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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슬 좋은 부부의 비결은 바로 공통 관심사의 취미생활에 있다. 일단 이들 부부는 그런 점에서 '딱'이다. 남편 최창용 박사는 식물생태학을 연구하고, 아내 이지헌씨는 전통차를 연구한다. 그들은 '식물'이라는 공통분모에서 보기 좋게 만난다. 지난 21일, 안성의 한 찻집에서 이들 부부를 만나 부부 이야기와 세상사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의 대화는 안성의 한 찻집에서 이뤄졌다. 이들 부부가 어찌나 유창하게 주거니 받거니 말을 잘하던지 마치 부부가 입을 맞춰 연습한 듯 보였다. 평소 부부 대화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장장 3 시간을 이렇게 대화했다.
▲ 대화 중 우리의 대화는 안성의 한 찻집에서 이뤄졌다. 이들 부부가 어찌나 유창하게 주거니 받거니 말을 잘하던지 마치 부부가 입을 맞춰 연습한 듯 보였다. 평소 부부 대화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장장 3 시간을 이렇게 대화했다.
ⓒ 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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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올라갈 땐 토끼, 내려올 땐 거북이

이들 부부는 산행을 종종 한다. 건강이나 산 정복이 목적이 아니다. 바로 산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남편은 생태를 연구하고, 아내는 남편을 보조도 하고, 자신의 차 재료도 발견하기 위해서다. 이 부부가 이렇게 된 데는 요즘 젊은이들의 성향이 한몫했다. 최 박사의 문하생들이 힘겹게 산에 한 번만 갔다 오면, 모두 더 이상 못 하겠다고 포기한다니. 하는 수 없이 아내가 보조역할에 나설 수밖에.

그도 그럴 것이 속리산 정상을 2시간 반 만에 올라간다니. 일반인은 4~6시간 걸리는 거리란다. 왜? 정상에 빨리 올라간 후 내려오면서 산을 연구하고자 함이다. 해가 지기 전에 산에서 내려와야 눈으로 보고 연구를 할 수 있다. 올라갈 땐 토끼처럼 축지법으로, 내려올 땐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이러다보니 문하생이 견뎌내기 힘들다고.

이들 부부에게 낮은 산과 높은 산의 기준은 해발 1000m다. 적어도 1000m는 넘어야 조금 높은 산 축에 낀다고 본다. 낮은 산에 갈 땐 아내가 많은 장비를 챙겨 동행한다. 높은 산에  갈 땐 남편 혼자 최소한의 장비를 챙겨 산을 오른다.

전국 어디 가보지 않은 산이 없단다. 알려진 관광지 산은 애당초 이들 부부에게 관심사가 아니다. 관광지 산은 생태계를 조사할 게 없어서다. 간혹 관광지 산을 가더라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지역을 간다. 이렇게 산을 올라 생태를 연구하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진다고. 자연스레 부부금슬이 좋아질 수밖에.

최창용박사는 식물생태학 박사다. "외국 대학생들은 면티와 청바지 3벌이면 대학을 졸업하는데 반해 한국대학생들은 평소에도 파티장 복이다. 이 모든 옷들이 모두 석유제품이다. 석유 고갈 시대가 당장 먹거리가 바닥 날 것"이라며 염려했다. 그의 복장 자체가 이웃집 아저씨 복장이었다.
▲ 최창용 박사 최창용박사는 식물생태학 박사다. "외국 대학생들은 면티와 청바지 3벌이면 대학을 졸업하는데 반해 한국대학생들은 평소에도 파티장 복이다. 이 모든 옷들이 모두 석유제품이다. 석유 고갈 시대가 당장 먹거리가 바닥 날 것"이라며 염려했다. 그의 복장 자체가 이웃집 아저씨 복장이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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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무기농 따지지 말고, 로컬 푸드만이 살길"

부부가 모두 식물 생태와 농사에 대해 관심이 있다 보니 농사에 대해서도 따끔한 한마디를
던진다.

"현재 유기농이냐 무기농이냐를 두고 경쟁할 게 아니라 로컬 푸드냐 아니냐를 두고 고민해
야할 시점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지금…."

최 박사는 그 이유로 '피크오일(Peak Oil)'을 꼽았다. 피크오일은 석유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었다가 특정 시점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지질연구소는 세계의 석유 매장량을 3조 배럴로 보고 피크 오일의 시점을 2037년으로 잡았다. 반면 피크 오일 연구모임의 설립자 콜린 캠벨은 매장량이 1조8500억 배럴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이르면 2005년에 피크 오일을 맞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거나 2005년과 2037년 사이에 피크오일 세상이 올 가능성이 크다.

이때가 되면 돈 천억을 주고도 먹거리를 해결 못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최박사는 경고한다. 아무리 살기 좋은 세상에도 먹거리는 사람이 직접 해결해야 한단다. 배추 한 포기에 8000원 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단다. 왜냐하면 현재 먹거리 산업이 모두 석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석유 트랙터와 이양기가 농사를 다 짓고, 비닐하우스를 석유로 난방하고, 석유차량이 유통한다는 것. 피크 오일이 되면 먹거리 값은 하늘에 오를 거란다. 

그럼 대안은? 최 박사는 한마디로 말한다. 로컬 푸드만이 대안이라고. 현재 유기농을 하느라 혈안이지만, 결국 그것마저도 유기농 기업에서 석유로 운송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흥청망청 석유를 소비하다간 피크오일 세상이 오면 유기농도 무기농도 결국 망하게 될 거란다. 유기농 한답시고 중상류층 먹이지 말고 차라리 로컬 푸드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주력하는 게 현명하다고 주문한다. 

남편으로부터 소스를 건네 받은 아내는 안성농민과 부대끼면 실험하고 실천하고 산다. 약용식물, 전통차를 개발하고 연구하여 제품에 이르도록 농민에게 비법을 전수하는 일을 한다.
▲ 이지헌 차 연구가 남편으로부터 소스를 건네 받은 아내는 안성농민과 부대끼면 실험하고 실천하고 산다. 약용식물, 전통차를 개발하고 연구하여 제품에 이르도록 농민에게 비법을 전수하는 일을 한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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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세계강국이 중국이란 거 알고 계셨나요

그런 의미에서 이미 체결된 한미 FTA보다 장차 올 한중 FTA가 훨씬 더 문제라고 최박사 부부는 힘주어 말한다. 왜? 사람들은 중국이 유기농의 세계 강국이라는 진실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농산물 수입업자들 때문이라고. 수입업자들이 싼 가격에 농산물을 중국에서 사서 팔다보니 생긴 일종의 편견 같은 것이란다. 사실 '중국산 농산물은 저질'이 아니라 '중국산 농산물 수입업자가 저질'이라는 이야기다.

중국은 인력이 풍부해 유기농 생산이 훨씬 유리한 나라다. 유기농 하려면 얼마나 인력이 필요한지는 지어본 사람만이 잘 안다. 세계 최대 인구 강국인 중국이다. 중국의 농산물이 우리나라 농산물보다 훨씬 더 질이 좋은 게 많다는 최 박사 부부. 유기농 콩의 90%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었다는 걸 아는가. 그 덕분에 중국에서 수출을 제한하는 바람에 두부 값과 콩 값이 치솟아 올랐다. 중국의 헛기침 하나에 한국은 독감을 앓을 날이 멀지 않았다.

남편은 소스 제공하고, 아내는 실천하고

그렇다면 이들 부부 안성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살까. 이론만이 아니다. 실천의 일환으로 탄생한 작품이 바로 '마을기업 안성약용식물 실용화사업단'이다. 약용실물을 개발해서 농민들이 제품화하여 돈을 벌도록 도와주는 사업단이다. 그런 일 중 하나가 들에 핀 흔한 식물을 덖어서 전통차 제품으로 만들어 돈이 되게 하는 것까지 교육을 한다.

이들 부부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고, 공통의 일(등산)을 하고 살기에 평소 대화량이 많은 듯. 표정에서 말을 해준다.
▲ 부부 이들 부부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고, 공통의 일(등산)을 하고 살기에 평소 대화량이 많은 듯. 표정에서 말을 해준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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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남편의 지식 제공 때문이란다. 남편이 아이디어 뱅크라면 아내는 행동대장이다. 남편이 지식과 이론의 소스를 제공하면, 아내는 안성시민과 부대끼면서 실천한다. 이렇게 살다보니 주변에선 돈 버는 일과 상관없이 고생만 한다며 걱정 한다고. 그럴 때면 이들 부부는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 즐거움을 몰라서 그렇다'며 여유로운 웃음으로 화답한다고. 그래서 이들 부부는 식물 하나로 묶인 천생배필이지 않을까.


태그:#최창용박사, #이지헌 차연구가, #유기농, #한중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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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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