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침에 등교하는 너브내 유치원 전경입니다. 안전지킴이 두 분이 항상 도우미역할을 하고 있지요
아침에 등교하는 너브내 유치원 전경입니다. 안전지킴이 두 분이 항상 도우미역할을 하고 있지요 ⓒ 이종득

강원도 홍천 너브내유치원(최경심 원장)이 20일부터 22일까지 일산 킨텍스(실내전시장)에서 열리는 2012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에 참가합니다.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유치원입니다. 지난 8월 중순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하는 인성교육 우수 유치원으로 선정되었는데, 그 중에서 강원도를 대표하여 전국에서 100개 학교(유·초·중·고·특수학교)가 참가하는 박람회에 제 딸이 다니는 홍천의 너브내유치원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먼저 왜 유치원 이름이 너브내인지부터 소개해드립니다. '넓은 내(川)'의 순 우리말이 너브내라고 하더군요. 즉 넓은 내가 있는 홍천(洪川)을 너브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너브내 유치원은 다시 말하면 홍천유치원입니다.

너브내 유치원은 공립단설 유치원입니다. 대지면적 1019m², 연면적 1682m², 총 사업비 34억5000여만 원이 투입되어 2010년 9월 1일 개원하였고, 저탄소 녹색성장에 부합하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스쿨(GREEN SCHOOL)로 건립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홍천초등학교 병설유치원과 석화초등학교 병설유치원으로 분리되어 운영되던 것을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의 둘째 딸입니다. 숲속 유치원에 가서 찍었는데, 제 아내도 뒤에 등장해줬습니다
저의 둘째 딸입니다. 숲속 유치원에 가서 찍었는데, 제 아내도 뒤에 등장해줬습니다 ⓒ 이종득

요즘 저는 참 행복합니다. 큰 딸(홍천초등학교 2학년, 9살)은 학교에서 지원되는 특기적성 교육과 무상급식을 받으면서 행복한 학교에 다니고, 둘째(너브내유치원, 7살)는 오전 8시 30분에 등교하여 저녁까지 다 먹여주는 행복한 유치원에 다니고 있으니까요.

큰딸은 학교 수영부에서 방과후 특기적성 활동을 하고 돌아오는 시간이 오후 5시가 되고, 둘째는 오후 7시 10분경에 데리러 가면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어울려 고무줄놀이를 하던가 엄마품 돌봄이 선생님과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답니다. 어느 날은 저한테 왜 빨리 데리러 왔느냐고 타박을 할 때도 있답니다. 아무튼 이제껏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말한 적도 없지만 항상 오후 7시에 퇴근하면서 데리러 가면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고 있는 딸을 보게 되니 항상 고맙다는 인사를 하게 된답니다.

너브내유치원은 만 3세반에서 5세반까지 6학급이 운영되고 있으며, 남학생 60명, 여학생 61명, 총 121명의 유아가 다니고 있습니다. 교직원은 최경심 원장님 외 28명이 근무하고 있지요. 교사는 기본과정(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과 방과후과정(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그리고 맞벌이 부부를 위한 '엄마품 돌봄이'반(저녁식사 제공 후 오후 8시까지)의 담임이 각 반마다 따로 배치되어 있답니다. 이것은 교사도 사람이므로 업무가 과중하면 결국 아이들에게 다정한 마음을 온전하게 전할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그 외 원감선생님과 행정실장 및 영양사와 조리종사원, 그리고 은빛지킴이와 차량도우미 등이 근무를 하고 있으니 여느 사립유치원과 비교가 되겠는지요. 그런데도 학부모인 제가 유치원에 내는 돈은 고작 5만5000원에 불과한데요. 2만6000원은 온종일반 교육비이고, 간식비 2만9000원이 전부랍니다.

 야외 학습 프로그램 중에 숲속유치원에서 잠자리 잡는 아이들입니다
야외 학습 프로그램 중에 숲속유치원에서 잠자리 잡는 아이들입니다 ⓒ 이종득

 야외 교육 중인 숲속유치원에서 최경심원장도 아이들 교육에 한몫을 담당합니다.
야외 교육 중인 숲속유치원에서 최경심원장도 아이들 교육에 한몫을 담당합니다. ⓒ 이종득

너브내유치원은 인성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매월 한 번씩 홍천의 향교(鄕校)에서 의미 있는 교육을 경험하게 하고, 각 반별로 매월 1회 이상 내 고장 명소를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홍천초등학교의 협조를 받아 수영장을 이용한 수영교실을 운영하고, 장애우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교육도 년 2회 이상 경험하게 한답니다. 그 외에서도 홍천의 자연환경을 체험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주 받는 가정통신문 및 안내장을 보면 어디를 그렇게 찾아다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참가비를 내라는 안내장 한번 받지 않았답니다.

심지어 어제 딸아이가 가져온 안내장을 보니 25일 서울로 견학을 가는데요. 서울시민안전체험관과 서울어린이대공원을 다녀오는데, 참가비는 전혀 없답니다. 사실 몇 해 전에 큰딸과 작은딸을 부득이 하게 사립어린이집에 보낸 적이 있는데요, 한 달에 고정으로 들어가는 교육비만 두 아이 합계 50만 원이었고, 간식비 및 이런저런 교육비와 교재비를 비롯하여 내는 돈이 1인당 매월 10만 원을 훨씬 웃돌았지요. 그래서 교육비를 밀린 적도 많은데, 참으로 못할 짓이었답니다. 그러니 요즘 제가 행복하다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엊그제는 딸아이가 '숲속유치원'에 간다 하여 시간도 있어서 카메라를 메고 따라나섰습니다. 제가 사는 집 주변이어서 편한 마음으로 갔는데, 원장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시더군요. 그리고 원장선생님과 담임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모습이 정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감사한 마음을 전하려고 유치원으로 찾아갔지요.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면 뭘 먹는지 늘 궁금한데, 너브내 유치원은 원장과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이 이렇게 항상 같이 식사를 합니다.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면 뭘 먹는지 늘 궁금한데, 너브내 유치원은 원장과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이 이렇게 항상 같이 식사를 합니다. ⓒ 이종득

 제 딸 담임교사인 힘찬반 정정화 선생님도 식사를 합니다. 역시 실내화를 신지 않으셨네요.
제 딸 담임교사인 힘찬반 정정화 선생님도 식사를 합니다. 역시 실내화를 신지 않으셨네요. ⓒ 이종득

원장실에 앉아 차 한잔을 대접받으며 "요즘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그런데 저만 이렇게 행복하면 되겠습니까? 왜 이런 유치원이 홍천에 한 군데 뿐이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하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원장선생님 지난 9월 1일자로 너브내유치원에 원감선생님으로 발령 받고 부임한 선생님을 부르시더군요. 그 전에 강원도교육청에서 공립단설 유치원을 담당한 장학사로 근무하여 그 내용을 잘 설명할 수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원감선생님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공립단설 유치원은 강원도 시군에 각각 한 군데 이상은 아직 없다"고 하더군요. "2010년 너브내유치원이 개원한 것은 강원도 전역에서 8번째였고, 군 단위에서는 화천군과 홍천군이 가장 먼저 개원한 케이스다"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홍천지역에 한 군데 정도가 더 신설되면 더욱 많은 유아가 좋은 환경과 시설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아직은 그런 계획이 없다"며 원감선생님이 더 안타까워했습니다.

 제 딸이 공부하는 힘찬반 교실입니다. 방과후 수업중인데 제 딸은 어디갔는지 없습니다. 선생님은 사진 뒤에 숨어계십니다
제 딸이 공부하는 힘찬반 교실입니다. 방과후 수업중인데 제 딸은 어디갔는지 없습니다. 선생님은 사진 뒤에 숨어계십니다 ⓒ 이종득

 1층입니다. 사랑반교실은 장애우를 위한 교실이어서 1층에 있습니다.
1층입니다. 사랑반교실은 장애우를 위한 교실이어서 1층에 있습니다. ⓒ 이종득

 만 3세반 교실이 있는 2층 복도입니다. 사진 뒤편에 원장실과 생각을 키우는 공간이 예쁘게 있답니다.
만 3세반 교실이 있는 2층 복도입니다. 사진 뒤편에 원장실과 생각을 키우는 공간이 예쁘게 있답니다. ⓒ 이종득

유치원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어서 대학 진학을 할 때부터 유아교육과에 지원했다는 최경심 원장님과 대한민국의 유아교육 현실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연하게 해야 되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이 모범이 되는 현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씀해주시는 최경심 원장님에게 깊은 신뢰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 띈 이상한 것은 저만 실내화를 신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멋쩍어 "저, 두 분 선생님은 왜 실내화를 신지 않고 계세요?" 하고 물었습니다.

"우리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교사와 직원들은 모두 덧버선을 신습니다. 아이들이 뒹굴기도 하며 노는 유치원인데 실내화는 위생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실내화를 신지 않기로 한 것이지요."

저는 신고 있는 실내화를 얼른 벗고 싶었습니다. 제 딸아이에게 실내화를 신고 있는 아빠 모습을 들키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도망치듯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찾아가 양해를 구한 다음 사진을 찍었습니다.

 너브내유치원 최경심원장과 이미선원감입니다. 실내화가 아닌 덧버섯을 신고 있어서 강당으로 모시고 가서 한컷 찍었습니다.
너브내유치원 최경심원장과 이미선원감입니다. 실내화가 아닌 덧버섯을 신고 있어서 강당으로 모시고 가서 한컷 찍었습니다. ⓒ 이종득

지금 제가 행복한 것은 제 딸아이가 돈 걱정 없이 좋은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너브내유치원 같은 공립단설 유치원을 하루속히 지역 실정에 맞게 신설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대선을 준비하는 많은 후보님들께서도 정말 말뿐인 공약을 내세우지 말고, 교육에 대한 환경을 개선해야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 교육이 잘되어야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먹고살 수 있는 것입니다.


#공교육#대선공약#유치원#공립유치원#홍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