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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해망동 수협공판장 부둣가 아침, 정박한 배들은 조기를 잡던 안강망으로 모두 이번 조금에 출어를 포기했다 한다.
 군산시 해망동 수협공판장 부둣가 아침, 정박한 배들은 조기를 잡던 안강망으로 모두 이번 조금에 출어를 포기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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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룩 끼룩 끼루룩···."

고깃배가 만선을 알리는 오색 깃발을 나부끼며 들어오는 '조금'(음력 8일, 23일)을 이틀 넘긴 14일 오전 7시 40분. 사이렌 소리, 경매 불리는 소리, 인부들 고함 소리, 생선 상자 부딪치는 소리 등으로 왁자지껄해야 할 군산시 해망동 수협공판장이 갈매기 울음소리만 들린다.

해망동 공판장 아침이 한산한 이유는 간단하다. 장마철이라서? 아니다. 지난 5월 조기어장이 끝났기 때문. 그러나 5월에 시작된 꽃새우 파시가 9월까지 간다는 소식이 어민들의 열 가지 근심 중 한근심을 덜어주었다. 엊그제 내린 비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 꽃새우 어획량도 늘었다고.

여름 내내 자리 지켜줄 꽃새우

해망동 수협 공판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꽃새우들
 해망동 수협 공판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꽃새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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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문(47) 군산수협 해망동 공판장장은 "조기와 꽃새우는 군산의 특산물로 잡는 배의 크기와 그물, 어장도 다르다"고 귀띔한다. 이어 "작년 가을부터 주인공이었던 조기가 사라져 쓸쓸해진 무대(공판장)에 활기를 넣어주는 요즘 꽃새우는 칠보단장 새색시보다 예쁘다"며 빙긋이 웃었다.

김 공판장장은 "조기는 70톤~120톤 크기의 고깃배(안강망)들이 먼바다까지 출어하지만, 꽃새우는 한 척에 5명 정도 선원이 승선하는 8톤 미만의 소형어선(연안 조망)들이 군산 앞바다 왕등도 부근 연안 어장에서 여름 내내 조업한다"고 덧붙였다. 

왕등도 부근에서 작업하는 조망 어선은 모두 60~70척. 그들은 한 번 출어하면 열흘이고 보름이고 조업만 하고, 그날 잡은 꽃새우는 대기하고 있던 운반선(5~6척)들이 매상액의 10% 정도를 운임으로 받고 육지로 실어 나른다. 운반선은 나갈 때 선원들 식량, 식수 등을 싣고 가기도 한다고.

남녀인부들이 트럭에서 내린 꽃새우 상자 껍질을 떼서 정리하고 있다.
 남녀인부들이 트럭에서 내린 꽃새우 상자 껍질을 떼서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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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가 넘어가니까 트럭들이 공판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기다리던 인부들이 달려들어 꽃새우와 각종 선어(鮮魚)가 가득한 상자를 내려놓는다. 갈매기 울음소리만 들리던 공판장은 얼음이 수북한 꽃새우 상자로 가득 차면서 금세 활기가 넘친다. 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싱싱한 간재미와 은빛 반짝이는 고등어도 한몫을 한다.

꽃새우를 왜 트럭이 싣고 오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직 물때가 맞지 않아 왕등도 어장에서 출발한 운반선들이 비응항에 대고 하역한 꽃새우를 트럭들이 싣고 온다"며 "조금 후에는 운반선이 해망동 부두로 곧장 들어올 것"이라는 김 공판장장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판은 운반선들이 꽃새우를 싣고 와서 군산수협에 목록을 접수하면 수협 직원이 숫자와 배 이름을 확인한 후 시작된다. 공판을 기다리는 어상자에는 한지, 우덕, 광명, 대양, 대성, 광명, 수덕 등이 적힌 쪽지가 붙어 있어 무엇인가? 했더니 어장에서 작업한 배 이름이란다.

김 공판장장은 "꽃새우 한 상자 무게는 14~15kg 정도이고, 전날(13일)엔 1600상자를 경매했는데 오늘(14일)은 2000상자 정도 경매될 예정이다"며 "어제까지 꽃새우 한 상자 경매 가격은 선도에 따라 8만 5000원~9만원, 보리새우는 9만원~11만 원씩 나갔다"고 설명한다.

"공판장에 나온 새우라고 모두 꽃새우는 아냐"

젊은 경매 보조원이 꽃새우 상자를 뒤집어 속을 보여주며 흥을 돋우고 있다.
 젊은 경매 보조원이 꽃새우 상자를 뒤집어 속을 보여주며 흥을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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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으로 경매가를 알리는 정현용 경매사와 ‘경매 일지’에 기록하는 속기사
 손짓으로 경매가를 알리는 정현용 경매사와 ‘경매 일지’에 기록하는 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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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40분, 경매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공판장 하늘을 덮는다. 경매는 '경매사'(세리꼬)와 '경매 보조원'(보사시), '속기사'(하마조) 등 군산수협 직원 세 명이 한 조를 이루고 끌어간다. 경매 보조원이 갈고리로 꽃새우 한 상자를 뒤집어 보여주며 큰 소리로 "이야, 물 좋은 꽃새우가 스물세 상사여!"라고 흥을 돋우면서 경매가 시작된다.

"열기야~! 꽃새우~ 싱싱한 꽃새우 스물세 상사가 칠만이야. 팔만 이천, 팔~만 이천, 열기야~ (잠시 멈추더니) 왜들 조용혀, 이렇게 예쁘고 싱싱한 꽃새우가 밉게 보입니까? 자자 시작헙시다. 씨알 좋은 꽃새우가 팔만 사천, 팔만 육천에서 팔천으로 간다. 이~야 열기야···"
이날 경매는 12시쯤 모두 마쳤다. 수산물 종류와 양이 적어 꽃새우와 선어를 함께 경매했다. 꽃새우는 한 상자에 8만원~9만원(평균 8만 3000원), 보리새우는 11만~12만원 나갔다. 정현용(55) 경매사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오늘 꽃새우는 가격이 그다지 서운하지 않게 나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서운하지 않게 나갔다"는 선주와 중매인 모두가 인정하는 가격이라는 뜻.

경매가 끝나고, 구입한 중매인 번호표가 붙은 간재미 상자.
 경매가 끝나고, 구입한 중매인 번호표가 붙은 간재미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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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매된 각종 선어는 광어 한 상자(중간크기) 3만 5000원~4만원, 젓걸이용 넙치 한 상자 4만~4만 3000원, 고등어 한 상자(27kg) 3만원, 간재미 한 상자(25kg) 14만원, 꼴뚜기 한 상자 6만~7만원, 붕장어(아나고) 새끼 3만 5000원, 우럭, 소라 등이 담긴 잡어는 5만원씩 나갔다. 아무래도 주인공 꽃새우에게 경매도, 단가도 선어가 밀리는 추세.

공판장에 나온 새우라고 모두 꽃새우는 아니다. 몸집이 큰 놈은 보리새우(겉새우, 독새우)이고, 자그마하고 무늬가 예쁜 놈은 꽃새우란다. 경매 단가도 다르다. 큰 몸값을 하느라 그러는지 보리새우가 꽃새우보다 항상 비싸게 경매된다고 한다. 꽃새우 소비처는 새우깡 회사와 라면 공장, 수출, 군납이 대부분이라고. 

"요즘엔 바닷물고기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에요"

공판장에서 만난 중매인 한 분에게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꽃새우 어획량은 어떤가 물었다. 그는 생각할 것도 없이 "안 좋은 편"이라고 했다. 안 좋아진 이유를 묻자 "용왕님이나 알고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저에게 물어보면 어떻게 합니까?"라며 되물었다. 재미있는 분이었다.

경력 27년의 베테랑 경매사 정현용씨는 "요즘엔 동해안 물고기가 서해에서 잡히고, 서해안 물고기가 동해에서 잡힌다. 이상한 사람이 많아지니까 바닷물고기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며 "이상하게도 4~5년 전부터 이상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 경매사는 "농민들께 죄송한 얘기지만, 어민은 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 중간에 끊어지지 말고 올라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바닷물이 뒤집어져야 플랑크톤이 많이 생겨 물고기가 많이 잡히기 때문이라는 것. 순간 '세상에는 모두에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꽃새우, #군산시, #해망동 공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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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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