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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8층에서 영화 <두 개의 문> 감독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안효철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홍지유 감독, 김일란 감독,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8층에서 영화 <두 개의 문> 감독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안효철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홍지유 감독, 김일란 감독,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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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인권기구로서 용산참사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부채감 때문이었을까.

지난주 주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부 조합원을 포함한 인권위 직원들은 영화 <두 개의 문>을 단체로 관람했다. 이어 용산참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자 2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8층에서 '영화 <두 개의 문> 감독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40여 명은 영화를 공동 연출한 김일란·홍지유 감독에게 적극적인 질문을 던지며 영화를 향한 관심을 드러냈다.

영화 <두 개의 문>은 3년 전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2009년 1월 19일 경찰특공대가 용산 재개발 지역의 옥상 망루에서 농성하던 철거민들을 진압하던 도중 화재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다.

애초 인권위는 용산참사와 관련해 의견제출 안건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9년 12월 28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갑자기 의사봉을 두드리며 폐회를 선언해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그는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회의장을 나갔다. 이후 인권위 직원과 인권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현 위원장은 뒤늦게 사과했다. 1년 뒤인 2010년 1월에서야 '용산 사건 당시 경찰의 강제진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7월 내 위원장 교체해 용산문제 다시 인권위에서 맡겠다"

최준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부장은 이날 간담회 시작 전 "마음의 빚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도, 용산참사도 인권위가 당연히 다뤘어야 하는 문제인데 그러지 못했다"며 "현병철 인권위원장 체제 3년이 만들어 놓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부장 취임 당시 공약 중 하나가 '7월 내 위원장 교체'였다"며 "공약을 지켜서 용산참사 문제를 인권위 차원에서 다시 맡을 수 있기를 바라다"고 말했다.

영화를 공동 연출한 김일란, 홍지유 감독도 이에 화답했다. 두 사람의 매니저를 자처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인권위에 애틋한 애정과 응원의 마음을 품고 있다"며 "위원장 연임 등의 문제로 지친 인권위 직원들을 격려하고자 두 감독이 흔쾌히 찾아왔다"고 답했다.

감독들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나 시사회에서 하지 않았던 진솔한 사연들을 공개했다. 특히 영화의 표현기법과 관련한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을 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8층에서 열린 영화 <두 개의 문> 감독과의 간담회에서 홍지유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8층에서 열린 영화 <두 개의 문> 감독과의 간담회에서 홍지유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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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용산 철거민 유가족의 목소리를 최대한 배제했다. 대신 경찰특공대의 증언과 현장 동영상을 통해 당시 사건을 복기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화평론가들은 '철거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김 감독은 "철거민들이 자신의 삶과 감정을 온전히 다 드러내는 노출을 원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철거민이 굳이 설명 안 해도 용산참사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며 "고민 끝에 철거민과 반대편인 경찰특공대가 사건의 모순을 드러내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이분법으로만 바라보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고도 설명했다. 김 감독은 "성소수자나 여성주의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이분법적 사고의 함정을 고민하게 됐다"며 "피해자·가해자로만 구분지어 문제에 주목하기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구조를 영화에 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홍지유 감독도 영화 표현기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화 장면 중에 '불법시위 하지 말고 자진해서 내려와라, 시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해라'는 경찰 경고방송이 나온다. 한 관객은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철거민들의 절절한 육성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들이 받았을 부당한 대접과 선량한 시민이라는 기준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가 대답하기 이전에 관객들은 이미 표현기법에 담긴 뜻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들, 강제퇴거금지법 제정해야"

영화가 관심을 끌면서 정치인들도 용산참사 문제에 해결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영화를 보고 철거민 보호를 약속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3일 용산 CGV에서 단체로 영화를 관람한 뒤 당론으로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된 철거민 사면을 결의할 예정이다.

두 감독은 정치인들이 영화에 관심을 두는 것에 비판적이면서도, 정책으로 강제철거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했다. 홍 감독은 "강제철거 문제는 90년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그런데도 정치인들이 정책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의 확고한 구조에 균열 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재 정치인들의 의지가 강제퇴거금지법 등의 법 제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두 감독은 인권위에 각각 바라는 점을 전하며 약 1시간 30분의 간담회를 마쳤다. 홍 감독은 "용산참사가 단순히 경찰과 철거민의 폭력과 폭력이
충돌한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며 "이러한 오해가 해소되려면 인권위의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인권위 직원들이 자율적 판단으로 용산참사 등의 문제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인권위, #두 개의 문, #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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