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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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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사저 특검은 '특검 무용론'을 뚫고 국민적 의혹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을까?

여야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가운데, 12월 대선을 앞두고 실시되는 이번 특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1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민주당) 원내대표단에 이어, 24일 양 당 법안 협상단의 합의 내용이 발표되면서 내곡동 특검법 통과가 막판 수순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주요 합의사항을 보면 ▲특별검사는 민주당이 후보자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고 ▲수사대상은 MB 정부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된 배임 의혹 및 부동산실명제 위반 의혹과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사항으로 하고 ▲10일의 준비기간과 30일의 수사기간, 15일의 수사기간 연장을 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24일 민주당 협상단인 문병호, 박범계 의원이 합의 내용을 발표하자 새누리당 협상단인 이철우 의원이 "협상단이 합의한 것은 맞지만, 완전히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표하지 말자고 했는데도 협상이 완전히 끝난 것처럼 발표된 데 대해 유감"이라며 "새누리당은 이 협상에 대해서는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반발했지만, 특검 자체를 무산시키는 모험을 감수하지 않는 한 되돌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사실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특검들이 소득 없이 끝나면서 특별검사제도 자체의 효용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비관론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특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몇 가지 특별한 조건과 상황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대선 약 한 달 전 수사결과 발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묘한 시점이다.

특검법이 통과된 후 특별검사가 임명되기까지 절차상 약 보름 정도 걸린다. 법안이 발효되면 국회의장이 3일 이내에 대통령에게 특검 임명을 요청하고, 대통령이 3일 이내에 민주당에 의뢰하고, 민주당이 5일 이내에 2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 추천하고, 대통령은 3일 이내에 1명을 임명해야 한다. 특검이 임명되면 그 후 준비기간 10일과 수사기간 30일, 연장 수사기간 15일이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이를 종합하면 11월 중순 경 특검 수사가 마무리된다. 대선 약 한 달전이다. 특검 임명까지 걸리는 기간이 단축될 수 있지만, 그래도 11월 초다.

일정이 이렇게 된 이유는 19대 국회 개원 자체가 지연됐고, 이후 8월 국회 또한 오랫동안 공전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여당으로서는 파장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내곡동 사저는 특검, 민간인 사찰은 국정조사'라고 여러차례 밝힌 이상, 더 미적거렸다가는 정말 대선 코앞까지 갈 수 있다.

수사대상에 부동산실명제 위반 의혹이 포함된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당초 새누리당은 부동산실명제는 제외하고 배임 의혹만 포함시키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은 부동산실명제 위반보다 상대적으로 형량이 높은 대신 입증이 복잡하고 다퉈볼 여지가 있는 반면, 부동산실명제는 상대적으로 법리가 명확하다.

내곡동 사저 사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최소 부동산실명제 위반, 최대 배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수사대상에 배임과 함께 부동산실명제가 포함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 일가(부인 김윤옥 여사, 아들 이시형씨)가 특검에 의해 기소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문제제기한 측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첫 특검법

민주통합당 'MB-새누리정권 부정부패 청산 국민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은 지난 6월 13일 "민간인 불법사찰은 정치, 경제, 방송인, 조계종 등 광범하게 이뤄진 MB정권의 조직적 범죄 행위로 내곡동 사건과 함께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MB-새누리정권 부정부패 청산 국민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은 지난 6월 13일 "민간인 불법사찰은 정치, 경제, 방송인, 조계종 등 광범하게 이뤄진 MB정권의 조직적 범죄 행위로 내곡동 사건과 함께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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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적으로 볼 때 이번 내곡동 사저 특검법이 기존 특검법과 비교해서 가장 특별한 점은 특별검사 추천권을 민주당에 줬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보통 대한변협이나 대법원에 추천권을 부여했다.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직접 관련된 사건에 대해 야당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함으로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도 있겠다는 국민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특별검사를 정치적 반대파가 추천한다 하더라도, 그 밑에 실제 수사를 진행하는 수사관들은 여전히 기존 검찰에서 파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 정권 들어 검찰의 행보로 볼 때, 파견 검사들이 기껏 몇 달짜리 특검과 자신의 친정 조직 중 어디에 충성하겠냐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6월 8일 이 사건 관련자를 전원 불기소 처분하면서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이는 여전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 추천권을 문제제기 한 측에 넘긴 것은 제도적으로 중요한 진전임은 분명하다. 이번을 계기로 이후 특검에서도 원칙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내곡동 사저 특검에서 민주당이 추천권을 행사하게 된 것은 여야의 정치적 합의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 사건이 국정조사가 아니라 특검으로 가는 대신 후보 추천권을 민주당에 내줬다. 이는 새누리당으로서 깨끗하게 털고 가겠다는 의지 표명과 함께 공수처 설치 압력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여전히 새누리당 일부에서는 민주당의 특검 후보자 추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철우 의원은 "민주당이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것이 억지라는 의견이 많다"면서 "민주당이 고발한 사건을, 법도 민주당이 만들어서, 검사도 지명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월요일(27일)경 법사위에 법안이 넘어오면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런 주장은 애초 19대 국회 개원 합의 자체를 뒤집는 사항인 만큼 재고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미 특별검사 후보자 물색 등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예전에 성과를 냈던 대북송금특검의 특검보 출신 변호사 이름 등이 후보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내곡동 사저 특검법이 30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시행되기까지 형식적으로는 대통령의 사인만 남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과 아내, 아들을 직접 겨냥한 법안에 흔쾌히 사인을 할까.


태그:#내곡동 특검, #이명박 대통령, #이시형, #김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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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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