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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가는 길
 스톡홀름 가는 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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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레브로 성을 떠난 우리는 아르보가에서 잠시 쉰 다음 E20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이들 도로를 따라가면서 스웨덴에 고속도로가 정말 잘 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스웨덴의 도로 수준은 여러 가지 면에서 독일과 비슷하다. 도로가 거미줄처럼 잘 연결돼 있으며, 도로가 넓고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산악지대가 거의 없이 평지로 이뤄진 자연 환경도 독일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리고 스톡홀름에 가까워지면서 도시나 건물이 현대적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리와 철, 벽돌과 콘크리트로 이뤄진 현대식 건물이 도시를 이루고 있다. 버스는 이제 스톡홀름 서쪽 30km 지점에 있는 죄더탤리에(Södertälje)를 지난다. 이 도시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상용차 회사인 스카니아(Scania) 본사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카니아에서는 버스·트럭·자동차와 선박용 엔진 등을 생산한다.

죄더탤리에의 스카니아 자동차 본사

스카니아 본사가 있는 죄더탤리에
 스카니아 본사가 있는 죄더탤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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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이곳 죄더탤리에에서 창업된 스카니아는 현재 스웨덴뿐만 아니라 프랑스·네덜란드·러시아·브라질 등 전 세계 공장에 3만4000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49.29%를, 의결권의 71.81%를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이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스카니아는 현재 폭스바겐의 자회사이며, 스웨덴 기업이라는 의미는 많이 퇴색됐다.

죄더탤리에를 지나자 버스는 E20 고속도로를 따라 동북 방향으로 간다. 그리고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스톡홀름 시내로 들어간다. 아르스타달(Arstadal)에서 환상형의 외부 순환도로 중 서부 간선도로를 타고 맬라렌 섬을 지나 쿵스홀멘(Kungsholmen) 섬으로 들어간다. 그 섬의 꼭지점에 해당하는 곳에 시청이 있고, 그곳에서 현지 가이드와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다.

스톡홀름 시청사 이야기

스톡홀름 시청 종탑
 스톡홀름 시청 종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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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 가까워지면서 비가 내리더니 시청사에 닿을 때쯤에는 우산을 쓰지 않고는 다닐 수가 없을 정도다. 차에서 내려 우산을 쓰고 시청 앞 광장으로 간다. 광장이라기보다는 정원이라고 말하는 게 좋겠다. 잔디가 깔려있고 조각품들이 적당하게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아직 가이드가 오지 않아 나는 시청사 건물과 전방의 풍경을 살펴본다.

시청사는 붉은 벽돌로 지어졌고, 건물 남동쪽 모서리에 106m의 종탑이 있다. 종탑의 꼭대기에는 스웨덴 왕국의 문장에 있는 세 개의 왕관(Tre Kronor)이 금빛으로 번쩍이고 있다. 시청사 앞에는 정원이 있고, 정원 앞 호수 건너편으로는 남섬으로 불리는 죄더말름(Södermalm)이 있다. 그리고 왼쪽으로는 스톡홀름 구시가인 리다홀멘(Riddarholmen)이 있다.

노벨상을 표현한 조각
 노벨상을 표현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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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다홀멘 구시가지에는 왕궁과 국회의사당 등 정치를 담당하는 관청이 있다. 구시가지는 시청을 보고 나서 갈 예정이다. 시청사로 들어가기 전 우리는 현관에 있는 조각품들을 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파란 바탕에 붉고 노란색으로 치장을 한 말(Dalahäst)이다. 이것은 역사가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기념품이다.

그 옆 벽에는 노벨상과 관련된 조각이 있다. 조각 상단부에는 노벨(Alfred Nobel)의 얼굴이 나오고 생몰 연도가 기록돼 있다. 그리고 그 아래 크게 새겨진 5명의 인물은 1901년부터 수여된 노벨상의 물리·화학·평화·생리학 또는 의학·문학 분야를 상징한다. 가운데 월계수를 든 여자는 평화상을 상징한다. 그 왼쪽 두 명은 측정도구와 비커를 들고 있으니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상징한다. 그 오른쪽 두 명은 뱀과 연필을 들고 있으니 의학상과 문학상을 상징한다.

노벨상 시상식을 하는 블루홀과 의회 회의실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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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는 1911년부터 1923년 사이 건축가 라그나르 외스트베리(Ragnar Östberg : 1866~1945)에 의해 지어졌다. 이곳에는 현재 시정부·시의회가 들어와 있고, 의전실·회의실·식당 등이 있다. 이들 방 중 우리는 노벨상이 수상되는 의전실인 블루홀로 먼저 들어간다. 길이가 50m, 폭이 30m나 되는 대형 홀로 높이도 22m나 된다. 이곳에 초대된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2층 황금의 방으로 올라가 무도회를 연다.

노벨 황금동판
 노벨 황금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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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에는 노벨의 동판과 파이프 오르간이 눈에 띈다. 노벨 동판은 황금으로 만들었으며, 1833년에서 태어나 1896년에 죽었다는 사실을 기재해놨다. 파이프 오르간은 135개의 소리를 가진 대형 오르간으로 음통은 홀의 상단 벽에 설치돼 있다. 블루홀에서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보니, 가이드의 안내 없이는 올라갈 수 없도록 돼 있다. 우리는 가이드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 의회 회의실로 향한다.

의회 회의실은 시청의 동쪽 편에 있다. 자리가 200개쯤 있고 천정에는 나무로 만든 서까래와 그림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천정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시원한 느낌이 든다. 의회 의원 좌석에는 투표용 패널이 하나씩 설치돼 있다. 그곳에는 예(JA)라고 쓴 초록색 버튼과 아니오(NEJ)라고 쓴 빨간색 버튼이 보인다. 그 옆으로 세 개의 버튼이 더 있다. 우리는 의장석까지 자세히 살펴보고는 왕자의 갤러리(Prinsens galleri)로 향한다.

의회 회의실 천정
 의회 회의실 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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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잠깐 높은 궁륭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천정에 나 있는 육각형의 구멍은 시청의 첨탑과 연결된다. 궁륭 아래로 나무 조각품이 있는데, 이것은 성인 괴란(Göran)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름에는 낮 12시와 오후 6시에 두 번, 한 바퀴 돌며 놀이를 보여준다. 서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종놀이(Glockenspiel) 도구인 것이다. 성인 괴란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왕자의 갤러리와 세 왕관의 방

오이겐 왕자가 그린 스톡홀름 풍경
 오이겐 왕자가 그린 스톡홀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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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의 갤러리는 시청의 남쪽 면에 길게 자리 잡은 갤러리다. 길이가 45m나 되며 남쪽 창으로는 리다홀멘과 죄더말름의 전망이 좋다. 북쪽 면에 왕자 오이겐(Eugen : 1865~1947)이 그린 그림이 있어 왕자의 갤러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림의 소재 역시 갤러리에서 바라 본 리다 호수와 남쪽의 죄더말름 섬의 모습이다. 대표적인 모티브가 마리아 언덕·카타리나 교회·맑은 호수다.

세 왕관의 방에는 그림과 가구 그리고 커튼이 눈에 띈다. 그림은 엘리아스 마르틴(Elias Martin : 1739~1818)이 그린 1700년대 스톡홀름 풍경화다. 가구는 에른스트 스폴렌(Ernst Spolén : 1880~1974)이 조각하고 만든 장식품이다. 가구의 표면에 사람 조각이 보이는데, 스웨덴 역사 속의 중요인물로 보인다. 그리고 커튼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최근 중국산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황금의 방에 표현된 스웨덴의 신화와 역사

시청 평면도
 시청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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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왕관의 방 북쪽으로 나 있는 문으로 나가면 자연스럽게 황금의 방(Gyllene salen)으로 연결된다. 황금의 방은 시청 2층에 있는 길이 44m의 연회장이다. 무도회가 열릴 경우 최대 7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남북으로 길며, 서쪽으로는 블루홀이, 동쪽으로는 대관식홀(Kronfasaden)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사면으로는 아이나르 포르세트(Einar Forseth : 1892~1988))가 그린 모자이크화가 벽을 장식하고 있다. 모자이크화의 재질은 비잔틴 양식의 성화처럼 유리다. 그리고 거기에 황금색을 많이 사용해 전체적으로 비잔틴스럽다. 그러나 그림을 표현하는 기법은 초현대적이다. 포르세트는 30세 당시 황금의 방 모자이크화를 의뢰받아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완성했으며, 그를 통해 찬반으로 갈라진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됐다.

황금의 방
 황금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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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림의 소재를 스웨덴의 신화와 역사에서 찾았다. 이들 그림 속에는 영웅 이야기와 민중 이야기가 뒤섞여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이 북쪽 면에 있다. 그림은 스톡홀름과 맬라르 호수의 여왕으로 알려지게 된 맬라르드로트닝엔(Mälardrottningen) 초상이다. 멜라르는 스톡홀름 서쪽에 있는 호수로 스웨덴에서 세 번째로 크지만, 그것이 가지는 상징성은 가장 크다. 이 호숫가에는 지금도 드로트닝홀름(Drottningholm) 성과 같은 볼거리들이 많다.

그림 속의 여왕은 양손에 왕흘과 왕관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치마폭 위로 스톡홀름 시청을 감싸고 있다. 스톡홀름 시가 영원히 그녀로부터 보호받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더욱이 그녀의 오른쪽으로는 미국·프랑스 같은 서양의 도시들이 표현돼 있다.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그 뒤로 고층빌딩과 미국 국기, 파리에 있는 에펠탑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성으로도 보이고 성당으로도 보이는 과거 유산이 표현돼 있다.

스톡홀름 여왕 맬라르드로트닝엔
 스톡홀름 여왕 맬라르드로트닝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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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왼쪽으로는 서양의 도시가 아닌 터키와 인도의 모습이 보인다. 터키 국기뿐 아니라 이슬람의 상징인 모스크가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인도는 코끼리와 호랑이의 모습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포르세트는 스웨덴을 상징하는 맬라르드로트닝엔 여왕을 통해 동양과 서양을 포용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가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남쪽 벽면에는 스톡홀름의 모습을 스웨덴 내부의 역사에서 찾아 표현하고 있다. 문 왼쪽에는 스톡홀름 항구·카타리나 교회·리다홀름 교회 등의 모습이 보인다. 항구에는 배들이 들락거리고, 기중기가 짐을 옮기고 있다. 문 위로는 1521년 만들어진 스톡홀름 성곽과 왕궁의 모습이 보인다. 탑 꼭대기에는 세 개의 왕관이 있고, 그 위로는 성 에릭(Erik)이 말을 타고 있다. 그런데 성 에릭의 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아무도 답을 말해주지 못한다.

황금의 방 남쪽 벽면의 그림
 황금의 방 남쪽 벽면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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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오른쪽에는 시청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시청 앞 다리를 통해서는 과거에서 현재로 기차가 달려간다. 시청 밖에는 스웨덴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시청 위로는 공부하는 학생들과 불을 끄는 소방관의 모습이 표현돼 있다. 행정의 구심점인 시청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화합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이처럼 서양의 시청에는 화합을 추구하고자 하는 백성의 뜻이 예술을 통해 차원 높게 표현되고 있다.


태그:#스톡홀름 시청사, #스카니아, #노벨상 시상식장, #블루홀, #황금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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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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