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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7일 15시 부로 만도 사측은 직장을 폐쇄하고 평택, 문막, 익산공장에 용역 1500명을 투입해 공장을 봉쇄했다. 평택공장 정문을 용역들이 봉쇄하고 있다. 여기 투입된 용역은 '지원가드'라는 이름의 방패를 들고 있었으나, 용역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이미 지난해 허가가 취소됐던 'CJ시큐리티'라고 입을 모았다.
▲ 만도 평택공장 지난 7월 27일 15시 부로 만도 사측은 직장을 폐쇄하고 평택, 문막, 익산공장에 용역 1500명을 투입해 공장을 봉쇄했다. 평택공장 정문을 용역들이 봉쇄하고 있다. 여기 투입된 용역은 '지원가드'라는 이름의 방패를 들고 있었으나, 용역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이미 지난해 허가가 취소됐던 'CJ시큐리티'라고 입을 모았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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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제이엠(SJM)에 투입된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불법 폭력 문제가 국정조사 등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SJM과 같은 날(7월 27일) 자동차부품업체 만도에 전격 투입된 1500명의 용역은 이미 허가취소된 용역업체 '씨제이시큐리티(CJ시큐리티)' 소속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CJ시큐리티는 지난해 5월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과정에 투입돼 조합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해 지난해 10월 허가가 취소됐다. 불법 폭력을 저지른 용역업체가 채 1년이 되지 않아 부활한 것이다.

또한 컨택터스와 관련된 또 다른 용역업체가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다수 확인됐다. 이 업체들은 컨택터스의 실소유자로 지목된 서진호씨와 연관돼 있거나 컨택터스의 전직 임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이는 컨택터스가 허가취소 될 경우를 대비한 '예비 업체'로 의심된다. 컨택터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경기법인과 서울법인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용역업계에서는 이 두 업체와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에 투입된 '마린캅스'를 한 번에 1000명 이상 동원할 수 있는 국내 3대 업체로 꼽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그동안 취재한 용역업계 관계자들의 증언과 업체 등기부등본을 토대로 세 업체를 분석했다.

ⓒ 오마이뉴스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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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터스 : 서울·경기법인 외 관련업체만 최소 5개 확인

컨택터스는 애초 디텍티브레인져스라는 상호에서 디텍티브씨티플랜으로, 다시 디텍티브레인져스로 이름을 바꾼 이력이 확인됐다. 현재의 컨택터스가 된 것은 지난 2008년 9월이다. 이 업체가 노사분규 현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이때로 보인다. 물대포와 경비견, 무인헬기 등 경찰병력 수준으로 무장하고 노사분규 현장에서 이름을 날린 시기도 일치한다. 그 전에는 이름처럼 '탐정', 즉 흥신소 같은 일이 강조됐다.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컨택터스는 현재 최소 5개 업체와 법원 등기부 상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4개는 같은 업종이고 1개는 건설사다. 이 회사들은 모두 컨택터스 또는 컨택터스의 실소유자 서진호씨와 연결돼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몇 개 업체는 컨택터스가 허가취소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페이퍼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컨택터스 대표를 맡았던 이아무개씨가 연관된 '지에스아이원(GSI원)'이라는 업체가 눈에 띈다. 이 업체는 지난 2006년 하이서울페스티벌 당시 안전인력담당 용역 업체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경호했다. 컨택터스가 자사 홈페이지에 VIP경호 경력을 홍보하기 위해 올린 사진도 이 당시 촬영한 것이다. 이씨는 2006년 GSI원 대표를 지냈다. 그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멀티인터내셔널가드'라는 또 다른 업체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컨택터스의 실소유자로 지목된 서진호씨는 건설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서중건설'이라는 업체의 대표를 지냈다. 서씨와 같은 시기 서중건설의 감사를 맡은 강아무개씨는 용역업체 '에스지티에스(SGTS)'의 현재 대표다. 그는 또 2002년 서씨가 대표로 있던 용역업체 '스톤가드'의 대표(2002년~2010년)를 지냈다. SGTS와 스톤가드는 지난 2010년 KEC와 발레오만도의 직장폐쇄에 투입된 바 있다.

<오마이뉴스>가 만난 업계 관계자는 "컨택터스가 이쪽 업계에서는 상당히 큰 편"이라며 "스톤가드의 실소유자 강씨는 서씨의 친구고, 다른 몇 개 경호업체도 서씨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등본 상의 대표는 큰 의미가 없다, 업체를 운영하다보면 허가취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직원이나 아는 사람의 이름을 써서 회사를 다시 세운다"며 "지금 나온 업체들 대부분이 (컨택터스) 허가취소 대비해 만든 예비 법인 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 투입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이 얼음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 투입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이 얼음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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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시큐리티, 지원가드로 화려한 부활?... "만도에 들어간 게 CJ시큐리티"

지난달 27일 새벽, 컨택터스가 SJM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을 때 서울 월드컵경기장 공원과 인천 문학경기장 공원에는 또 다른 용역 1500여 명이 집결했다. 이들은 평택, 익산, 문막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 만도에 동시 투입됐다.

처음에는 이들도 역시 컨택터스 소속인 것으로 보였다. <오마이뉴스>도 지난 7월 30일 그같이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보기). SJM과 만도 두 회사가 같은 날 동시에 직장폐쇄에 들어가면서 여기에 투입된 용역도 같은 곳일 것이라는 착시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만도에 투입된 용역들은 장비에 새겨진 이름부터 달랐다. 이들은 '지원가드(JIWON GUARD)'라고 적힌 방패를 들었다. 업계관계자들도 처음 듣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취재 결과 이 업체는 지난해 10월 17일 설립됐다. 대표가 없는 상태로, 신아무개씨와 오아무개씨가 사내이사로 등록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87년 생으로 26살이다. 이런 신생업체가 그 정도 인원을 동원했다는 것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오마이뉴스>가 접촉한 업계 관계자 4명은 모두 만도에 투입된 지원가드의 실체로 CJ시큐리티를 지목했다.

용역업을 20년 가까이 했다는 업계 한 관계자는 "만도가 문막 쪽이면 CJ시큐리티가 들어간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인원이 1500명이면 엄청난 것이다, 내가 일하면서 이 정도 인원이 나온 건 거의 처음"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 1000명 정도를 동원할 수 있는 업체는 CJ시큐리티하고 컨택터스, 그리고 예전에 쌍용자동차에 들어갔던 업체(마린캅스)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 여러 개 예비법인 가운데 하나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는 지원가드의 등기부상 주소지를 바탕으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처를 확보할 수 없었다. 현재 인터넷 상에는 지원가드와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검색되지 않는다.

CJ시큐리티는 지난해 5월 자동차부품업체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과정에 투입돼 조합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업체다. 이 문제가 국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비판여론이 일자 그해 9월 자진해산 절차를 밟았다. 경찰의 허가취소는 그보다 늦은 10월 4일에 이뤄졌다. 그리고 2주 뒤 지원가드가 설립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원가드의 실체로 CJ시큐리티를 지목하며 "(CJ시큐리티가) 다시 모여서 하는데 서류상으로는 흩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CJ시큐리티는 지원가드 외에 또 다른 예비법인의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허가가 취소됐다고 하지만 CJ시큐리티가 하던 업무를 C업체가 계속 맡고 있다"고 보도했다. CJ시큐리티가 지난해 유성기업 투입과정에서 발견된 간부수첩에 이 C업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마린캅스, 쌍용차 투입 이후 최근에는 조용

최근 직장폐쇄와 용역업체들의 폭력으로부터 고통을 당해왔던 투쟁사업장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 파괴를 위한 자본의 사병-폭력 경비업체를 양성하는 이명박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중인 사업장의 용역 투입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 사진을 들어보이며 노동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직장폐쇄와 용역업체들의 폭력으로부터 고통을 당해왔던 투쟁사업장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 파괴를 위한 자본의 사병-폭력 경비업체를 양성하는 이명박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중인 사업장의 용역 투입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 사진을 들어보이며 노동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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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노사분규 전문 3대 용역업체 가운데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에 투입됐던 '마린캅스'는 최근 노사분규 현장에서 별다른 활동이 없다. 당시 조합원들에게 새총을 쏘고 폐타이어를 태우는 등 폭력 행위가 문제가 된 이 업체는 현재 일반 경비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CJ시큐리티의 사례처럼 언제든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현행 제도로는 과거 불법폭력을 저지른 업체의 복귀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허가취소가 될 당시 법인 대표는 이후 3년 동안 동종업을 할 수 없는 무자격자가 되지만, 대부분 '바지 사장'이라 다른 대표를 앞세워 주소지만 변경하면 얼마든지 다시 등록할 수 있다. 심지어 마린캅스는 어떤 법적 제재도 받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은 이번 컨택터스의 폭력사태를 계기로 용역들의 폭력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폭력용역업체 진상 조사단'이 구성됐고, 지난 7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이번 문제는 단지 컨택터스라는 하나의 용역업체만 걸린 일이 아니다. '폭력 용역'의 실체를 밝히려면 업계 전반에 대한 조사와 강화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태그:#컨택터스, #용역, #에스제이엠, #CJ시큐리티,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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