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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극우단체가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저지를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28차 수요집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87)와 참석자들이 위안부 범죄의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일본 극우단체가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저지를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28차 수요집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87)와 참석자들이 위안부 범죄의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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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 같아야 인간답게 대하지...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한테 제대로 말을 안 하니까 일본이 그따구로(그렇게) 행동을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는 우리가 하든대로 할 일을 할 뿐이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 빨간 수박 무늬의 양산 아래에 김복동(87) 할머니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 할머니는 경남 양산 출신으로 15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전쟁 피해자다. 시력이 나빠져 직사광선을 피해야 했기에 할머니는 검은 선글라스를 썼다. 얼굴 절반이 선글라스에 가려졌지만 할머니의 입 모양은 뚜렷했다. 또박또박 차분했다.

김 할머니의 말은 지난 18일 일본의 극우 인사인 스즈키 노부유키가 일본 대사관 반대편에 설치된 위안부 평화비 곁에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고 적힌 말뚝을 묶는 동영상을 자신의 누리집에 공개한 것을 비판한 말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스즈키를 모욕죄 등으로 법적 대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할머니의 말은 그들의 행동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밝힌 셈이다. 덧붙여 김 할머니는 국민들에게도 당부했다.

"우짜든지 일본 정부가 정신을 차리고 자기네 잘못을 뉘우칠 것은 뉘우치고 배상할 것은 배상하게 좀 도와주세요... (위안부 생존자가) 얼마 안 남았다고 무관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도 힘 좀 써주세요."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도 수요 집회에서 "말뚝 박은 무식한 국민을 생산하는 일본정부, 일본의 역사정책, 일본의 정치가 등 일본의 시스템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안 된다"며 "우익 인사를 고소하는 것은 그를 영웅화시켜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국가의 의무 망각하고 있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28차 수요집회'에서 경기자주여성연대 회원들이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쓴 편지를 낭독자하,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28차 수요집회'에서 경기자주여성연대 회원들이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쓴 편지를 낭독자하,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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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28차 수요집회'에서 일본 나고야 '평화의 여행'소속 평화 활동가와 참가자들이 위안부 범죄의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28차 수요집회'에서 일본 나고야 '평화의 여행'소속 평화 활동가와 참가자들이 위안부 범죄의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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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028번째로 열린 수요집회는 경기자주여성연대가 주관했다. 여성연대 소속의 시민단체 100여 명이 위안부 평화비 주변을 빼곡히 채웠다. 여성연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바위처럼', '아름다운 세상' 우쿨렐레 공연을 가졌다. 수요집회 참가자들도 '일본정부는 일본군 위안부가 전쟁범죄임을 인정하라', '이명박 정부는 법적 보상을 받아내라'는 구호로 답했다.

경기자주여성연대는 성명서에서 "10대의 꽃다운 나이에 전쟁터로 끌려가 성노예로 인권을 유린당한 우리 할머니들의 아픈 기억은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을 원한이며, 상처"라며 "그러나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우리는 이 문제가 하루빨리, 할머니들께서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여성연대는 "일본정부는 피해자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나면 진실을 덮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손바닥으로는 결코 이 치욕의 역사를 가릴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연대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국민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망각했다"며 "자국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지 않고 실익만을 취하는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정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여성연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쓴 편지도 함께 낭독됐다. 부천여성회 정옥란(36, 경기 부천)씨는 울먹이면서 자신의 편지를 읽었다.

"20년이 넘는 싸움, 도대체 얼마나 더 해야 끝이 날까요? 당신에게 인간이기를, 여성이기를 포기하라고 하는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대한민국이고, 누구를 위한 정부일까요. 힘든 세월, 용기로 버텨온 당신, 더 이상 외롭게 두지 않겠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정대협은 한국에서 일제하 위안부로 동원된 여성의 숫자를 대략 20여만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가운데 60여 명이 현재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에는 김화선 할머니가 86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위안부#평화비#이명박#일본정부#정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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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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