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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까지 열리는 2012 여우樂(락) 페스티벌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첫 번째 공연이 지난 3-4일 국립극장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에서 열렸다. 피아노의 미연과 드럼의 박재천의 그 자체로 혼종hybrid의 만남에, 안숙선 명창, 김청만 고수, 꽹과리의 이광수가 후반부에 무대에 올라 신선한 접목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제3회를 맞은 여우樂페스티벌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양방언이 예술감독을 맡았고, 국립극장의 달오름‧하늘‧야외광장에서 펼쳐진다. 13개 연주 팀이 참여하며 21일에는 이들이 함께하는 '여우락 콘서트'도 마련된다.

박재천은 판소리, 무속, 사물가락 등 한국의 전통음악과 20C 현대음악의 일련의 기법을 연구하여 드럼 세트와 전통 타악기의 혼합된 자신만의 악기 세트를 구성한다. 미연은 아방가르드 피아노 연주자이자 전통음악의 장단과 선율을 연구하여 서양적인 화성과 리듬구조를 만드는 데 탁월하며, 프리 연주자로서 강렬한 건반 터치의 주법을 구사한다.

공연 중인 박재천
 공연 중인 박재천
ⓒ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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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는 미연이, 드럼은 박재천이 맡은 <그것을 꿈이라 말하지 말라>는 무겁게 두드리는 피아노에 타악은 얕게 건너며 시작된다. 그 텅 빈 드럼의 속을 드러내는, 드럼의 훌훌 나는 가벼움은 매우 다른 성격으로 전개된다.

드럼을 우리 장단으로 두드리자 미연도 스타카토의 크게 놀리는 손의 주법이 곁들어져 이를 타고 갔다. 미연의 손은 마치 뒤엉키듯 건반에서 건반들을 에워싸고 춤을 췄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드럼에서 피아노로 흔적을 쫓아가 그 흔적을 새로운 흔적으로 바꾸는 과정이 이어졌다.

<이어도는 땅위에 있다>(작곡 박재천)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재천은 화음을 만든다기보다 미연의 연주 화음에 이탈하고 또 겉돌고 새로운 화음의 계기로 이끌면서 음악의 복합성을 더했다. 재천의 건반이 현실의 허공을 떠돈다면 미연의 건반은 살포시 안착하고 미세하게 돋음의 흔적을 가시화했다. 재천의 음악이 현실의 무대였다면 미연의 음악은 재천을 감싸고 있는 내지는 재천에 폭 쌓여 있는 심층이었다. 또한 분명한 현재의 감정이었다.

공연 중인 미연과 박재천
 공연 중인 미연과 박재천
ⓒ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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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Let it be>(작곡 미연)에서 B단조 한 음의 유사 계열의 층위에서만 피아노는 지속되며 단단한 힘을 얻고 재천의 타악은 그밖에 이중의 세계를 쌓는다. 타악은 무질서의 점입가경에 들어서고 여기서 그들의 쉼, 숨은 탄식의 그것으로 확장되어 사유의 휴지부와 또 다른 방향 가늠의 사유를 생성한다. 거의 타악 수준의 울림이 낮은 무조의 미연의 건반과 드럼에서 북을 오가는 타악의 향연은 절정에 달한다.

다음은 'the Old is New-part'라는 주제로, 3개의 파트가 이어지며 우리의 오랜 것으로서 음악이 박재천‧미연 듀오와 만난다. 첫 번째는 이광수의 꽹과리다.

이광수의 "사바세계 대한민국 장충동 국립극장~여우락페스티벌"까지 비나리의 말들은 순식간에 세계에서 현재의 지점까지 당도한다. 현재 여기의 맥락을 말로 음악에 흘려보내는 것이다. 꽹과리의 거세짐이 한 호흡으로 급격하게 고양되다 드럼의 증폭은 어느새 임계점에서 폭발한다. 이는 드럼이 활짝 열어젖혀지는 순간을 분명하게 전하고, 박재천의 얼굴 역시 미소로 덮이며 활짝 열렸다.

두 번째 만남은 안숙선 명창이다. 단지 북의 소리에 대한 보필의 역할을 벗어나 드럼은 그 밀도 높게 소리와 짝을 이룬다. 이내 소리의 이야기를 살리기 위해 드럼은 최대한 숨죽이고 그 반향음만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사실 여전히 화사하고 청명한 목소리의 화끈하게 뻗어 나가는 안숙선의 판소리에는 그 자체로 장단과 박자를 갖추고 있어 별다른 연주가 필요하지 않아도 됐다.

세 번째 만남은 장구와 피아노의 만남이다. 김청만 고수는 장구로 미연과 만났다. 피아노는 어떤 하나의 화음에 귀착되지 않고 또 지정하지 않고 장구를 앞서 간다. 장구는 드넓게 그 힘을 감싸고 또 보태고 안고 간다. 시간의 궤적을 안고. 둘의 맞겨룸 아니 은근한 '뛰놂과 어루만지며 두들겨 댐'의 쌍안무가 매우 흥미로웠다.

공연 중인 미연
 공연 중인 미연
ⓒ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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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무대는 가장 흥이 나는 무대였다. 앞선 모든 연주자들이 무대를 메웠다. 피아노가 화음을 넣고 세 타악이 무질서하고 천진하게 섞여든다. 자연 안숙선은 피아노의 미연을 향했다. 안숙선은 징을 연주하는 김청만부터 시작해 직접 한 명씩 이름을 부르고 "내 사랑이로구나" '춘향가' 중 '사랑가'에 노래를 그들에게로 옮긴다.

박재천을 향해서는 경계의 시선이 있어 함부로 그렇게 못하겠다는 식의 농으로 관객을 들썩이게 한다. 참고로 박재천과 미연은 연주에 있어 듀오일 뿐만 아니라 실제 부부 사이이기도 하다.

안숙선은 정말 대단했다. 이 넷을 두고 그것도 나비의 날갯짓으로 경계 없이 이 터전을 누비며 그것도 춤사위로 또 음악을 소리로 매개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또 어느새 이 소리 판 속에서 안숙선의 소리는 울부짖음으로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공명하는 안숙선의 절창은 심금을 잡고 뒤흔들었다 해도 무방했다. 무엇보다 피아노가 징과 북 위에 덧대는 혼합된 연주의 층위에서서, 안숙선의 노래가 자연스럽게 피어남은 판소리가 다른 다양한 악기 세션과의 조합과도 상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계기였다. 그 조합에서 어떤 새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공연 개요]

- 단    체| 미연&박재천 Duo with 안숙선, 김청만, 이광수
- 공 연 명| 조상이 남긴 꿈
- 접목장르| 재즈
- 출    연 | 미연(피아노), 박재천(퍼커션)
- 특별출연 | 안숙선(판소리), 김청만(고수), 이광수(꽹가리)
- 스 태 프 | 박재천(총연출)
- 공연장소|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
- 공연일시| 7.3(화) - 7.4(수) / 오후 8시


[축제 개요]

축 제 명 2012 여우樂 페스티벌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공연일시 2012년 7월 3일(화) ~ 21일(토) / 평일 8시, 주말 4시
공연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 문화광장
주최/주관 국립극장
주요스태프 양방언 (예술감독), 장재효 (음악감독), 박은혜 (무대디자인)
관 람 료 전석 3만원 / 야외 공연 무료 (단, 피리,셋set 전석 2만원)
예매 및 문의 국립극장 고객지원실 02)2280-4114~6 www.ntok.go.kr 인터파크 1544-1555, 옥션 1566-1369, Yes24 1544-6399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관람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립극장, #여우락페스티벌, #박재천 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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