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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보고 싶은 사람 있어요? 그냥 머릿속에 툭 떠오르는 사람. 친구도 좋고, 가족도 좋고,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보세요. 생각만 하지 말고 한번 보고 오는 건 어때요? 지금 가서 한번만 다시 보고 와요."

투신 1위의 마포대교가 '생명의 다리'로 조성된다. 투신이 일어난 장소에 센서를 설치해 '밥은 먹었어?', '고민 있구나?', '다음에 또 바람 쐬러 와' 같은 메시지로 자살을 막겠다는 의도다.

김병하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31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자살 예방을 위한 '생명의 다리'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서울시는 한강 다리에 투신 방지벽, SOS 긴급 상담전화, 투신사고 관제 시설을 설치해 왔다. 하지만 이번 계획은 이같은 물리적 방법 외에도 감성적 메시지를 통해 자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계획은 인터랙티브형 스토리텔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인터랙티브형 스토리텔링이란 실제 투신이 일어나는 장소마다 센서가 설치돼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조명과 메시지가 보행자를 따라 반응해 따뜻한 말을 걸게 된다. 시는 마포대교의 남단과 북단을 4구간으로 나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위트있는 메시지로 구성할 계획이다. 물론 메시지는 상황변화에 따라 새롭게 교체될 예정이다.

마포대교는 최근 5년간 한강에서 투신한 933명 중 가장 많은 108명이 투신, 그 중 48명이 사망해 자살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마포대교 외에도 한강대교 72명, 원효대교 61명, 서강대교 57명 등이 투신했다. 시는 연평균 187명이 한강에서 투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한강에서 투신한 사람의 숫자는 933명으로 이중 살아남은 사람은 521명, 생존율이 56%를 기록했다. 특히 마포대교는 108명이 투신해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한강에서 투신한 사람의 숫자는 933명으로 이중 살아남은 사람은 521명, 생존율이 56%를 기록했다. 특히 마포대교는 108명이 투신해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 서울시 도시안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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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 더' 동상 설치... 자살방지기금 모금까지

또 서울시는 마포대교 중간 전망대 구간 양측에 1.8m 높이의 '한번만 더' 동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동상은 다리 난간에 다리를 올려 뛰어내리려는 사람을 '한번만 더 생각해 보라"고 붙잡으며 말리는 형상이다. 시는 이 동상에 자살방지기금 모금을 위해 동전투입구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번 '생명의 다리' 계획은 삼성생명과 함께 '민간기업 참여 모델'로 만들어진다. 삼성생명은 서울시와 MOU를 체결하고 설치와 관리비용 전액을 투자함은 물론 자살 예방을 위한 아이디어 전반을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오는 9월부터 내년 9월까지 1년 시범 운영해 보고 사고율 감소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한강 다리로 확대할 것인지 검토할 계획이다.

김병하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사람은 찰나의 감정으로 자살에 이르기 때문에 바로 그 순간의 따뜻한 메시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생명의 다리, 마포대교가 절망에 직면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생명의 상징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자살 1위 마포대교, 불명예의 이유는?
마포대교가 자살률 1위의 오명을 안게 된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 비롯됐다. 이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마포대교의 불명예를 이해하는 데에 충분하다.

먼저 마포대교는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마포대교 북단은 지하철 5호선 마포역으로, 남단은 여의나루역과 인접해 있다.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마포대교 남단까지 370m, 마포역 4번 출구에서는 북단까지 300m 거리로 두 역에서 내려 마포대교로 접근하기 가장 쉽다.

또 마포대교는 보행이 가능한 한강 다리 20개 중 보행자가 가장 많다. 서울시 도시안전실 관계자는 "마포대교는 하루 평균 보행자가 806명으로 여의도공원과 여의도 증권가, 국회의사당이 인접해 사람의 왕래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 한 편에 자살 후 구조되기를 바라는 이중 심리도 반영된다. 또 자살하려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쓸쓸히 떠내려가기보다 시신이 발견되길 바라는 심리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마포대교는 여의도 증권가와 가깝다는 점에서 자살 1위를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자살은 경제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마포대교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장 가깝다. 주식시장 마감을 지켜본 후 폭락의 상실감에 빠져 우발적으로 한강에 뛰어내린 사례도 많다.

이같은 이유로 마포대교는 자살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이번 서울시의 '생명의 다리' 계획을 통해 자살이 예방되고 다른 한강 다리에도 자살예방 프로젝트가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마포대교, #생명의다리, #서울시, #자살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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