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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상, 참 단촐하지요? 그래도 더위를 날려버린 시원하고 맛있는 냉콩국수 맛이 일품이었지요
 오늘 점심상, 참 단촐하지요? 그래도 더위를 날려버린 시원하고 맛있는 냉콩국수 맛이 일품이었지요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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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더워, 이럴 땐 에어컨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에어컨?  그건 안돼요, 더워도 그냥 견뎌야지."

너무 덥다 보니 당치 않은 푸념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펄쩍 뜁니다. 저도 사실 에어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닙니다. 우리 부부는 에어컨에 질색인 사람들이거든요. 에어컨 바람만 직접 쐬면 감기에 걸리거나 목이 아픈 증세가 생기는 등 에어컨 알레르기 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집엔 그 흔한 에어컨이 없습니다. 극장이나 공연장 등 공공장소나 지하철 안에서도 에어컨 바람을 피해 다니는 바보들이지요. 요즘 같은 무더위에도 우리 집에서는 부채를 주로 사용합니다. 선풍기도 가끔 사용하는 정도지요. 등산이나 산책을 할 때도 부채를 꼭 손에 들고 다닙니다. 친구들은 우리부부를 가리켜 문명의 혜택을 누릴 줄 모르는 전 세대 사람들 같다고 합니다.

저희부부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에서도 지대가 높은 지역에 있는 15층 아파트입니다. 집 가까이 숲도 있어서 어지간한 더위에는 끄떡없는 집인데 요즘 더위는 정말 대단해서 견디기가 힘듭니다. 요즘은 더위를 먹었는지 식욕도 떨어지고 자꾸만 늘어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오늘 점심에는 아내가 별식을 만들었습니다.

엊그제부터 물에 담가놓았던 콩을 삶아서 분쇄기에 갈아 만든 고소한 콩국물에 국수를 말아 내놓은 것입니다. 아내는 얼음이 녹으면 콩국물 맛이 떨어진다고 얼음을 직접 넣지 않고 냉동실에 잠깐 넣어 차가워진 후에 국수를 말았다고 합니다. 국수 위에는 토마토와 오이, 깨소금을 뿌려 고소한 맛을 더해주었지요.

"어허~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걸."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감탄사에 아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어때요? 시원한 냉콩국수 맛에 무더위가 싹 날아갔지요?"
요즘 밥맛없다고 밥상머리에서 깨질 거리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아내의 기분이 한 순간에 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고소하고 시원한 맛에 반하여 뚝딱 먹어치운 냉콩국수랍니다.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제가 고소하고 시원한 맛에 반하여 뚝딱 먹어치운 냉콩국수랍니다.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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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잘 먹었네. 내일도 냉콩국수 또 해주면 안 될까?"

국수는 물론 국물까지 깨끗이 마시고 나자 내일 점심에도 또 먹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것입니다. 콩국물은 영양도 풍부하니 더위에 지친 몸에 활력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구나 모처럼 맛있게 먹은 냉콩국수를 한 끼로 끝내기는 너무 아쉬웠지요.

"내일 점심거리는 남겨 놨지. 그리고 이건 000 언니네 좀 갖다 주고."

그러면 그렇지, 평소에도 손이 큰 아내가 모처럼 만든 콩국수를 겨우 한 끼분만 만들었을 리가 없지요. 아내는 앞집에도 한 그릇 듬뿍 담아 갖다 주고, 내일 점심에 먹을 것을 냉장고에 보관한 다음, 가깝게 지내는 언니네 부부가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콩국수 국물을 싸들고 나갔습니다.

무더위에 지쳐 있었는데 오늘 점심에 맛있게 먹은 냉콩국수 덕분에 많이 회복된 느낌입니다. 내일 점심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냉콩국수를 기대하며 오늘 무더위 쯤 거뜬하게 이겨낼 것 같습니다. 집에서 만든 '아내표 냉콩국수' 드시고 무더위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태그:#점심, #무더위, #냉콩국수, #에어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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