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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가 지난 22일 롯데쇼핑ㆍ이마트ㆍ홈플러스 등 5개 업체가 송파ㆍ강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제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준 가운데, 24일 오후 정상영업 안내문이 내붙은 이마트 천호점에서 고객들이 물건값을 계산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가 지난 22일 롯데쇼핑ㆍ이마트ㆍ홈플러스 등 5개 업체가 송파ㆍ강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제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준 가운데, 24일 오후 정상영업 안내문이 내붙은 이마트 천호점에서 고객들이 물건값을 계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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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정상영업을 하는 이마트 천호점에는 법원 판결 이전에 제작된 홍보물에 '이번주 일요일(6/24) 휴점합니다'는 안내가 인쇄되어 있다.
 24일 오후 정상영업을 하는 이마트 천호점에는 법원 판결 이전에 제작된 홍보물에 '이번주 일요일(6/24) 휴점합니다'는 안내가 인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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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요일 정상영업합니다!"

대형마트 앞 '커피 시음장'과 주차장 입구에 긴 줄이 이어지는 사이 중소상인들 속은 타들어갔다. 서울 강동·송파구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들이 '의무휴업일(매달 둘째 넷째주 일요일)'인 24일 일제히 문을 열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2일 절차상 문제를 들어 의무 휴업 취소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의무 휴업 덕에 매출 10% 늘었는데... 법원이 '상생' 막아" 

당장 강동송파 지역 중소상인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뿔났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강동구 천호동 이마트 천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법원 판결에 유감을 나타내는 한편 대형마트와 SSM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마침 이마트와 휴업일이 같았던 인근 신천호시장에서 오랜 '전통'을 깨고 이날 문을 열기로 한 터라 충격은 더 컸다.

이영규 강동구슈퍼마켓연합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업시간 규제 목적은 고려하지 않고 절차만 문제 삼은 판결"이라면서 "격주가 아니라 매주 일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정하고 영업시간도 정확히 정해 규제해야 대기업과 중소상인이 공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중목 인천시도매유통연합회 회장 역시 "조례를 만들 때 대형마트에 소명 기회를 안 줘서 문제라는데 대형마트 들어올 때 지역 중소상인들에게는 소명한 적 있나"라면서 "자기들 맘대로 권력과 돈으로 밀어붙여 들어올 때 꾹 참았던 우리는 뭔가"라고 따졌다.  

인천시에서 수십 년째 식당과 식자재 도매업을 해온 조 회장은 "대형마트에선 의무 휴업 때문에 소비자가 불편하다고 주장하는데 골목 상권과 재래시장에서 대형마트 품목을 다 공급하고 있다"면서 "실제 의무휴업일 주변 동네 슈퍼 매출이 20~30%까지 늘어나는 등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2개월간 대형마트 SSM 의무 휴업으로 중소소매업체와 전통시장의 매출과 고객 숫자가 평균 1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 휴업이 처음 시행된 4월 22일엔 전주 대비 매출이 13.9% 늘었고, 5월 13일엔 7.3%, 5월 27일엔 12.4%, 지난 6월 10일엔 11.7% 늘었다.

의무 휴업 중단 탓에 쉬는 날을 빼앗긴 대형유통업체 노동자들도 가세했다. 이경옥 민주노총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 사무처장은 "하루 12시간이 넘는 장기간 노동과 야간 근무에 시달려온 대형마트 노동자들도 이번 의무 휴업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유통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라도 의무 휴업 취소 판결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매출 줄고 소비자 불편? 대형마트 여론몰이"

이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해 온 한 고객이 중소상인들의 기자회견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해 온 한 고객이 중소상인들의 기자회견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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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원들이 서울 강동구 이마트 천호점앞에서 '하나로마트 등 영업시간 제한 적용 및 대형마트·재벌슈퍼(SSM) 허가제 촉구 기자회견'에서 요구사항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원들이 서울 강동구 이마트 천호점앞에서 '하나로마트 등 영업시간 제한 적용 및 대형마트·재벌슈퍼(SSM) 허가제 촉구 기자회견'에서 요구사항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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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마트 천호점 곳곳엔 '정상영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고 직원들도 대부분 휴일에 불려나와 '정상 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마트 천호점 관계자는 "주말에는 평일보다 1.5배 많은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오늘 문을 열었는지 모르는 고객들이 많아 오후 1시 현재 평소 일요일 매출보다 70% 정도 줄어든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강동구 성내동에서 6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해온 이영규 회장은 "대형마트에선 매출이 줄었다고 하는데 대형마트 전체 카드 매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휴업일 당일 매출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주평균, 월평균으로 따지면 대형마트나 동네슈퍼 양쪽 모두 매출에 영향이 큰 없는데도 대기업이 언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따졌다. 

이 회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대형마트와 출혈 경쟁으로 동네슈퍼 이익이 줄어들고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주변 골목 상권이 모두 문을 닫게 되면 대형마트에선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00년 163개였던 대형마트는 2012년 5월 현재 436개로 3배 가까이 늘었고 2005년 267개였던 SSM 숫자도 1123개로 4배 이상 늘었다. 그 사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매출도 역전됐다 99년 46조 원에 이르던 전통시장 매출이 2010년 24조 원으로 반토막난 사이 대형마트 매출은 7조 원에서 36조 원으로 5배 늘었다.

5월 27일 현재 의무휴업대상 대형마트는 전국 94개 지자체 대형마트 236개와 SSM 692개에 이른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은 "강동·송파구처럼 소송이 진행 중인 지자체는 전국 11곳에 이른다"면서 "유통산업발전법을 아예 바꿔 의무휴업일을 매주 일요일로 확대하고 현재 의무 휴업에서 제외된 농협 하나로마트와 백화점, 쇼핑센터 입점 대형마트까지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태그:#대형마트, #SSM, #의무휴업,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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