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희망식당] "여기 오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지"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린다. 뚜벅, 뚜벅. 멋쩍은 표정으로 걸어 들어온 차익준(35)씨는 누룽지를 담은 종이봉투를 잡아든다. "백수가 여기 와서 돈 다 쓰겠네." 지갑에서 2000원을 꺼낸다.

차씨는 오늘 서울 마포구 상수역에 있는 희망식당 2호점에서 1만2000원을 썼다. 1만 원은 밥값이다. 희망식당 밥값은 5000원이지만, 5000원을 더 보탰다. 인천에 산다는 그는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월요일마다 문을 여는 희망식당 2호점을 떠올렸다고 한다. 오늘의 메뉴는 제육볶음, 냉콩나물국, 두부구이, 감자볶음. 밥 두 그릇을 뚝딱 하고 비웠다. 희망식당은 밥과 반찬이 '무한리필'이다.

"에이, 밥 한 끼 먹는 것뿐인데요, 뭐. 제가 그럴 자격도 없고."

'이렇게 밥을 먹는 것이 해고노동자들에게 보탬이 되는 것 같냐'라고 묻자, 차씨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둘러본 그는 "할 일이 없네요"라고 말하고는 식당 문을 나섰다. 일손이 부족하면 도울 생각이었단다. 이미 주방은 희망식당 하루(@hopeharu)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설거지 도와주실 분 급구' 멘션을 본 이단아(49)씨가 지키고 있었다.

8일 희망식당의 일일 호스트를 대표해 이동수 화백이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김정우 지부장은 "오늘 전달된 성금은 정리해고 투쟁을 하루빨리 끝내고 현장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 희망식당, 쌍용차노조에게 후원금 전달 8일 희망식당의 일일 호스트를 대표해 이동수 화백이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김정우 지부장은 "오늘 전달된 성금은 정리해고 투쟁을 하루빨리 끝내고 현장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 강민수

관련사진보기


25일 점심. 여느 때보다 한산하긴 했지만, 식당은 분주히 돌아갔다. 상도역 근처에 있는 희망식당 1호점이 문을 연 것이 지난 3월 11일. 전날인 24일에는 희망식당 3호점이 청주에서 '개소식'을 가졌다.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희망식당 2호점 업무 총괄을 맡고 있는 박준성 노동자교육센터 부대표는 "청주점에 하루 동안 130명이 왔다"고 전했다.

희망식당 1호점은 쌍용자동차 해고자 신동기씨, 2호점은 콜텍 해고자 임재춘씨, 3호점은 유성기업 해고자 김풍년씨가 '셰프(주방장)'로 활약하고 있다. 희망식당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해고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이들이다.

직장동료 황아무개(40)씨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온 김아무개(48)씨는 "희망버스만 7번을 탔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진행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과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 걷기'를 포함한 횟수다. 두 번째로 상수동 희망식당을 찾았다는 박아무개(47)씨는 "해고노동자 문제를 항상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여기 오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지'(생각) 한다, 막연하게"라고 희망식당에 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희망식당이 3호점까지 '확장'하면서 성황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트위터의 힘이 크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이면 트위터 타임라인은 해시태그(#) '희망식당'과 '해고는 나쁘다'가 '점령'한다. 지난 6월 8일에는 수익금 600만 원을 정리해고 사업장에 전달했다.

[두 개의 문] "김석기 처벌하려면 영화 흥행은 필수"

두개의 문 포스터.
 두개의 문 포스터.
ⓒ 시네마달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정의로운 소비'는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흥행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21일 개봉한 이 영화는 25일까지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관객수 7000명을 넘었다. 개봉 닷새만이다. 전국적으로 단 16개의 상영관만을 확보한 것을 고려한다면, 가히 '흥행 돌풍'이라고 할 수 있다는 평이다. 개봉 첫 주 7020명이 관람한 한국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 <워낭소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25일 오후 2시 50분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 청바지에 모자를 쓴 배우 유지태씨가 상영관을 나왔다. 유씨는 지난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분들과의 깜짝 번개"를 제안하면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하는 <두 개의 문> 25일 오후 1시 티켓 110석 전석을 예매했다.

JYJ 팬클럽은 오는 30일 <두 개의 문>을 단체 관람할 예정이다. 진보신당은 멀티플렉스 극장인 용산 CGV에서 <두 개의 문>을 상영하기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야권 대선주자인 손학규·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영화를 관람해 화제가 되었다.

성적소수 문화환경을 위한 활동가 모임인 '연분홍치마' 활동가 김일란·홍지유 감독이 만든 <두 개의 문>은 철거민 5명, 경찰특공대원 1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9년 1월 20일 용산 참사의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동안 용산참사 관련 텍스트가 용산철거민의 폭력 혹은 비극에 집중했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 재판자료, 변호인단·활동가 인터뷰 등을 통해 '망루 위, 그을린 25시간'을 재구성한다. 법정 진술, 당시 영상을 통해 진압작전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의 시선을 보여준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영화를 보고 나온 명희숙(26)씨는 "더 빨리 나왔더라면 좋았을 영화"면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고 깊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두 개의 문>은 극장 개봉을 앞두고 '배급위원'을 모집했다. 지난 3월 12일부터 6월 5일까지 834명이 참여해 총 3000여만 원이 모금됐다. 이 돈은 <두 개의 문> 극장 개봉과 홍보를 위해 사용된다. 배급위원 834명의 이름은 영화 엔딩크레딧에 함께 올라간다. 현재 트위터에서는 이들 '배급위원'들과 영화를 본 관객들을 중심으로 홍보가 이어지고 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목소리도 높다. <도가니> <부러진 화살>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두 개의 문>을 보고 행동하고자 하는 분들과 김석기(당시 서울경찰청장)를 고소하는 고소장을 한 분, 한 분 작성해 정해진 날에 검찰청에 줄서서 하나하나 접수해 보는 것을 준비중"이라면서 "(이를 위해) <두 개의 문> 흥행은 필수"라고 호소했다.


태그:#두개의 문, #희망식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