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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는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 조합원과 금속노조 조합들이 참가한 가운데 회사의 희망퇴직 실시 반대와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12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는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 조합원과 금속노조 조합들이 참가한 가운데 회사의 희망퇴직 실시 반대와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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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12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앞에 모여 앉은 조합원들을 향해 박종규 금속노조 로노삼성차지회장이 물음을 던졌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가정을 돌보지 않고 죽어라 일한 죄"라고 답했다. 그런 그에게 사정이 어렵다고 희망퇴직을 받겠다는 회사는 야속한 존재다.

벌써 800명의 동료가 일터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내수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동료들이 떠나는 하는 이유를 르노삼성차의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그룹에서 찾는다.

판매가 늘어나도 곤두박질 치는 영업 이익의 뒤에 회사의 막대한 이익을 빼가고 있는 르노그룹이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회사의 회계자료를 살펴보면 의구심은 더 깊어진다. 지난해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으로부터 1조1800억 원을 부품비·기술사용료 명목으로 가져갔다.

같은 기간 5조 원이 넘는 지역 내 최대 매출기업인 르노삼성은 214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박 지부장은 조합원들을 향해 "국민 혈세가 투입된 르노삼성을 프랑스 르노 자본으로부터 연대와 투쟁으로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2시간의 파업에 동참한 주·야간조 조합원들은 함성으로 박 지부장의 말에 화답했다. 풍산마이크로텍과 한진중공업 노조 등 다른 금속노조 소속지부들도 함께 참가에 이들에게 힘을 보탰다. 300여 명이 오후 3시 40분부터 시작된 회사 정상화와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에 모였다. 

이들은 가장 먼저 회사가 실시하고 있는 희망퇴직에 반대의 목소리가 쏟아냈다. 8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음에도 사측은 더 많은 인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조는 이것이 감원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벌여졌던 대규모 감원과 그에 따른 후폭풍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르노는 국고유출에 앞장서고 있는 매국노"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 간부들이 투쟁의 상징으로 자신들의 손바닥에 잉크를 묻혀 노조 깃발에 손도장을 찍고있다.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 간부들이 투쟁의 상징으로 자신들의 손바닥에 잉크를 묻혀 노조 깃발에 손도장을 찍고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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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석한 김홍규 현대자동차노조 수석부지부장은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들어 감축에 반대했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98년 만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공장을 떠났다"며 "10%가 나가면 10% 노동강도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는 회사 발전의 한 축"이라며 르노그룹을 "국고유출에 앞장서고 있는 매국노"라고 비난했다.

이어 김 부지부장은 "노조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면 금속노조가 움직일 것이고 현대차도 함께할 것"이라며 "위축되어선 안 된다"고 르노삼성지회 조합원들을 응원했다. 박 수석부지부장은 현대차노조에서 건네는 투쟁기금을 르노삼성지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사측과 함께 사원대표자위원회(사대위)에서 노조로 전환한 르노삼성 기업노조를 향한 비판도 제기됐다. 90%의 가입된 르노삼성차 사내 최대사원조직인 사대위가 노조 전환을 선포했지만 구성원들의 위기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사측은 사대위가 전환된 기업노조의 조합원이 더 많다는 이유로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와의 협상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은 친 사측 성향을 보이는 사대위의 노조전환을 "수박에 줄 긋기"라고 평가하고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않는 이유로 (르노삼성노조가) 단협도 만들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그 과정 속에서 희망퇴직으로 800명이 떠나야하는 것을 목격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목소리는 비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노조는 주·야간조의 교대시간에 집회를 실시해 많은 비조합원들의 동참을 호소할 계획이었다. 사측은 이런 노조의 움직임에 평소 통근로로 이용하던 남문을 폐쇄하고 경비원들을 대거 배치하며 맞섰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집회를 계기로 비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유인물 배포 등의 선전전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자동차지회를 비롯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공장을 바라보고 구호를 외치고있다. 사측은 통근로로 사용하던 공장 남문을 닫아걸고 경비인력을 배치하며 맞섰다.
 르노삼성자동차지회를 비롯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공장을 바라보고 구호를 외치고있다. 사측은 통근로로 사용하던 공장 남문을 닫아걸고 경비인력을 배치하며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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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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