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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빈세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빈세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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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23일 오후 6시 39분]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이 9월 중순까지 외환시장에서 투기성 단기자금의 유출입을 막는 '토빈세'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평상시에는 미미한 세금을 올리다가 일정 시간 안에 외환 거래량이 급증하여 환율이 불안해지면 거래대금의 최고 20% 가량을 세금으로 물리는 내용이다. 

민 의원측은 22일 오전, 토빈세 도입이 시급하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앞서 곧 제출할 법안의 대략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민 의원은 "2008년 이후 불안한 양상을 보여온 유로존이 해체될 경우 그 어떤 나라보다 한국에서 급격한 외환유출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장하준도 찬성하는 '투기자본' 통제 해법

토빈세란 나라 간의 외환거래에 세금을 매겨서 국제 투기자본의 급격한 자금유출입을 통한 공격을 줄이고, 통화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론이다. 1981년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처음 주장하면서 이 이름이 붙었다.

한국에서는 국제 투기세력의 환율 공격이 극심했던 1997년 경제 위기 때 잠깐 등장했다가 유로존 위기가 겹치면서 다시 관련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최근 펴낸 <안철수의 생각>에서 토빈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도 21일 있었던 대중 강연회에서 토빈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민 의원은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로 유로존 위기를 꼽았다. 한국은행이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에 유입된 외국 자본이 16.3조 원인데 그중 유럽계 자본이 9.0조 원이라는 것이다. 민 의원은 "이러한 유럽계 자금의 80%가 '단기성 자금'"이라며 "유로존이 해체될 경우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급격한 외환유출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이 내놓은 '토빈세' 법안은 경제위기 해법의 일환으로 이런 급격한 외환유출입을 막고 금융 안정을 강화하는 데 취지를 두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일시적 외화거래에 대해서는 0.001%나 그보다 적은 상징적인 세금을 부과하면서 일정 시간당 외환 거래량이 급증할 경우에는 해당 구간의 거래에 대해 20% 내외의 세율을 부과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기 억제와 세수증대 위한 훌륭한 정책수단"

이날 진행된 토빈세 관련 토론회에서는 찬성 의견과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최용호 금융위원회 금융시장분석과장은 "정부 입장은 기본적으로 국제적으로 찬반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토빈세는 실질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도입을 한다고 해도 다른 국가들이 도입한 후에 따라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특유의 수출 주도형 산업구조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했을 때 우리 경제에 어떤 효과가 올지 우선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찬성하는 쪽에서는 토빈세 도입이 투기 억제와 세수 증대를 위한 매우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는 점을 꼽았다. 홍범교 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토빈세를 도입했는데도 투기가 억제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세수 증대를 위한 훌륭한 수단이라는 의미"라며 "투기가 억제된다면 원래대로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니 나쁠 게 없다"고 설명했다.

홍 본부장은 한 국가에서만 자본거래에 세금을 매길 경우 시장 참여자가 다른 국가로 떠나간다는 반대논리에 대해서도 "한국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원화는 세계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거래세가 부과된다고 해서 원-달러 거래가 다른 나라로 이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영철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브라질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브라질은 현재 외국인이 자국 통화인 헤알화를 거래할 때 6%의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김 교수는 "브라질이 초기에 매겼던 세율은 2% 였다"면서 "2%의 세금을 부과했는데도 거래량이 줄지 않았으니 6%로 올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홍 본부장은 이날 토빈세와 관련 국제적인 조약 및 법제도 측면의 문제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은 OECD회원국으로서 자본자유화 규약 준수 의무가 있는데 EU에서는 토빈세의 부과를 국제적인 자본이동에 대한 일종의 규제로 해석한다"면서 "이러한 해석은 OECD 규약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토빈세, #안철수, #장하준, #민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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