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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놀이의 하나. 손바닥만한 납작한 돌을 세워 놓고, 얼마쯤 떨어진 곳에서 작은 돌을 던지거나 발로 돌을 차서 세워 놓은 돌을 맞혀 넘어뜨린다.

어릴 적 놀이 중에 '비석치기'입니다. 마흔 넘은 분들 중에 비석치기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동네(경남 사천)에서는 '패치'라고 했습니다. '자치기'보다는 조금 덜 했지만 비석치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가지고 사는 요즘 아이들은 비석치기가 무엇인지 잘 모를 것입니다. 참 불쌍한 요즘 아이들입니다. 지난 9일 우리 집에는 갑자기 비석치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큰 엄마와 아이들이 골목 안에서 비석치기를 했습니다.

"패치하자."
"패치?"
"비석치기!"

"비석치기가 뭐예요?"
"나를 따라와바라 가르쳐줄게. 작은 돌을 세워 놓고, 몇 발 뒤에서 던져 쓰러뜨린다. 넘어뜨리면 발등에 돌을 얹고, 또 넘어뜨리면 발목 사이에 끼워넣고 깡충깡충 뛰면서 넘어뜨리면서 하는 놀이다."
"정말 재미있겠어요."


'비석치기'(?) 우리 동네는 이를 '패치'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습니다.
 '비석치기'(?) 우리 동네는 이를 '패치'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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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정말 좋아했습니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습니다. 둘째와 막둥이는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니까 점점 실력이 붙었습니다. 큰 엄마와 큰 아이 실력도 거기서 거기였지만 큰 아이는 갈수록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비석치기' 유래는
구체적으로 그 연원을 알 수 없으나 무덤 앞에 세우는 비석과 연관성이 있다. 고려시대 이후 귀족들의 공적비, 송덕비 등에 불만을 품은 서민들이 그 비석을 돌로 치거나 훼손한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또한 비석 임자의 생전의 악한 행실을 알고, 이에 대한 경멸이 비석치기로 표현되었다는 설도 있다. 비석치기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운동 신경과 집중력을 키우는 데 유용한 놀이이다.- 디지털광명대전'비석치기'
비석치기는 보기보다는 매우 어려운 놀이입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돌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거나 넘어뜨려도 자기 돌이 위에 가거나 아래에 놓여도 집니다. 아이들 집중력을 키우는 데 어느 놀이보다 좋습니다.

"정말 어려워요."
"어렵지. 보면 쉽지만 막상하면 어려운 것이 바로 비석치기야."

"이제 던지기는 끝났고, 발등에 돌을 올린 후 걸어가서 넘어뜨리면 된다."
"돌이 자꾸 떨어져요."
"그러니까 조심해서 걸어야지."

조심조심 걸어도 돌은 어김없이 떨어졌지만 재미는 더해갔습니다. 비석치기를 보면서 어릴 적 함께 놀았던 친구들 생각이 났습니다. 이제는 다들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비석치기를 하는 것처럼 친구들 아이들도 비석치기 놀이를 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큰 아이는 돌을 가슴에 얹었습니다. 어떤 곳은 배위에 얹지만 우리 동네는 가슴에 얹었습니다. 살금살금 걷는 큰 아이는 돌을 떨어뜨렸습니다.

"와 내가 넘어뜨렸어요!"
"그래도 인헌이가 낫네, 나아."
"넘어뜨리니까 정말 재미있어요."
"비석치기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언제 끝날 줄 몰라. 너희들이 컴퓨터 할 때 아빠와 엄마가 그만하라고 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하는 것처럼."

큰 아이가 가슴에 돌을 얹어 살금살금 걸었습니다.
 큰 아이가 가슴에 돌을 얹어 살금살금 걸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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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계속 이어갔습니다. 이제는 목에 돌을 끼워넣고 가서는 돌을 넘어뜨렸습니다. 신났습니다.

"나는 이제 목까지 했으니 머리에 얹으면 다 끝난다."
"아니 눈을 감고 가서 넘어뜨리는 것이 마지막이야."
"눈을 감고 어떻게 해요."

"하면 된다. 눈 감고도 되는 것이 바로 비석치기다."

큰 아이가 돌을 가슴과 목 사이에 끼우고 가서 넘어뜨렸습니다.
 큰 아이가 돌을 가슴과 목 사이에 끼우고 가서 넘어뜨렸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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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와 막둥이는 아직도 발등에 얹어 넘어뜨리는 것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 이를 어떻게 합니까? 막둥이는 아무리 하고 싶어도 안 됩니다.

"아빠 어떻게 해요."
"말로 가르쳐줄 수 없어. 비석치기는 몸으로 배우는 거야."
"조금 가르쳐주세요.
"몸으로 배우는 거라고 했잖아. 조금씩 하다가보면 잘 할 수 있어."


둘째와 막둥이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둘째와 막둥이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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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피나는 노력 끝에 둘째와 막둥이는 어깨 위에 돌을 올려놓았습니다. 형아와 오빠를 따라 잡았습니다. 아쉽게도 머리와 눈 감고는 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비석치기로 한바탕 웃었습니다. 시골 할머니 댁에 가서 자치기도 하면 좋겠지만 문제는 시골도 이제는 흙을 밟기가 매우 힘듭니다. 마당까지 콘크리트 포장을 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비석치기를 하고 싶어도, 자치기를 하고 싶어도, 공기놀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모든게 아쉽지만 어릴 적 비석치기. 오랜만에 즐거웠습니다.

둘째와 막둥이 드디어 해냈습니다. 어깨위에 돌을 얹었습니다.
 둘째와 막둥이 드디어 해냈습니다. 어깨위에 돌을 얹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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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비석치기, #우리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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