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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에서 접근이 가장 쉬운 뵈야 빙하

뵈야 빙하
 뵈야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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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야 빙하는 표지판이 있는 길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야 한다. 요스테달 국립공원의 뵈야 빙하라는 하늘색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에서도 푸른색의 뵈야 빙하가 보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사오 분을 걸어가니 빙하가 녹아 형성된 호수가 보이고, 그 위 바위산에 하얗고 푸른 얼음 빙하가 골짜기에 걸쳐 있다.

나는 먼저 신성한 빙하를 쳐다보고, 호수로 가 물에 손을 담근다. 차가운 기운이 몸으로 쫙 끼쳐온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이 여름이라 빙하가 많이 녹아 빙하의 규모는 작아지고 호수의 수량은 더 많아졌다고 한다. 지금도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가늘고 긴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뵈야 빙하의 크기도 자꾸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빙하와 아쉬운 작별을 한다. 돌아오면서도 나는 몇 번이고 뒤를 돌아다본다. 마침 주차장 근방에 전망대가 있어, 그곳에 올라 다시 한 번 뵈야 빙하의 위용을 살펴본다. 조금 높은 곳에서 보니 빙하와 산 전체의 모습이 좀 더 잘 조망된다. 뵈야 빙하, 언젠가는 녹아 없어질지 모르지만, 아직은 그 모습이 꽤나 웅장하고 신성하다.

노르웨이 빙하박물관

노르웨이 빙하박물관 뒤로 펼쳐진 빙산
 노르웨이 빙하박물관 뒤로 펼쳐진 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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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야 빙하를 보고 다시 찾아간 곳은 퓌엘란트에 있는 노르웨이 빙하박물관(Norsk Bremuseum)이다. 이 박물관은 1991년 5월 31일 개관했다. 건물은 1989년부터 2년간 건축가 스베레 펜(Sverre Fehn)에 의해 지어졌다. 2002년에는 박물관에 기후변화에 관한 전시물을 추가하기로 결정되어 확장공사가 이루어졌다. 2006년 가을에 공사가 시작되어, 2007년 7월에 공사를 마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빙하박물관 평면도
 빙하박물관 평면도
ⓒ 노르웨이 빙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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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건축가 스베레 펜은 기존의 건물을 훼손하지 않고, 영화관 주변을 따라 전시물을 원형으로 배치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곳에는 현재 울트베이트-모에(Ulltveit-Moe) 기후 센터가 들어서 있다. 이처럼 빙하박물관은 빙하만이 아니라 빙하와 기후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이와 관련된 전시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빙하박물관은 콘크리트와 목재 그리고 유리를 사용하여 만들었다. 전체적인 형상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빙하와 암석을 닮아 있다.

빙하박물관에 들어간 우리는 시간에 맞춰 원형전시관을 돌며 기후변화를 체험한다. 46억 년 전, 4000만 년 전, 2만 년 전, 현재를 지나 미래인 2100년대로 지나간다. 화산활동과 용암 분출, 온실효과로 인한 지구 온난화, 2만년 전의 빙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아름다운 지구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우리말로 소개된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이다.

곧 이어 우리는 영화관으로 들어가 이보 카프리노(Ivo Caprino)가 제작한 18분짜리 영화를 본다. 이 영화에서는 빙하를 연구하는 네 젊은이가 빙하를 탐사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이맥스 영화처럼 화면이 넓고 입체적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우리는 빙하전시관에 진열된 전시물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매머드 형상
 매머드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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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천천히 녹아 물이 되는 모습도 보고, 빙하 속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매머드의 모습도 보고, 알프스 빙하에서 실종되어 얼음인간이 된 외치(Ötzi)의 모습도 본다. 전체적으로 빙하와 날씨의 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빙하가 파란 이유, 빙하의 에너지, 피오르의 형성과정, 피오르가 녹색인 이유, 기후 변화 등이 그림과 도표를 통해 쉽게 설명되어 있다.

빙하얼음이 얼마나 단단한지 저울추를 지탱하고 있다.
 빙하얼음이 얼마나 단단한지 저울추를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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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파란 이유는 얼음이 빨간색이나 노란색은 흡수하고 파란색은 반사하기 때문이란다. 빙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는데, 빙하가 녹은 물을 수력발전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오르가 녹색인 이유는 빙하의 퇴적물 때문이란다. 빙하가 녹아내리며 강을 형성하고 이때 생긴 침식물이 강이나 호수 바다로 흘러 쌓이는데, 이것이 물을 녹색으로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빙하박물관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빙하에 대한 많은 지식이 얻어졌다. 체험도 몇 가지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밖으로 나와 박물관 주변의 산과 계곡, 빙하와 만년설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것을 제대로 보려면 빙하박물관 2층 옥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곳에 가면 사방의 산과 빙하를 유리판 위에 그림으로 표현해 놓았다. 이 주변에서 보이는 가장 높은 산은 1469m의 블로니파(Blånipa)다. 여기서 니파는 우리말로 봉(峰)에 해당한다.

초록의 평원과 대비를 이루는 빙산
 초록의 평원과 대비를 이루는 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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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참에 빙하와 산에 관한 몇 가지 노르웨이어를 정리해보면 좋겠다. 브렌(Breen)은 빙하다. 달(Dal)은 빙하가 침식되어 만들어진 골짜기 또는 계곡이다. 피오르(Fjord)는 빙하의 침식으로 물이 들어와 생긴 긴 협곡이다. 피엘레트(Fjellet)는 산을 말한다. 하우겐(Haugen)은 언덕 또는 구릉이다. 그리고 스뇌(Snø)는 눈이다.   

퓌앨란트 피오르와 송네 피오르

빙하박물관을 나온 우리는 다시 남쪽으로 차를 달린다. 잠시 후 퓌앨란트 피오르 전망대에 차를 세운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진 전망을 살펴본다. 이곳은 호숫가에 있고, 호수 건너로 산봉우리들이 펼쳐져 있어 시원한 맛이 있다. 가장 가까이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1365m의 바르다퓌엘이고, 더 멀리 1560m의 트로게트가 보인다.

포드네스로 가는 페리
 포드네스로 가는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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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차에 오른 우리는 5번 도로를 따라 송달(Sogndal) 방향으로 간다. 송달부터는 송네 피오르 권역이 된다. 이곳에서 호수에 놓인 다리를 건너고 카우팡어를 지나 만헬레르(Mannheller)에 이른다. 이곳에서 우리는 또 다시 페리를 타고 송네 피오르를 건너 포드네스(Fodnes)로 간다. 이곳도 배로 2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다. 포드네스에는 농가 몇 채와 등대만이 보인다.

포드네스에서 내린 우리는 버스를 타고 고개를 넘어 래르달(Lærdal)로 간다. 래르달은 아울란(Aurland), 구드방엔(Gudvangen)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피오르 지역에 속한다. 우리는 래르달에서 아울란, 베르겐(Bergen)으로 이어지는 E16번 도로를 탄다. 이 도로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래르달 터널이 있다. 터널 길이가 무려 24.5㎞나 된다. 이 터널을 나오자 호숫가의 아울란이 나온다.  

송네 피오르를 다 보려면 아직도 멀었어

지나가면서 본 아울란방엔
 지나가면서 본 아울란방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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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송네 피오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아울란 피오르와 내뢰이(Nærøy) 피오르라고 한다. 그리고 아울란트 피오르의 백미는 아울란방엔(Aurlandvangen)과 플롬(Flåm)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내뢰이 피오르의 백미는 구드방엔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두 피오르를 보지 않고는 송네 피오르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들 작은 도시들을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다.

플롬은 내일 찾아 뮈르달(Myrdal)까지 가는 플롬 열차를 탈 것이다. 플롬 열차는 송네 피오르의 하이라이트로 알려져 있다. 해발 2m의 플롬에서부터 해발 865m의 뮈르달까지 20.2㎞를 올라간다. 그리고 구드방엔은 베르겐에 갔다 오는 길에 들를 예정이다. 구드방엔은 전통가옥과 토속신앙 흔적이 남아 있는 전통적인 마을이다. 그리고 내륙 가장 깊숙이 위치하고 있음에도 수심이 깊어 크루즈선이 들어온다. 

웬 터널이 이렇게 많은 거야

뵈야 빙하에서 구드방엔까지
 뵈야 빙하에서 구드방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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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란에서 구드방엔으로 가려면 세 개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 그 중 하나인 구드방엔 터널은 11.4㎞로 래르달 터널에 이어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긴 터널이다. 우리는 이 터널을 이번에 세 번이나 지나게 되었다. 구드방엔을 지난 우리 버스는 내뢰이 골짜기를 넘고 또 하나의 터널을 지나 퓌레(Fyre)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묵을 호텔이 나타나지 않는다.

퓌레에서 한 10분을 달렸을까? 왼쪽으로 오펜하임 호수가 나타나고 호숫가에 포세스퇼렌(Vossestølen) 호텔이 보인다. 이곳에서 우리는 또 하룻밤을 묵어갈 것이다. 긴긴 여름 해는 이제 서쪽으로 기울었고, 시간은 7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아침 7시에 뷔올리 호텔을 출발했으니 꼬박 12시간 반을 여행한 것이다. 대단한 강행군이다.

호숫가 호텔에서 잠을 자고

오펜하임 호숫가의 호텔
 오펜하임 호숫가의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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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임 호숫가에 있는 포세스퇼렌 호텔은 입구에 꽃밭이 잘 가꾸어져 있고, 호텔 앞 잔디밭에는 나무로 만든 사슴 가족 셋이 있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 식당으로 가다 보니 박제된 동물들의 모습도 보인다. 사슴, 여우, 수달, 멧닭, 스칸디나비아 고유종으로 보이는 새 등이 있다. 이들을 보고 나서 우리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난 아내와 나는 호숫가를 산책한다. 호수는 평화롭기만 하고 작은 보트도 보인다. 호수에는 나무로 갑판 같은 선착장이 만들어져 있어 배를 타고 내릴 수 있다. 호수 건너 산에는 드문드문 만년설이 보인다. 호수를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호텔 주인 할바르트 뢰노(Halvard Løno)씨와 노르웨이어와 한국어 표현 몇 가지를 서로 가르쳐준다. 그는 이 호텔에 한국인 관광객을 계속 유치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태그:#노르웨이 빙하박물관, #뵈야 빙하, #송네 피오르, #래르달 터널, #오펜하임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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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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