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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6주기 원폭희생자 추모제의 모습.
 지난해 66주기 원폭희생자 추모제의 모습.
ⓒ 합천평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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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투하 67주기를 맞는 6일 경남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되어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원폭희생자 추모제가 열린다.

2010년까지는 국가적인 추모행사 없이, 일본과 한국 양 정부에 홀대받아 온 한국인 원폭피해 희생자의 추모제는 매년 8월 6일 전국 각 지역별로 피해자단체의 조촐한 추모식으로 치러져 왔다. 지난해부터 유가족과 피해자단체인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와 '한국원폭2세환우회' 및 시민단체 '합천평화의집'이 지역주민과 함께 시민사회 차원으로 추모제 및 인권·평화의 문화제 등으로 확대하여 개최하게 되었다.

올해 추모제는 원폭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의식으로 시작되어 추모식을 마친 뒤에는, 특별초청강연 및 다큐멘터리 상영 등의 행사가 이어진다.

원폭희생자 추모제, 노무라 타이세이 교수 강연도...

지난 6월 오사카의 의학기반연구소에서 만난 '노무라 프로젝트'의 리더, 노무라 타이세이 교수.
 지난 6월 오사카의 의학기반연구소에서 만난 '노무라 프로젝트'의 리더, 노무라 타이세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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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특별 초청강연을 할 노무라 타이세이(野村大成) 오사카대학 명예교수는 방사선이나 화학물질이 다음 세대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안전평가 기술개발에 공헌한 저명인사다. 그는 특히 40여 년에 걸친 쥐 실험의 결과, 부모가 방사선에 피폭되면 그 자녀와 후손에게 돌연변이뿐 아니라 암이나 기형까지도 유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노무라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방사선이 다음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하여, 방대한 데이터와 자료를 가지고 방사선 피해의 유전성 문제를 정면에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노무라 교수의 연구 논문은 '오사카 리포트'로 불리며 국제적인 학술지 '네이처'(1982)에도 게재되어 유럽과 미국 등 해외 각국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으며, UN과학위원회 보고서에도 상세히 기재되었다. 노무라 교수의 연구는 영국에서 근대유전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라이온 박사의 추가실험(추가적인 쥐 실험) 및 영국 셀라필드 핵시설 근로자들의 자녀들에게서 발견되는 높은 백혈병 위험도(인간의 경우)에 관한 가드너의 조사 등으로 이어지면서 방사선 피폭이 후손에게 미치는 유전적 피해의 위험이 다시 확인되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만들어낸 환경유해인자로 인해 당사자만이 아니라 그 자손과 미래 세대에게 일어날 장애를 지적한 노무라 교수의 논문의 영어 제목은 'Of Mice and Men'('생쥐와 인간', 네이처, 1990년)은 UN의 환경보호표어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노무라 교수는 현재도 독립행정법인 의약기반연구소에서 '노무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번 합천 방문을 계기로 하여 국내 피폭자 및 의사, 시민단체의 협조를 받아 한국의 원폭피해 1, 2세의 건강에 관한 조사 연구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그동안 방사선 피폭자의 자녀나 그 후손에게서 발생하던 건강 피해에 대해 피폭과의 연관성을 일관되게 부인해 오던 일본 정부는 물론, 전세계 각국의 핵 마피아 권력에 맞서는, 한일 공동 민간차원의 의학적인 연구(원폭 방사선 피폭의 유전 문제)를 추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남 합천에서 열린 66주기 원폭희생자 추모제.
 지난해 경남 합천에서 열린 66주기 원폭희생자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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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남 합천은 국내 원폭피해자가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어,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며, 피폭1세대가 입소해 생활하는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및 국내 원폭피해자 1, 2세 환우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합천평화의집'이 소재하여 국내 원폭피해자 및 원폭2세환우 인권운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오는 6일 원폭희생자 추모제를 주관하는 '합천평화의집'은 올해 3월 23~24일 양일간 '2012 합천 비핵·평화대회'를 개최하여 체르노빌, 남태평양 비키니섬, 대만과 일본의 피폭자를 초청해 세계 피폭자 증언대회를 열고 '2012 합천비핵평화선언'을 채택하여 발표한 바 있다. 

추모제 개최 직후에는, 원폭피해자와 그 자녀의 실태조사 및 인권 복지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하여, 피해자단체와 지원단체 등이 공동으로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집중적인 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원폭피해자 1세대뿐 아니라 2, 3세 등의 후손에 대한 대책을 담고 있는 국가적인 제도나 법은 원폭투하로부터 67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지만, 지방 조례로서는 지난해 12월 22일 경상남도 원폭피해자 지원 조례안이 통과되어 1세대와 그 후손의 실태조사 및 지원에 대한 시책 마련을 지방정부가 약속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문의: 합천평화의집 02-744-8007, 055-934-0301



태그:#원폭희생자 추모제, #노무라 타이세이, #방사선 피폭 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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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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