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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0일 대구 북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제6대 후반기 원구성을 위한 선거를 하는 모습.
 지난 7월 10일 대구 북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제6대 후반기 원구성을 위한 선거를 하는 모습.
ⓒ 북구의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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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방의회의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거의 끝났다. 하지만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금품을 돌린 의원이 의장이 되지 못한 데 격분해 문건을 폭로하고 자살하는 등 선거 혼탁양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대구경북의 문제만이 아닌 전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에 목숨까지 걸어

지난 10일 예천군의 장 아무개 의원은 자신이 의장을 하기로 하고 금품을 건넸으나 밀어주기로 했던 다른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데 격분해 돈으로 의장직을 매수했다는 문서를 돌리고 급기야는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농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예천군의회는 지난 5기 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도 돈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앞서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6월 26일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2명의 부의장 후보가 상임위원회 행사에 참석해 30만~50만 원의 찬조금을 돌렸다는 제보를 받고 전체 63명의 시의원 가운데 16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대구시 달서구의회에서는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임기를 나눠 맡기로 밀약했다는 의혹이 동료 의원에 의해 폭로되기도 했다. 또 이탈표 방지를 위해 투표 전날 달성군 화원읍의 한 별장에서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후보 측 지지의원 7~8명이 단체로 티셔츠를 착용하고 술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선거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김천시의회에서는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욕설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지고 급기야는 투표 도중에 의원들이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구미시 의회 또한 의장단 선거 후유증으로 상임위원장 선출이 늦어지기도 했다.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가 대구경북에서만 혼탁한 것이 아니다. 경남 진주시의회에서는 부의장에 출마한 박 아무개 후보를 사퇴시키기 위해 동료의원 5명이 박 후보를 감금해 사퇴를 종용하고 서류를 위조해 사퇴서를 제출했다가 들통나 망신을 당했다.

또 충남 논산시의회에서도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금품이 살포됐다는 의혹이 동료의원들에 의해 제기됐고 대전 유성구의회에서는 선출된 의장을 상대로 의원들이 불신임안을 가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의장 권한 막강...교황식 선출방식이 문제

예천군의회 장대복 군의원이 작성한 문건. 6대 기초의회 하반기 의장단 선거뿐만 아니라 5대 하반기 의장선거가 있었던 2008년에도 돈이 오갔음을 폭로하고 있다.
 예천군의회 장대복 군의원이 작성한 문건. 6대 기초의회 하반기 의장단 선거뿐만 아니라 5대 하반기 의장선거가 있었던 2008년에도 돈이 오갔음을 폭로하고 있다.
ⓒ 경북일보 이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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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국적으로 지방의회에서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잡음이 불거지는 것은 의장이 되면 매월 수백만 원의 업무추진비와 전용 관용차량 뿐만 아니라 수행원과 운전기사까지도 제공받기 때문이다. 부의장이 될 경우에도 의장에는 못 미치지만 적게는 백만 원에서 2백만 원 사이의 업무추진비와 함께 다른 의원들보다 큰 집무실을 쓴다. 상임위원장 자리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의장이나 부의장은 의전에서도 단체장급 대우를 받고 각종 사업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신지역구의 각종 사업을 쉽게 챙길 수 있다. 특히 후반기 의장단은 다음 지방선거에까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상승하는데 지렛대가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구미시의 김수민(무소속) 시의원은 "구미시의 경우 의장이 되면 연간 3144만 원의 업무추진비와 전용차를 제공받는다"며 "전반기에는 의원들이 서로 잘 모르지만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는 몇 달 전부터 물밑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폭로했다.

대구 동구의 황순규(통합진보당) 구의원도 "의원 모두 후보가 되고 정견 발표도 없이 이루어지는 선거에서는 쉽게 담합이 가능하다"며 "현행 의장단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48조에는 의장과 부의장 선거에 대해 "지방의회는 의원 중에서 시·도의 경우 의장 1명과 부의장 2명을, 시·군 및 자치구의 경우 의장과 부의장 각 1명을 무기명투표로 선거하여야 한다"고만 되어있을 뿐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정견발표도 없이 교황선출식의 무기명 투표를 하고 있다. 이런 교황식 선출방식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일색의 대구 서구의회에서는 전반기 의장단 선출은 교황선출식으로 진행했으나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는 후보등록을 하고 정견을 발표하도록 해 진보신당의 장태수 의원이 부의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장 의원은 "교황선출식은 장점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며 "선거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후보로 등록하고 정견을 발표한 뒤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에서도 의장에 출마할 후보가 먼저 의장등록을 하고 정견을 발표하도록 해 의장과 부의장이 선출됐고 상임위에서도 통합진보당 구의원이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형태로 선출방식 바꿔야

이처럼 후보자들이 숨어서 암암리에 물밑작업을 하고 돈비리가 불거지기도 하는 등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는 의장단 선출방식을 민주적인 절차에 맞도록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불안해서 무리수를 쓸 수밖에 없다"며 "의장단 선출방식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도 "구조적으로 정치적 다양성이 부족한 지역에서 교황식 선출방식 투표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내부적인 견제나 감시능력이 떨어져 돈으로 매수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방의회 선거를 감시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지방의회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불법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그:#지방의회 의장선거, #교황식 선출방식, #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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