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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5일 보육시설 방문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해 12월 15일 보육시설 방문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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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선호도는 높지만, 숫자는 턱없이 적은 국공립어린이집. 하지만 서울시가 내년에 95개소를 새로 연다고 발표하면서 서울시민인 부모는 한시름 덜게 됐다. 반면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신축하기보다는 관련 예산을 줄이고, 민간분야를 활성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25일 "내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최소 95개소가 새롭게 문을 열어 5911명의 영유아 대기자 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업과 단체 등의 적극적인 참여로 올해 목표(80개소)를 초과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난 2월 "2014년까지 동마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최소 2곳씩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동별 국공립어린이집 불균형 해소'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지어질 국공립어린이집 가운데 68곳은 국공립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는 은평구 갈현1동이나 국공립어린이집이 하나뿐인 성북구 돈암동 등 58개동에 들어선다. 다른 어린이집도 대단지 아파트 입주 예정지 등 보육수요가 높거나 저소득층이 많아 시설확충이 시급한 곳에 세워진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수요는 많았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워 확충이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건물을 새로 짓기보다는 주민센터나 도서관, 경로당 등 기존 건물을 무상 임대받는 길을 택했다. 이렇게 들어서는 국공립어린이집 32개소당 든 비용은 3억9000만 원으로, 전체 평균(1개소당 8억2000만 원)의 절반가량이다.

서울시는 국공립어린이집 더 짓는데, 정부 예산은 2008년 이후 감소세

또 다른 36곳은 기업이나 단체·개인이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설치·운영비를 일부 지원하면, 서울시가 신축·리모델링비를 제공하는 '민관연대'로 이뤄졌다. 서울시는 "이 덕분에 어린이집 한 곳당 평균 5억8000만 원이 들었고, 부지 1만6530㎡를 88억 원에 확보, 약 690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낡은 민간시설 11곳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데 1개소당 13억7000만 원을, 아예 새로 건물 16곳을 짓거나 매입하는 데 18억 원을 썼다.

정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공립어린이집 신축 사업비는 2008년 52개소 99억 원에서 2009년 39개소 75억 원으로 감소했고, 2010년에 19개소 10억 원으로 크게 감소한 뒤 2012년까지 제자리였다. 2007년 202억을 들여 106개소를 짓기로 한 것과 크게 차이나는 숫자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정부 들어 국공립어린이집 신축 계획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1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많이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국공립어린이집을 새로 짓는 대신 민간 또는 가정어린이집 중 우수한 곳을 지정,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공공형어린이집' 사업은 "국가의 보육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새로운 피난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월 7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서울시 온라인 청책워크숍
 2월 7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서울시 온라인 청책워크숍
ⓒ 서울시 언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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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관계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007년 당시에는 국공립어린이집 신축을 많이 한 반면에 장애아동 시설 확충이나 보육시설 환경 개선 등에 들어간 비용이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전체 시설 수가 충족된 만큼 다른 사업에 예산이 더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어린이집 4만1349개소에는 정원 168만4000명의 84%가 채워진 상태다.

또 "저출산, 민간 어린이집 증가속도 등을 고려할 때 국공립 시설을 늘리기보다는 총량을 관리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려 한다"며 "공공형어린이집 사업 실시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공공형어린이집 665개소를 지정해 인건비 등을 지원해왔다. 올 하반기에 100곳을 추가 지정하는 등 공공형어린이집을 점차 늘려 2016년 국공립어린이집과 공공형어린이집이 전체 보육 수요의 30%를 맡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부모 선호도 높은 국공립어린이집, 숫자는 턱없이 부족한데...

보건복지부의 '2009 보육실태조사' 결과, 부모들은 민간보육시설에 비해 교사와 건강·급식·간식관리 만족도가 더 높기 때문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한다고 나타났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보육교사 인건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부모 부담이 더 적다는 이유도 있었다. 같은 조사에서 전국 어린이집의 평균 대기자 수는 33명이었지만, 국공립의 경우 78명일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의 숫자는 전체의 5.2%에 불과하다. 복지국가 스웨덴(80.6%)과 덴마크(70%)는 물론 미국(17%)보다도 국공립어린이집의 비율이 낮다. 시민단체들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환경을 제공하고, 좋은 보육서비스를 받고 싶은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보육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서도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사실상 보육시장을 독점한 민간어린이집들이 지난 2월 전면휴업 때처럼 집단행동에 돌입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부모와 아이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공공형어린이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운영비리나 서비스의 질이 계속 문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델이었던 서울형어린이집만 해도 2011년 조사결과 보조금을 허위 청구한 20개소가 적발돼 지난 2월 아예 지정이 취소됐다. 5월에는 서울 양천경찰서는 상습적으로 금품을 받거나 급식과 간식용 식자재를 사들이며 마트·우유대리점에 허위결제한 혐의로 어린이집 181곳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94곳이 서울형어린이집이었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국장은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확대라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며 "서울형어린이집마저 운영비리가 끊이질 않는데, 왜 제도적 한계가 있는 정책을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최정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은 "공공형어린이집을 지원하는 기준도 평가인증점수, 시설 규모 등으로 구체적이지 않다"며 "정부가 지원한다고 어린이집 운영이나 서비스가 나아지는 게 아닌데 (공공형어린이집을) 계속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태그:#어린이집, #보육, #박원순,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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