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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9월 5일 경기도 평택에서 경찰이 차량들을 상대로 불심검문하는 모습
 지난 2006년 9월 5일 경기도 평택에서 경찰이 차량들을 상대로 불심검문하는 모습
ⓒ 평택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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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잠시 사라졌던 경찰의 불심검문이 2년 만에 부활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묻지마 범죄' '아동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사전에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불심검문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거동이 수상하거나 범행을 저지를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면 경찰이 현장에서 임의적으로 신분증을 확인하고 소지품을 검사하는 불심검문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오래된 것이었다.

박정희 정부 때 인권침해 문제 불거져...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 문제제기

특히 박정희 정권이 이를 독재에 악용하면서 인권침해 문제가 본격 시작됐다. 당시 경찰은 다짜고짜 길가는 시민의 가방을 열어 주민등록증 소지 여부를 확인했다. 불온서적이 발견되기라도 하면 즉시 연행·취조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이하 집행법) 3조에 따르면 시민은 경찰의 불심검문을 응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경찰은 시민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할 수 있으나 시민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은 법에 명시된 사항을 어기며 불심검문을 남발한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불심검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경찰은 집회나 시위가 예정된 장소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검문을 실시하며 신분 확인을 했다. 집행법상 경찰은 검문 시 자신의 신분과 검문 이유를 밝혀야 한다.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사회적으로 '불법 불심검문은 문제'라는 여론이 싹트기 시작했다. 몇몇 시민들은 집행법을 어기며 불심검문을 벌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998년 11월 한 경북대학교 학생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해 1백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학생은 책을 사러 상경했다가 대학 집회 관련해 불심검문을 받고 경찰에 연행돼 18시간 만에 풀려났다.

시민사회단체들은 1998년부터 불심검문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대표적인 단체다. 당시 박래군 당시 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현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은 "수색영장 없이 가방을 열어보는 것이나 검문 거부 때 연행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짓밟는 분명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불심검문' 반대운동을 이끌었다.

"불심검문 부활, 일반 시민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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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이 흘렀다. 박 상임이사는 3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정부의 불심검문 부활 방침은 독재적인 발상"이라며 "시민 다수의 자유를 유보시키면서 범죄를 막겠다는 발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강력범죄 해결방안과 관련해 "검문을 안 해서 범죄가 발생한 게 아니다, 불심검문은 실질적으로 범죄를 예방하지 못 한다"며 "지역 일선에 경찰을 배치하는 등 밀착형 민생치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 상임이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정부가 2년 만에 불심검문을 부활시켰다. 어떻게 평가하나.
"정당하지도 않을 뿐더러 효과도 없을 것이다. 다만 공권력을 강화해 사회적 분위기를 위축시킬 수는 있다. 독재적인 발상이다."

- 정부는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검문이 제대로 안 돼서 범죄 발생한 게 아니다. 치안에 문제가 있었다. 또한 시민 다수의 자유를 유보시키면서 범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상당히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 1998년부터 1년 넘게 '불법 불심검문 거부운동'을 벌였었는데.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불법 불심검문이 자행됐다. 당시 경찰은 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무작위 불심검문을 벌였다. 그래서 '법대로 하자'고 주장했다. 불심검문을 남발하는 '일제검문'도 비판했다."

- 그때와 현재의 불심검문은 다른 것인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부활하는 불심검문도 예전처럼 할당량을 매겨 시행하는 일제검문으로 변질될까 우려된다. 일제검문이란 배치된 경찰마다 일정 검문 횟수를 배정받아 검문을 실시하는 것을 뜻한다. 불심검문 자체가 실적 중심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

- 불심검문을 두고 군사정권 시절부터 인권침해 논란이 빚어져 왔다. 과거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나.
"무작위로 시행하는 게 문제였다. 예를 들면, 대학 집회가 예정되면 경찰이 전철역 안은 물론 입구마다 막아섰다. 자의적으로 판단해 학생들 가방까지 뒤졌다. 영장 없이 불가능한 행위인데도 강행했다. 동의 없이 경찰서에 연행하거나 검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답변을 강요하는 사건도 비일비재했다."

"불심검문 강력범죄 근본대책 아냐... 민생치안 강화해야"

- 그렇다면 현행법대로 불심검문을 시행하면 문제 없다는 뜻인가.
"아니다. 법대로 하더라도 문제 있다. 불심검문이란 헌법으로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공권력이 자의적으로 억압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형 범죄 등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평상시 대중을 상대로 벌이는 불심검문은 일반 시민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버리는 인권침해 문제를 낳는다."

-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불심검문 강화 방침을 내놓는다. 강력범죄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지역 일선에 경찰 배치를 늘려 민생치안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시국치안에 경찰 동력 배치가 쏠려있다. 시민들 안전 보호를 위한 밀착형 민생치안이 필요한데 정부는 그럴 생각을 안 하는 듯하다. '화학적 거세' '전자발찌제도'처럼 불심검문은 근본 대책이 아니다. 편의적 방편이다."


태그:#박래군, #불심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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