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전 서구 월평동에 위치한 '마권장외발매장'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25일 오후 월평1동 주민자치세터에서 열렸다.
 대전 서구 월평동에 위치한 '마권장외발매장'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25일 오후 월평1동 주민자치세터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쉬었다 가세요. 재워주고 먹여줍니다."

대전 서구 월평동을 지나다 보면 불법 안마시술소에서 나온 이른 바 '삐끼'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건넨다. 주택 밀집 지역이면서 인근에 학교가 있지만 유흥업소와 성인오락실, 안마시술소, PC방 등 온갖 유흥시설이 판을 치고 있다. 주말마다 개장하는 '마권장외발매소(화상 경마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천 명의 이용객을 붙잡기 위해서다.

한국 마사회가 운영하는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소는 지난 1997년 7월 개장했다. 지상 13층 규모의 건물 중 1-6층(1만927㎡)을 사용하고 있다. 금·토·일 주3일 오전 11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하며, 총 75대의 발매기가 운영 중이다. 2010년 기준 입장 인원은 연간 69만 명(1일 평균 4312명)이 입장했다. 이러한 운영을 통해 2011년 지방세는 177억 5800만 원(시세 : 레저세 126억8400만 원, 지방교육세 50억7400만 원, 구청 징수교부금: 3억8100만 원)이 징수됐다.

주택가에 위치한 마권장외발매소... 어떻게 할까요

이처럼 수많은 지방세 수입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유흥업소 난립, 도박중독자 양산, 불법 주정차 및 교통 혼잡 등 마권 장외발매소로 인한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회가 25일 오후 대전 월평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민주통합당 박범계(대전 서구을) 의원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토론회에 앞서 이날 인사말에 나선 박범계 의원은 "옛말에 도박에 빠지만 애비가 죽어도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처럼 심각한 것이 도박중독이고, 이로 인해 매년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며 "도박산업인 마권장외발매소가 월평동처럼 주택 밀집지역에, 그리고 학교 주변에 있는 게 과연 적절한지, 적절하지 않다면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유도할 것인지를 가지치고 의미 있게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의 첫 번째 발제는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장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전문학 대전광역시 서구의회 의원이 나섰다.

이 자리에서 전 의원은 "다가구 주택, 원룸, 아파트 등 주택이 밀집해 있는 장소에 마권 장외발매소가 위치함으로써 수많은 민원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도박중독에 빠져 가정이 파탄 나는 사례가 발생하고, 주변에 불법 성인오락실과 불법 유흥업소가 난립하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마권장외발매소와 인근에는 초·중·고교가 있어 교육 환경적으로 매우 안 좋다, 대체 어느 부모가 이런 지역으로 이사를 오겠는가, 인근 월평초등학교는 1학년이 8학급에서 2학급으로 학생이 줄어들었다"면서 "심지어 상인들까지도 마권장외발매소가 평일에 운영하지 않아 지역 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고, 주말에도 유흥시설 말고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밖에도 불법 주정차로 인한 극심한 교통 혼잡으로 기존의 상권마저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면 관공서는 주차장을 건설하여 마권장외발매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마권장외발매소는 하루 속히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최근 월평동 주민 103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설문응답자 15%만이 '건전한 레저시설' 또는 '여가시설'로 응답했고, 82%는 '사행성이 짙은 도박시설'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월평동에 마권장외발매소가 위치한 것에 대해 응답자 92%는 '반대한다'고 응답했고, '찬성한다'는 응답은 2%에 불과했다. 반대하는 이유로 44%는 '교통체증과 주차난 등 생활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고, 29%는 '유흥업소의 난립으로 교육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으로 응답했다. 또 27%는 '도박시설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소의 폐쇄 또는 외곽이전'에 대한 주장에 대해서는 88%의 응답자가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반대'는 9%에 불과했다.

"세금 징수 효과?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

두 번째 발제는 '마권장외발매장을 중심으로 본 사행산업현황과 향후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김교헌 교수가 나섰다.

김 교수는 "사행산업은 그것이 비록 합법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재정수입의 확충, 신규고용의 창출, 서비스업 증대, 소비 확대 등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생산성과 고용의 질을 저하시키고, 근로의욕을 상실하며, 도박중독 등 부작용의 심화로 실직을 유발한다, 또 개인과 가정을 파괴하게 되는 등 엄청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뿐만 아니라 사행산업은 결국은 주된 소비계층인 저소득층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어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늘려 사회·경제적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사행산업은 그 본질적 속성인 과도한 몰입과 중독의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고, 레저로서의 순기능을 제고하기 위해서 국가의 감독과 통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토론자들도 한 목소리로 마권장외발매장의 이전을 촉구했다. 이호덕 대전시 예산담당관은 "시의 입장에서는 이 시설로 인해 들어오는 시세가 매우 크다"며 "그러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주차난과 환경악화, 도박자 양산 등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이전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연대기획팀장은 "마권장외발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이다, 이들에게 돈을 걷어서 세수를 늘리겠다는 게 과연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더욱이 화상경마장은 레저사업이라 할 수 없고, 도박일 뿐이다, 이런 도박시설이 주거 밀집지역에 있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승 월평동 주민자치부위원장은 "마권발매소가 들어온 뒤 월평동 지역에는 주먹을 쓰고 사채를 놓는 음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대체 주민들이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도 없다"며 "대체 누가 이런 곳에서 애를 키우고 학교를 보내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리 이 시설에서 세금이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면 과연 그게 무슨 이득이 되겠느냐"면서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당장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최왕규 한국마사회 대전지점장은 마사회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마사회는 지난해에만 178억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는 공기업 35개를 유치한 효과와 맞먹는다"며 "특히, 2년 전에 현재의 사옥을 매입해서 안정적인 운영을 꾀하고 있어 이전 논의는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경마의 역기능이 많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간 경마장 이용객 1000만 명은 불법사행시설을 이용하게 되어 범법자가 될 것"이라며 "전국 30개의 마권장외발매소 중 월평동발매소는 지하철에서도 2분 거리에 있고, 상업지역에 위치해 있어 가장 전략적으로 양호한 곳이다, 따라서 이전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태그:#경마장, #마권장외발매장, #화상경마장, #도박, #박범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