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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발.
 공룡의 발.
ⓒ 김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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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찾아오는데 수억 년의 시간 그림자 건너왔기에
너, 만나고 돌아가는데 다시 수억 년의 빛살 지나가야하리
처음 만난 그 호숫가 떠나 자드락길 따라
백악기에 발자국 남기고 육탈골립(肉脫骨立)하여 당도한
초식 공룡의 오래된 사랑, 미래에서 찾아온 따뜻한 발."(김경식 시 <따뜻한 발> 전문).

제1회 경남 고성 공룡세계엑스포 디카시(詩)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을 받은 김경식씨의 '디카시'다. 거대한 공룡의 발을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그 발을 보는 순간의 감흥을 시로 쓴 것이다.

10일 디카시문화콘텐츠연구회(회장 이상옥, 창신대 교수)는 지난 3월30일부터 5월 31일까지 벌였던 '공룡세계엑스포 디카시 공모전'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은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조직위․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후원했다.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모든 피사체)에서 포착한 순간의  시적 형상(날시)을 디지털카메라(스마트폰 등의 디카)로 찍어 문자로 재현하는 멀티언어(영상+문자)예술로, 근자에 스마트폰 등에 의해 일상화된 영상 글쓰기(영상+문자)를 예술 글쓰기로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최근 디카시는 트위터 등에 탑재되어 순간 포착, 순간 소통이 실시간 이루어지는 SNS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디카시문화콘텐츠연구회는 "이번 공모전은 엑스포 기간 중 태고의 공룡 흔적이 살아 있는 공룡나라 고성의 이모저모를 직접 체험하여 다양한 개성으로 디지털카메라에 순간 포착하여 담고, 그 순간의 느낌을 5행 이내의 짧은 글(시적 문체)로 남김으로써 경남고성세계엑스포의 아름다운 추억이 영원히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응모작 심사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예심위원들은 당일에 예심통보를 받고 바로 사전정보 없이 인터넷을 통해 작품들을 읽었고, 응모자의 신분은 인터넷 관리자만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예심기준은 먼저 '공모 요강'을 잘 지킨 작품을 우선으로 선택하는 것이었고, 그 다음 되도록 '공룡'이 주제나 소재인 것, 영상과 문자(시적 문체)가 하나로 잘 어울려 완벽한 작품의 형식을 갖춘 것 등이 우선순위로 선정되었다.

각자 자신의 컴퓨터에서 예심순위를 매긴 후 시상수의 1.5배수를 모아, 주최 측에 이메일 통보를 했다. 주최 측에서는 예심위원들의 점수를 취합 한 후 정리했고, 이틀 후 예심위원들은 한 자리(온 라인 포함)에 만나 서로 의견을 주고받은 후 예심통과 작품들을 본심위원들께 전달하는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되었다.

본심위원들은 예심통과 작품들 중 최우수와 우수 작품을 뽑아 주최 측에 전달했고, 나머지 장려와 입선은 예심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번호가 매겨진 순으로 시상하기로 결정했다.

심사가 끝난 후 응모자의 주소와 이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동일인의 다른 작품이 4편이나 입상한 것을 알게 되었다. 예심위원들은 우수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응모규정을 어긴 동일인의 작품을 탈락시키고 다시 3차 심사에 들어가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고성엑스포장 공룡의 문 앞 분수대에 설치된 공룡 조형물.
▲ 공룡 고성엑스포장 공룡의 문 앞 분수대에 설치된 공룡 조형물.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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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결과 최우수(상금 500만원, 1편)은 김경식의 <따뜻한 발>, 우수(상금 각 100만원, 2편)은 김왕노의 <낙화>와 이환길의 <초록에 바치다>, 장려(상금 각 20만원, 5편))는 조경석 <꽃잎 발자국>, 황시은 <상족암, 암각화를 읽다>, 김정훈 <너의 발 위에서>, 허혜림 <난 여기 있다>, 임효식 <백악기 동화>가 뽑혔다.

입선(상금 각 10만원)은 오병준 <향수>, 태우석 <거래>, 신영득 <사명>, 조재창 <다 사랑이었네>, 문경태 <아이처럼>, 배영희 <기다림에 지친다 해도>, 박연실 <알>, 김수현 <고성의 족적>, 이재준 <공룡이 벽을 탄다>, 서미희 <윤회>가 선정되었다.

본심은 강희근 시인과 김종회 경희대 교수, 예심은 김석준 문학평론가, 김종태 호서대 교수, 박서영 시인, 차민기 문학평론가, 최광임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는 "심사를 하면서 공룡엑스포에 이렇게 많은 모습들이 숨겨져 있다는 점에 놀라웠다. 무엇보다 '디카시'가 사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기억을 공유하며 예술적 감성까지 키워주고 있다는 점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며 "축제에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동행하여 행복한 시간을 보낸 사진영상들을 보며 아울러 좋은 시간을 함께 한 듯하여 행복했다"고 밝혔다.

최우수상을 받은 김경식씨는 현재 중앙도서관 부관장이다. 그는 "앞으로 더 큰 채찍과 날 선 비평으로 내 시가 외롭지 않은 사춘기를 지날 수 있도록 붙들어 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오뉴월 땡볕을 마다않고 세 번씩이나 행사장에 따라 나서 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초식공룡의 따뜻한 발이 행사장을 다녀간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은 자국으로 남아 서로 사랑하면서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이웃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태그:#고성 공룡세계엑스포, #디카시, #고성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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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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