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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지분도
삼성그룹 지분도 ⓒ 공정거래위원회

"반도체 회사라 그런지, 전자 회로도 같아요."(아이디: 태O)
"복잡하다던 서울 지하철 노선도는 오히려 양반..."(아이디: J**)

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공개한 국내 재벌총수일가들의 내부 지분도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정부 차원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을 그림 형식으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재벌총수 지분을 도표로 만들어 공개한 적은 있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우리가 했던 것(지분도를 그렸던)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정부가 나서 재벌의 지배행태를 공식적인 자료로 보다 분명히 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우리나라 재벌의 이상한 소유구조를 쉽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삼성 등은 오히려 그림을 그리기조차 어렵고, 결과적으로 그림을 보면 더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 덧붙였다.

유독 삼성과 롯데 지분도가 복잡한 이유

 롯데그룹 지분도
롯데그룹 지분도 ⓒ 공정거래위원회

채 연구위원 말대로다. 실제로 공정위가 낸 63곳 대기업 집단 지분도를 보면, 유독 복잡한 재벌은 따로 있다. 삼성과 롯데그룹이 그렇다. 채 연구위원은 "총수일가의 지분 자체가 적고, 계열사의 출자를 통해 기업들을 지배하려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그룹 지분율은 0.52%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0.54%보다 줄었다.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이씨 일가의 지분율 모두 합해도 0.95%에 불과하다. 신격호 롯데 회장은 이보다 훨씬 적다. 그의 지분율은 0.05%에 불과하다. 대신 계열사끼리 서로 얽히고 설킨 출자 단계는 10단계가 넘을 정도다.

삼성그룹 지분도 제대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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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이외 그룹들의 지분도 그림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룹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등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총수 자신들의 지분이 올라간 것은 아니다.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지분율은 0.04%밖에 되지 않는다. 최씨 일가 지분을 다 합해도 0.60%다. 최근 그룹 회장으로 복귀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지분이 0.0%로 아예 없다. 그래도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경우는 반도체 회사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인 SK텔레콤을 동원했다"면서 "자신의 개인 자금 없이 수조 원짜리 계열사가 편입되면서 지분율도 하락한 경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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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 그룹 지분도 제대로 보기

"현 정부 들어 재벌 총수 탐욕만 늘어...적은 지분으로 기업만 늘려나가"

채이배 연구위원은 "특히 현 정부 들어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이 폐지된 후, 총수일가의 지분을 줄고 계열사 간 출자 통한 그룹 지배 현상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를 통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과 같은 편법적인 방법으로 총수들의 사적인 이익 추구가 가능해진 구조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차 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글로비스 같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경우다. 글로비스는 현대차 그룹의 자동차 등 물류를 기반하는 회사로, 그룹 일감을 거의 독차지해 성장해 왔다.

현대차 그룹 지분도 제대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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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밝히길 꺼린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국내 재벌의 경우 3세대를 거쳐 오면서 성장일변도를 추구한 측면이 있다"며 "오너 스스로 돈은 부족한데, 어느 정도 규모를 이루기 위해선 차입이나 순환출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물론 이같은 규모의 기업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일부 그룹 오너들의 경우 적은 돈으로, 기업을 가지려는 욕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같은 지배구조가 개선될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쉽지 않다고 한다. 재벌 전문가인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낮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통해 그룹 지배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없다"라며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해 온 계열사 간 순환출자 금지 등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채이배 연구위원도 "기업들의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함께, 순환출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 등을 기업지배구조 규제를 위한 방안을 19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공정위는 이같은 제도 개선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단지 대기업과 관련된 정보 등을 좀 더 공개하겠다는 정도다.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을 알리고, 외부 감시 효과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정중원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앞으로 대기업집단의 채무보증과 내부거래 지배구조 현황 등의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지분도 제대로 보기
지에스그룹 지분도 제대로 보기
한화그룹 지분도 제대로 보기
두산그룹 지분도 제대로 보기

덧붙이는 글 | ※<10대그룹 지분도 제대로 보기>는 PDF파일로 되어 있습니다. Adobe사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Acrobat Reader(한글판)을 다운받아 설치하셔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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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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