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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시 음암면 신장리 동암초등학교 전경.
서산시 음암면 신장리 동암초등학교 전경. ⓒ 윤태

이번 여름 휴가때 충남 서산시 음암면 신장리에 위치한 저희 모교인 동암초등학교를 다녀왔습니다. 초등 친구가 모교에서 복도 교체 공사를 하고 있어 얼굴도 볼 겸해서 잠깐 다녀왔습니다.

이 학교는 농촌에 있는 완전한 시골 초등학교입니다. 학교를 둘러싼 모든 자연이 자연학습장이 돼 우리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더욱더 튼실하게 만들었던 곳이기도 하지요. 이 학교를 졸업한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습니다. 한때는 8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등·하교하던 곳인데 농촌을 떠나면서 지금은 59명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시골 한가운데 있는 농촌 학교치고는 학생수가 그리 적은 것은 아닙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신입생이 네다섯 명 수준으로 폐교 예정 대상에도 올랐던 저희 모교입니다. 폐교가 되면 남아 있는 아이들도 인근 초등학교로 옮겨가야하고 우리의 추억은 맥이 끊긴 채 교정에는 잡풀만이 가득하겠지요.

하지만 학부모와 동문들의 노력으로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금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방과후 교실, 종일 돌봄이 교실 등도 활성화 돼 지금은 일부러 조금 떨어진 시내에서 이 곳 시골의 초등학교로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종일 돌봄 교실을 밤 9시까지 한다고 하니 승용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도심에서 이곳 동암초등학교로 학교를 보내는 부모님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지요. 시내의 공단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굳이 시내에 있는 초등학교로 보내지 않고, 이곳 모교로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귀농, 귀촌 현상으로 촌에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이곳에 학생수가 늘어나는 요인도 있고요.

초등학교는 시골에서, 중학교부터는 도시에서

이뿐만 아니라 인근 초등학교에서 외진 동암초등학교로 전학 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 총 동창회에서 통학 버스 지원 등을 통해 가능하면 많은 시골 지역까지 등하교 길을 편리하게 해 주니 이 학교로 모여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총동창회에서 이 학교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건강한 자연과 생명이 있는 농촌 학교에서 일부러 초등시절을 보내고 중학교부터는 도심으로 옮겨가는 것이지요. 요즘 도시 아이들 농촌 경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방학때 한두 번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나 경험하는 정도이고 시골, 촌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아이들도 많으니 정서도 좋으니, 일부러 시골학교에 보내는 것이지요.

게다가 한 반에 학생 수가 그리 많지 않으니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전체 학생수가 59명이다보니 한 학년에 평균 잡아 10명 정도 됩니다. 얼마나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자유롭게 수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가까이에서 늘 얼굴을 맞대고 가족적인 분위기이다 보니 인성교육은 두말할 것도 없지요. 다 그런 건 아닌지만 도심에서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 보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비뚤어진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러나 이런 시골 학교에서 자연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오순도순, 도란도란 수업하다보면 인성은 올곧은 대나무처럼 곧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2003년 봄에 인기리에 상영됐던 <선생 김봉두>라는 영화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여하튼 제 느낌으로는 그렇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때 모교에 놀러갔을 때, 본관 뒷편에 급식실과 교실 증축공사를 하고 있더군요.복도도 대리석으로 말끔히 교체 작업도 하고 있었구요. 학생수가 점차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방학동안에 공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사 현장에서 교장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교장선생님인줄도 몰랐습니다. 작업복 차림으로 복도 교체 작업에 참여하는 걸 보고 인부인줄 알았지요. 그 무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직접 현장에서 일을 하시는 교장 선생님을 뵈니, 참으로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독서토론쪽에 관심이 많아, 교장 선생님께 여쭤 보았습니다.

"교장 선생님, 토론 수업은 활성화 돼 있나요? 아이들이 많지 않아서 토론 수업하기엔 참 좋을 듯 해요. 도시 학교에서는 사실 불가능하거든요."

그랬더니,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요즘 도시 아이들은 토론과 토의를 구분할 줄 몰라요. 무조건 정답을 내려고만 하는데 그것이 토론은 아니지요." 

하시면서 계속 말씀을 이어 가셨습니다. 굳이 토론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몇 명 안 되는 학생들이니 그 마음속까지 서로 들여다보며 이야기하고 수업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도시의 거대한 학교들이 마치 닭 사육장처럼 학생들을 30여 명씩 한데 모아 놓고 사육하듯 똑같은 교과서와 생각으로 획일적으로 교육을 하고 각종 학원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일반적인 형상입니다.

이곳 시골 학교인 동암초등학교는 몇 안 되는 학생수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학습과 인성과 자연을 함께 배우며 경쟁보다는 서로를 보듬고 챙기고 열린 대화로 만들어가는 참교육의 거대한 장, 이렇게 표현하면 될까요?

 자연배경이 아름다운 농촌 학교, 동암초 전경.
자연배경이 아름다운 농촌 학교, 동암초 전경. ⓒ 윤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책걸상.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수업을 할 수 있지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책걸상.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수업을 할 수 있지요. ⓒ 윤태

 본관 앞에서 바라본 동암초 전경.
본관 앞에서 바라본 동암초 전경. ⓒ 윤태

 교정에서 검게 익어가는 포도. 농촌학교에서는 가능한 일이지요.
교정에서 검게 익어가는 포도. 농촌학교에서는 가능한 일이지요. ⓒ 윤태

 아이들의 인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입니다.
아이들의 인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입니다. ⓒ 윤태

 화장실은 아주 깔끔합니다.
화장실은 아주 깔끔합니다. ⓒ 윤태

 사실 자연학습장을 따로 둘 필요도 없는 농촌 학교 그 자체입니다.
사실 자연학습장을 따로 둘 필요도 없는 농촌 학교 그 자체입니다. ⓒ 윤태

 학생수가 늘어나 교실과 급식실 등 일부 건물을 신축, 증축중에 있습니다.
학생수가 늘어나 교실과 급식실 등 일부 건물을 신축, 증축중에 있습니다. ⓒ 윤태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생활하는 교내 닭 사육장. 옆에 있는 풀 뜯어 던져주면 그것이 먹이가 되지요.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생활하는 교내 닭 사육장. 옆에 있는 풀 뜯어 던져주면 그것이 먹이가 되지요. ⓒ 윤태


#동암초등학교,#총동창회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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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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