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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2012 노동 있는 민주주의와 노사관계개혁을 위한 연속기고 -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연중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2012년 권력교체기, 한국 사회에서 노동 있는 민주주의 담론 확산과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제3차 청소 노동자 대행진(2012년 6월 15일 서울 홍대 앞)
 제3차 청소 노동자 대행진(2012년 6월 15일 서울 홍대 앞)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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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여름날, 서울은 노동자들에게는 전쟁터다. 잘 알려진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농성투쟁은 물론, 6월 말 필자가 속한 공공운수노조에서도 서울과 인근에서만 다섯 곳에서 농성투쟁이 진행되고 있었다(이 중에 두 군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봄부터 진행된 홍익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홍대정문 농성, 버스노동자들의 교통회관 철탑농성, 전주대·비전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상경농성, 화물연대 파업투쟁과 함께 시작된 서울경인지부장의 고공농성, 그리고 공공기관의 민주적 운영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정을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의 국회 앞 농성 등이 그것이다. 공공운수노조에 속한 업종과 고용형태의 다양성이 드러난다.

노조인정과 단체협약 준수를 요구하면서 고공농성을 진행했던 민주버스본부 서경지부 박상길 지부장은 한 인터뷰에서 "산업노조가 없었다면 전북버스투쟁, 삼화고속투쟁, 서경지부 투쟁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산별노조운동이 우여곡절과 위기를 겪고 있고 바뀌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운동이 나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투쟁 속에 있는 노동자들은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2006년 말 만들어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작년 6월에 통합하여 만들어진 산별노조다. 지난 1년간은 산별노조의 성과와 과제를 동시해 확인해온 기간이었다. 이 글에서는 공공운수노조의 경험을 통해서 비정규직 조직화와 공공부문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라는 두 측면을 중심으로 산별노조 운동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려 한다.

공공운수노조 내 비정규직 비율이 40%... 산별노조의 성과

먼저, 노조운동이 나가야 할 지향으로 가장 강조되곤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라는 측면에서 산별노조의 의미를 돌아보자. 공공운수노조는 설립 당시 조합원 약 5만여 명으로 출발하여, 1년 만에 약 1만4000명의 조합원이 새로 가입하는 등 크게 증가했다. 늘어난 조합원 1만4000명의 70%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정규직 조합원의 증가는 주로 기존 기업별노조가 조직을 전환하거나 어용노조가 이미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민주노조가 출현한 경우였지만, 비정규직 조합원의 증가는 이전에는 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니었던 노동자들이 가입한 경우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사회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물론 이렇게 비정규직 조합원이 늘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반드시 산별노조의 사업의 결과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산별노조의 몇몇 사업들은 중요한 조합원 확대요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 자체가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쉽게 노동조합으로 단결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조합비의 일부를 할애하여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전략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버스노동자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 간병·요양 노동자, 인천공항 비정규직, 학교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보육노동자,  청소용역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 조직화 사업단과 지역본부를 통해 활발한 조직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각 영역 중 일부에서는 조합원이 크게 늘어났다. 예를 들어 버스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신규조직화와 노조 민주화를 통해 조합원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도 전국학교회계직연합이라는 업종단체가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약 4000명 이상 확대되어 곧 조합원 1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산별노조에 비정규직 조합원이 늘어나는 것은 기존의 조합원이 기여하는 자원을 활용한 조직화 사업 지원이 요인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노동자들이 단결하기 쉬운 틀이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외주화, 용역화가 노동의 불안정화를 추구하는 자본의 주된 전략이 되면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주로 중소영세사업장에 분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업노조로서 산별노조가 더욱 의미를 갖는다. 개별 사업장에서 기업별노조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미 비슷한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있는 산별노조 가입으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조직이 크게 확대된 결과, 공공운수노조의 전체 조직 구성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있다(물론, 공공운수연맹 내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은 기업별노조의 비율을 모두 고려하면, 연맹 내에서는 약 23% 정도의 비율을 보여준다).

공공부문 사용자는 '정부'... 산별교섭으로 사회적 쟁점 다룰 수 있어

KTX민영화철회 100만인 서명운동(2012년 4월 18일 서울역)
 KTX민영화철회 100만인 서명운동(2012년 4월 18일 서울역)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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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비정규직 조합원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형태를 넘어서 단결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산별노조가 갖는 의미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공공운수노조에서 다수의 정규직 조합원은 주로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도 공공부문 노사관계 특성을 반영한 전망이 중요하다.

공공기관의 노사관계가 민간부문을 포함한 전체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민간부문에도 일종의 모델(긍정적인 의미이든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모범 사용자 model employer')이 된다. 둘째로는 공공부문이 갖는 성격 때문에 노사관계에서 '공공성'을 다루게 되며, 이는 곧 노동운동의 중요한 과제인 사회공공성 강화, 시민과 함께 하는 사회운동적 노조운동의 쟁점이 된다.

공공부문의 노사관계는 정부가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측면에서 민간부문과 구별된다. 또 시민을 대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개입하게 된다. 노동3권 행사가 제약받기도 한다.

개별 공공기관의 사용자는 물론 정부 각 부처,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 등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용자를 규정하고 교섭구조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공기관의 노동자들은 개별 기관별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무언가 충분히 결정할 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노사관계에서 정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개별 기관 사용자들과 기업별 교섭에서는 큰 한계에 맞닥뜨리게 된다. '예산편성지침' 등 각종 지침을 통해 총 인건비 인상률과 정원은 물론, 임금 구조도 대부분 결정한다. 단체교섭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휴가·휴일, 근로시간과 같은 노동조건은 물론 심지어는 노사관계 영역에 대해서도 경영평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개입한다.

문제는 정부의 통제 내용이라는 것이 공공성을 침해하고 노동기본권을 억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280여 개의 공공기관이 모두 이러한 정부 통제를 일률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기업을 넘어선 산별노사관계의 형성이란 곧 정부를 상대로 하는 교섭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중요한 과제가 실질적인 사용자인 정부와의 직접 교섭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공부문노조와 정부의 (산별)교섭이 실현된다면 여러 가지 중요한 사회적 쟁점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철도(KTX), 가스, 공항, 면세점 등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같은 쟁점은 공공부문의 노사관계 쟁점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공공기관노조와 정부의 산별교섭이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공공적 쟁점에 대해서 시민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공공기관 운영구조의 민주화)도 촉진할 수있다.

이러한 의미들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기업을 넘어선 산별적 노사관계 형성은 전체 노동조합 운동에도 전략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의 다섯 개 산별노조·연맹은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혁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공기관의 운영을 민주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하자는 요구, 공공부문노조들이 정부와 산별교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기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 요구를 함께 논의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노동조합 운동의 의미를 온전하게 실현하기 위한 이러한 제도개선은, 산별노조와 산별노사관계를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공부문 산별노조의 과제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공공운수노조의 경우만이 아니라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어느 정도 혼재되어 노조를 결성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하여 공공서비스가 민영화되면서 공공기관의 노동자들이 민간기업 소속으로 신분이 바뀌기도 하고, 정부의 외주화·인력감축·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민간기업에 고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형식적인 소속이 민간기업에 있다. 공공부문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면서 사회복지, 교통·에너지 등 사회기반시설, 공공행정 등 여러 업종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고용형태, 업종이 공공부문 산별노조 안에서 함께 단결해야하는 과제가 중요해진다. 공공운수노조의 지난 1년간의 '실험'은 이러한 과제를 확인해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비정규노동자 조직화를 통한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자의 단결,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공부문 노조의 역할 등은 이러한 노동자 단결의 과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기획실장입니다.
* 이 기사는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산별노조,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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