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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꼴라쥬 시네마 톡〉
▲ 책겉그림 〈무비꼴라쥬 시네마 톡〉
ⓒ 씨네21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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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꼴라쥬 시네마톡'이라고 들어봤나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는 몰랐거든요. 뭐라 할까요? 책을 읽고 저자와 간담회를 하듯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그 영화와 관계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간담회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요? 때로는 영화감독과 배우들도 그리고 게스트들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도 선사한다고 해요.

그 정도라면 일반 시사회를 떠올릴 수 있겠죠.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무비꼴라쥬 시네마톡은 그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시사회가 무대 위에 오른 감독과 배우와 게스트들이 주라면, 무비꼴라쥬 시네마톡은 그 영화를 찾은 모든 이들의 대화방이라고 할 수 있죠. 일명 '그 영화에 대한 뒷담화' 말이죠.

"우리 인생에도 그런 순간들이 참 많습니다. 제가 강연을 많이 다니는데요. 명지대학에 일반 시민도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 있어요. 거기가 너무 깨끗해요. 알고 보니 거기에도 부처님이 계시더라고요. 화장실 벽에 학생들이 딱 한 줄을 적어놨어요. '우리 어머님들이 청소하고 계셔요.' 그 말 한 마디에 모든 사람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고 있더라고요. 그 말 한마디에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고 있는 사람도 부처님이 아닐까요?"(129쪽)

2011년 5월 17일에 작가 김홍신씨가 관객들과 나눈 이야기죠. 임성구 감독이 만든 〈법정 스님의 의자〉라는 영화를 관람한 뒤에 관객들과 솔직한 토크를 한 것이죠. 과연 이 시대에 진정한 '부처가 누군지'를 고민한 것 말이죠. 물론 김홍신 작가만 수다를 떤 건 결코 아니었죠. 오히려 관객들이 그보다 훨씬 많은 말을 쏟아냈죠. 김홍신 씨는 마지막에 그런 진지한 말을 한 마디 했을 뿐이고요. "오늘 도처에 부처가 계셔서 정말 행복하다"고요. 그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들 결코 생각할 수 없는 말이었을 것 같아요.

홍상수 감독이 촬영 당일에야 대본 넘겨주는 이유는?

"저는 오늘 이 영화를 두 번째 봤거든요. 처음엔 이야기를 따라가기 바빴고 오늘은 대사나 디테일을 중심으로 봤는데, 감독님이 배우에게 매일 아침마다 대사를 주는 걸로 유명하시잖아요. 대사에 대한 설명을 더 듣고 싶어서 질문 드리겠습니다. '소설'이라는 술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세 번 정도 나오는데 항상 그 부분에서 유준상 씨가 내레이션을 하잖아요. 매번 처음 가는 듯한 느낌으로 내레이션을 하고, 그 안에서 주고받는 대화도 그렇고. 영화를 다 찍고 나서 녹음할 때 생각해서 만드신 건지, 대사들을 처음부터 생각해서 만드신 건지 궁금합니다."(492쪽)
 
2011년 9월 7일, CGV 압구정 영화관에서 나온 질문이에요. 홍상수 감독의〈북촌방향〉을 보고서 관람객 중 한 명이 홍 감독을 향해 직접 던진 이야기이죠. 그때 홍 감독은 이렇게 답을 했어요. 내레이션도 대사와 같이 그날그날 현장 대본 쓸 때 같이 쓴다고 말이죠. 아주 특별한 부분이 아니면 촬영 끝내고 스태프들이 마지막 촬영지에서 물러난 후에 조용한 방에서 그날 딴다고 해요. 너무 솔직한 대답이었을까요?

이와 같은 내용은 영화칼럼리스트 황희연씨가 엮은〈무비꼴라쥬 시네마톡〉에 나오는 이야기들이죠. 김영진·남인영·송지환·신지혜·심영섭·이동진·한창호 등 영화와 관련된 여러 교수와 평론가들이 현장에서 쏟아내고 토론한 내용을 한데 묶은 것이에요. 이들의 고백 속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네마톡이란 게 처음에는 그토록 어설프고 막막한 콘셉트였지만, 지금은 열혈팬들이 생겨서 정말로 유익한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해요. 마치 <오마이뉴스>에서 개최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북 콘서트'처럼 말이죠.

시네마톡을 만나고 영화와 통하다

"나는 인천에 살았는데, 2009년 즈음 시네마톡과 캔버스톡(지금의 아트톡)이 생기면서 서울로 외출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내가 영화에 막 빠져드는 시기에 무비꼴라쥬 시네마톡을 처음부터 참여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나는 거의 혼자서 영화를 보는데 영화 끝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시간이 생겼다는 게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뻤다. 영화를 잘 모르는 나는 무비꼴라쥬 시네마톡에 참여하면서 영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다양한 장르의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곱씹어 보는 데 도움이 됐다. 무비꼴라쥬는 나의 영화 친구였고, 시네마톡은 나의 영화 멘토였다."(528쪽)

무비꼴라쥬 관객 프로그래머 1기이자 프로 바둑기사로 활동하고 있는 육용지씨의 고백이에요. 이 책 마지막 장에 나오는 내용이죠. 처음에는 시네마톡이 낯설었지만 점점 더 진한 커피향에 빠져드는 것처럼 거기에 매료되었다는 고백이라 할 수 있죠. 물론 그뿐만 아니라 방송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나씨도 그렇죠. 어디 그들만 그랬을까요? 무비꼴라쥬에 관객으로 참여한 이들이 실은 시네마톡 예찬론자가 되었겠죠.

압구정에서 처음 시작한 '무비꼴라쥬 시네마톡'. 관객들 사이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자 점차 강변, 상암, 구로, 그리고 부산으로까지 확대되었다고 하죠. 이제는 '아트톡'과 '스페셜톡'이란 콘셉트로 다양한 계층들을 맞이하고 있고요. 영화도 보고, 영화에 대한 해설과 영화 밖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요? 진짜 영화는 영화가 끝난 뒤에 시작된다는, 그들의 자랑은 괜한 토크가 아니겠죠?


무비꼴라쥬 시네마 톡 - 영화가 끝난 뒤 시작되는 진짜 영화 이야기

김영진 외 지음, 씨네21북스(2012)


태그:#시네마 톡, #무비꼴라쥬, # 〈무비꼴라쥬 시네마 톡〉, #황희연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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