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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지난 22일 오전 정규직노조 사무실 앞에서 현대차가 제시한 3천명 정규직화안을 분리해 특별교섭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지난 22일 오전 정규직노조 사무실 앞에서 현대차가 제시한 3천명 정규직화안을 분리해 특별교섭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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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메인면을 장식하던 현대차 문제가 전환점을 맞았다.

현대차 노사가 30일 올해 임단협 안에 잠정합의 함에 따라 한 고비를 넘긴 것이다. 이제 시선의 촛점은 정규직노조의 임단협에서 분리돼 특별교섭에서 다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맞춰져 있다.

10년을 끌어온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과연 이뤄질 것인가? 결론은 매우 힘들지만 가능성은 있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현대차의 결단이 관건, 진정성 없으면 진통 예상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10년간 불법 파견에 따른 전 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해왔다. 그러는 사이 조합원 수백 명이 해고 또는 중징계 되고 2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파업에 적극 나섰던 조합원의 재산이 가압류 당하고 그 가족들마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규직화가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회사측의 결단과 의지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약해 보인다. 30일자 진보언론이 보도한 "비정규직노조 '노사 특별협의'에 참여"라는 기사가 말해주듯, 진보언론 조차 '특별교섭'이라는 단어 대신 '특별협의'라고 표현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특별교섭이 아닌 특별협의는 회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현대차는 지금껏 비정규직과의 협상에서 교섭이라는 용어를 거부해 왔다. '단체교섭'이 연상시키듯 비정규직노조를 교섭 주체가 아닌 협의의 대상자로 본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차 윤갑한 대표이사(울산공장장)가 지난 24일 전 공장에 담화문을 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2015년까지 3000명 채용이라는 전향적인 제안을 했지만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사내하청노조의 불법행동 때문에 오히려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공언했듯, 회사측이 비정규직노조의 대법 판결 이행 요구를 불법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업 기간 언론이 보여준 보도형태도 비정규직노조에 불리하다. 비정규직노조가 "절대 아니다"고 항변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지난 22일 사측과의 충돌을 두고 '죽창드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죽창 휘둘러 관리자 중상' 등의 기사를 실었다. 6.25때 등장한, 대나무를 창같이 뽀쫍하게 깍은 죽창을 기억에서 끄집어 낸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왜 정규직화를 요구하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요구는 지난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9300여 공정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점을 근거로 삼는다. 특히 8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2010년과 2012년 대법원이 판결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다'는 법적 근거를 들고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진행될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현대차 비정규직들에게는 또 한번의 고통과 인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임단협을 시작하면서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핵심사안으로 들고 나왔다. 그때만 해도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하지만 정규직노조는 임단협을 매듭짓고 이제 바라보는 입장이 됐다.

그동안 노동계 일각에서는 현실론을 내세워 "비정규직문제는 막강한 힘의 현대차 정규직노조가 임단협에서 관철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30일 현대차노사가 임단협에 잠정합의한 지금,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노조를 돕기 위해 파업권을 행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처음 기대와 달리 비정규직노조의 힘겨운 싸움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같은 불리함을 예상하면서도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22일부터 "임단협에서 정규직화를 분리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해 왔다. 농성도 벌였다. 그 이유는 처음 예상과 달리 정규직노조의 막강한 협상력이 오히려 회사측이 밀어부치는 '2015년까지 3000명 신규채용안'을 굳힐 가능성이 커져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비정규직노조는 파업권이라는 무장을 해제한 정규직노조와 손을 잡고 현대차와 특별교섭을 벌인다.

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희망을 걸어야 하는 것은, 이번 문제가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의 600만명 이상에 달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물론 최근 지지선언을 통해 정규직화를 요구한 각 대학의 총학생회, 울산공장을 포위하자면 전국에서 달려와 응원해 준 많은 지지 세력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대선을 불과 4달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설적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면 할수록 각 정당과 대선 후보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현대차 내에서는 2000여명에 불과한 표밭이지만, 전체 노동자 30%에 달하는 전 비정규직이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표밭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한 조합원은 "정규직노조가 파업을 하면 언론이 대서특필하는데 우리가 하면 애써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는 보수언론들이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파업에는 '귀족노조'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지만, 반대로 비정규직노조 파업은 정당성이 있어 매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초지일관 진정성을 갖고 교섭에 임할 때 전국의 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그동안 이들의 정규직화를 응원해온 지지세력이 계속해서 응원을 보낼 것이다.

그런 전제하에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예정되어 있는 현대차에 대한 불법파견 기소 여부와 대다수 비정규직 및 지지세력의 응원, 이에 따른 국민적 시선, 여기에 부응한 대선 후보들의 관심으로 인해 의외로 쉽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현대차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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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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