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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기능을 UP시키는 비결!'
'남편 바람기 쉽게 잡는 명기비법' 
'부부의 위기? 신혼남자의 굴욕?!'

읽는 것만으로도 얼굴 화끈거리는 이 문구들은 한 사이트의 광고 배너 문구들이다. 19금 야동 사이트가 확실하다고? 아니다. 놀랍게도 이 사이트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란 모토 하에 다양한 기사들을 읽고 쓸 수 있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다.

기사 구독과 작성에 참여하는 '모든 시민' 중엔 청소년도 있다. 청소년들이 들락거릴 때에도 위 문구들과 함께 낯뜨거운 사진과 그림이 번쩍거릴 터. 교사로서 나는 언제고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를 만나게 되면 꼭 한 번 묻고 싶었다.

"오연호 대표님, 좋은 기사 싣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죽일 놈의 광고들,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요?" 라고.

지난 17일 강화도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야외에서 단 둘이 만나 은밀하게 묻고 답한 것은 아니었다. 오 대표의 답변은 16일부터 3일간 오마이스쿨에서 진행된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이하 오기만)' 과정 중 '더불어 즉문즉설' 시간에 삼십 여 명 앞에서 들었다. 본래 오기만의 목적은 기사나 시사글 작성법 지도에 있다. 하지만 이 날 저녁식사 후엔 직업기자․시민기자로의 진로 상담 및 자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때 평소 품고 있던 질문을 해 답을 들은 것.  

오 대표는 광고의 선정성 문제는 "우리 회사의 심각한 고민 중 하나로 이에 관해 여러 차례 회의를 한 일이 있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회의에선 "선정적 광고를 모두 빼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또 위 문구 관련 광고들이 "비뇨기과 홍보 등 의료 광고이므로 유해성, 선정성이 심각하고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오랜 고민 끝에 "너무 심한 것들은 내부 감시 시스템으로 정제해나가고 연말까지 차츰 줄여나가도록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었다. 

의료광고면 선정성 문제 없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미디어정보심의팀 한 아무개 주무관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병원 광고라고 무조건 선정성, 유해성 논란에서 빗겨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 주무관에 따르면 병원 광고들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 단체들의 심의를 거쳐 건전성이 인정돼야 한다. 이에 오마이뉴스 경영기획실에 전화로 사이트 상단에 '부부의 위기? 신혼남자의 굴욕?!'이란 문구와 함께 남녀의 상반신 그림이 담긴 'LJ비뇨기과 광고'의 심의 통과 여부를 문의했다. 그러자 "그런 것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지는 않다"며 "해당 병원에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편 오기만 참석자 중 유일한 미성년자인 대구 ㄱ고등학교 1학년 박아무개(17) 군은 오마이뉴스 사이트의 선정적 광고들에 대해 "그 정도는 별로 야한 것이 아니"어서 "나는 오마이뉴스에 접속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 강의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참석자 중 교사의 생각은 달랐다. 연구년을 틈타 오기만에 참석했다는 경기도 군포시 ㅅ고등학교 소속 김아무개 교사(55)는 "심의를 통과했더라도 또 의료광고라 해도 선정적인 영상, 사진, 그림 등은 청소년에게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그래도 오마이뉴스가 다른 인터넷 뉴스 사이트들에 비하면 선정적 광고가 적은 편이고 최근 개편된 메인 화면에는 아예 선정적 광고가 한 건도 보이질 않는다"며 선정적 광고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노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기사를 클릭하면 선정적 의료광고들이 등장하는데 이것들이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유해광고... 해답은?

선정적 광고에 관해 오연호 대표는 박 군보다 김 교사의 편이었다. 그 역시 "법적 문제가 없어도 그런 광고는 싣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며 선정적 광고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광고 하나에 천 만 원이다.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는 입장에서 광고를 빼는 것이 쉽지 않아 가슴 아프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오마이뉴스의 수익 구조를 보면 60~70%가 광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 대안이 없느냐"는 물음에 오 대표는 "10만인 클럽이 해답"이라고 답했다. 시민들이 10만인클럽에 가입해 자발적으로 유료 구독하는 독자들이 된다면 오마이뉴스는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고 그 때엔 광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의 독특한 유료 독자제도다. 자발적으로 유료를 선택한 이들이 월 1만 원씩 내도록 돼 있다. 10만인클럽이 되면 정기적으로 오마이뉴스의 소식지를 받아보며 오마이스쿨의 온라인 강좌를 저렴하게 수강할 수 있다. 또 시사회와 작가와의 대화 등 각종 행사에 우선참여권을 얻고 매주 목요일에 사회저명인사를 초청해 진행하는 10만인클럽특강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10만인 클럽이란 이름과 달리 현 등록자는 5천명이 채 되지 않는다. 2009년부터 등록한 누적 회원이 2만 여 명, 현존 회원은 4천 9백여 명에 불과하다.

오 대표는 "선정성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자본과 권력에서 자유로운 말다운 말을 하는 언론을 위해선 시민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자발적 유료 독자들이 오마이뉴스를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또다른 의미 있는 사업들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10만인 클럽에 시민이 참여해주기를 당부했다.


#10만인 클럽#오연호의 기자 만들기#오기만#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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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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