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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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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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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판도라 상자가 열린 것일까.

서울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법정에서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은 지난 대선의 한나라당 경선용 필요자금이었다"고 밝혔다.

17일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정선재 부장판사)의 첫 재판에서 최 전 위원장은 "검찰이 (공소장에서 수수했다고) 주장하는 8억 원 가운데 2억 원은 받은 사실이 없고, 6억 원도 성공한 사업가로부터 대선 경선을 위한 필요자금을 순수하게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전 위원장은 2006년 8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고향인 포항의 한 중학교 후배인 이동률씨를 통해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13차례에 걸쳐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의 돈 8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

최 전 위원장의 변호인은 이와 관련해 "고향 후배 이동률씨와 최 전 위원장의 관계로 볼 때, 그런 금전거래가 불가능하다"며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정배 대표, '대선 경선자금용'으로 인식하고 줬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도 검찰 측에 "최 전 위원장이 이정배 대표와 자신을 서울의 한 호텔로 불러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등을 진행하려면 언론포럼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 전 대표가) 참여하겠느냐'고 물었다"면서 "이 전 대표가 이를 자금 지원 요청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지난 2006년 7월부터 1년간 매달 5천만 원씩 최 전 위원장에게 줬다"고 증언했다.

최 전 위원장의 변호인 진술과 마찬가지로, 최 전 위원에게 돈을 준 측도 '경선자금용'으로 인식하고 돈을 줬다는 것이다. 최 전 위원장 측의 이 같은 진술은, 지난 4월  최 전 위원장이 했다가 번복했던 발언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최 전 위원장은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던 지난 4월 25일 YTN인터뷰에서 "내가 돈 쓸 곳이 좀 많았다"며 "(대선 경선때)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했거든, 그걸 비롯해서 아까도 말했지만, 정치는 사람하고 돈 빚지는 거 아니야? 그래서 그 한 부분을 00이가 협조했"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정치멘토'이자 당선 1등 공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청와대에서 반발하자 바로 다음 날 "말이 와전됐다, 개인 용도로 썼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다 약 3개월 뒤 첫 공판에서 다시 '대선 경선자금'이라는 입장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는 정치자금법위반혐의에 대한 처벌이 알선수재혐의보다 낮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07년 경선 때 ARS콜센터 운영...18만 명 대상 2차례 전수조사"

이 대통령의 대선경선 캠프였던 '안국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2007년 대선 특히 한나라당 내 대선 후보경선 여론조사 업무는 한국갤럽 회장 출신인 최 전 위원장이 전담하면서 상당한 비용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한 안국포럼 관계자는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에는 여론조사 비용이 공식적으로 채택돼 있었기 때문에 돈이 필요 없었겠지만, 경선 때는 돈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경선과정에서 최 전 위원장이 여의도 ㄷ빌딩에 ARS(자동응답시스템) 콜센터를 만들어놓고 당시 선거인단 23만 명 중 여론조사 대상 인원을 빼고, 18만 명에 대해 두 차례 전수조사했는데 이 비용이 꽤 들어갔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안국포럼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대부분 부문별로 자체적으로 조달해서 썼다"며 "큰돈을 가져올 사람은 이상득 의원이나 최 전 위원장 정도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국포럼의 공보담당이었던 조해진 의원은 "당시 안국포럼에 여론조사 담당이 없었고 최 전 위원장이 조사시기나 대상 등 업무를 전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 비용을 최 전 위원장이 조달했는지 캠프에서 지급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은 2009년 5월 방미 중에도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을 만나서도 '대선(경선)자금' 문제와 관련해 미묘한 말을 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완벽하게 합법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나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대 어느 대선보다 돈 적게 드는 선거운동을 했다고는 할 수 있다. 선거운동 당시 우리는 100대 그룹으로부터 단돈 1만 원도 받은 적이 없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깨끗하게 대선을 치렀다는 강조했지만, 100대 그룹 밖의 기업에는 돈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형님' 이상득 이어 '멘토' 최시중까지 '대선(경선)자금' 판도라 여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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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2007년 9월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에게 받았다는 3억 원과 신한은행 측으로부터 17대 대선 직후인 2008년 2월 받았다는 3억 원이 각각 대선자금과 대선축하금이라는 의혹이 무성하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여기에 최시중 발 '대선 경선 자금' 문제까지 겹쳐진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후 경선 비용으로 21억8098만 원, 대선 비용으로 372억4900만 원 등을 사용했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다른 돈을 더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늘고 있다.


태그:#최시중 , #대선경선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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