-노동자 측이 함께 협력이 이뤄져야만 가능하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일자리 확충을 하려면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다, 노동계도 하고 싶은 것을 다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자리만 늘려 달라고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일자리 창출에 따른 기업의 부담에 발맞춰 노동계가 일정 부분 고통분담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게다.

문 후보는 노동계의 고통분담 예로 "정년이 연장되면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여주고, 일자리 나누기를 할 때 신규 임금 인상이라도 자제를 해주는 것"을 들었다. 문 후보는 "노사정민까지 포함하는 주체들이 모여서 사회적 대타협, 협약까지 체결하는 단계까지 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타협, 3주체 중 하나로 '노동계'의 자리 매김 선행이 필수

그러나 문 후보의 '사회적 대타협'은 잘못 끼워진 첫 단추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계의 고통분담은 통상적으로 '대기업 정규직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누려 비정규직이 희생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고통분담이라는 표현이 노동계한테는 거슬리거나 납득되지 않은 표현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단, 대기업 정규직이 일자리를 잃는다 해도 사회적 안정망이 갖춰져 일자리 이동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며 "그때야 양보 내지 고통분담을 얘기할 수 있다, 그런 전제조건을 거론하지 않고 '고통분담'부터 얘기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논리로 풀어왔던 이명박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 교수는 "문 후보가 노동, 일자리 문제 해결의 첫 단추를 잘못 푼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노사정 대타협론'은 참여정부 때도 시도된 바 있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가 노사정 타협에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려 했지만 삐끗했었다"며 "노동계가 참여하게끔 여건을 같이 강구해야지 '무조건 와라'라고 접근하면 성사될 수 없는 방안"이라고 충고했다.

노동계 "사회적 대타협? 벼랑 끝에서 끌어올려 놓고 난 후에나 할 얘기"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태평양물산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일자리창출 각계대표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태평양물산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일자리창출 각계대표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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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역시 "문 후보의 사회적 대타협론은 선후 관계가 바뀌었다"는 반응이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도 참석했던 정의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먹고 살기 너무 힘든 사회에서 아등바등 사는 노동자를 두고 타협하라, 고통 분담하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며 "사람들을 벼랑 끝에서 끌어올려 놓고 그 다음에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정책을 얘기하며 사회적 대타협부터 꺼내들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삶의 조건부터 갖추는 것에 방점이 찍혔어야 했다는 것이다.

정 부위원장은 "IMF 경제 위기 때에도 정부는 기업과 노동자들이 타협해야 한다고 종용했다"며 "결국 IMF를 조기 졸업하고 기업도 살아났고 경제도 살아났다는데 노동자들의 결과는 무엇인가, 비정규직 900만 명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재벌들의 영향력은 자본 독재라고 할 정도로 훨씬 강화됐다"며 "이것이 고통분담과 대타협의 결과다, 우리는 달라진 게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타협이 이뤄지려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주요한 목표로 삼고, 노동조합 조직 운동 및 노동권을 대폭 확장해 노사 간의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의 경제 정책에서 완전히 거꾸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 같은 선행조건이 충족된 이후에 고통분담과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정부-기업-노동자의 3주체 중 하나로 노동계가 자리매김하려면 10%를 간신히 넘긴 저조한 노조 조직률 문제부터 해결해 노동자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경제 논리에 밀려 탄압받는 노동권 회복이 시급하다는 문제제기다.

기본적인 삶부터 충족되어야 한다는 성토의 목소리는 청년층에서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여의도역 칼부림 '묻지마 범죄'는 '알아봐달라'는 범죄"라며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활고를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위원장은 "살기 힘들어서 죽어나가는 청년들이 생길 정도로 청년 실업 문제는 절박하다"며 "경제 1인 주체로 생활할 수 있게 노동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것이 청년들의 경제민주화"라고 강변했다.

문 후보는 하루 전 당 공식 후보로 선출된 후 수락연설문에서 "새로운 시대로 가는 다섯 개의 문이 우리 앞에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문이 바로 일자리 혁명의 문이다. 다음으로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새로운 정치, 평화와 공존의 문을 얘기했다. 문 후보가 이 다섯 개의 문을 제대로 열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대선후보로서의 명확한 정체성과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지도 가늠될 터다. 문 후보가 남은 네 개의 단추를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 주목해 봐야 하는 이유다.


태그:#문재인 , #사회적 대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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